저질, 막장 국정감사 과연 필요한가

국정감사 무용지물론까지 나와

2015-09-18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 시간은 7분, 이중에서 "6분 53초 질문하고 답변은 7초만" 이라는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 참으로 이채롭다. 새민련 홍종학 의원은 엊그제 있었던 기재부 국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시간 7분 중, 6분 53초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공격하는데 할애 했다. 질문의 내용을 보면 비아냥거리는 인신공격이 주류를 이루었고 정책에 대한 질의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홍종학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질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원 없이 실컷 해놓고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최경환 부총리는 "7초 만에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답변을 촉구하자 "7분 동안 질문만 했는데 뭘 답변하라는 건가"라며 "머리가 나빠서 뭘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긴야 7초 만에 답변을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불가능 하게 만들어 놓고 답변을 하지 않자 사과를 요구하는 기가 막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국정감사장에서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늘 봐온 일이라 세삼 놀랄 일도 아니다. 국정감사장이나 인사청문회장에서 보았듯, 의원 한사람에게 주어지는 질문시간은 대개 7분 정도 배분된다. 의원 한사람이 질문 독식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배분하다 보니 그렇게 정했을 것이다. 감사대상자나 인사 청문대상자를 불렀으면 일대일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해소시켜 나가는 것이 의원들에게 주어진 책무일 것이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은 횡포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일방적인 질문에만 퍼붓고 답변자에겐 대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형태가 수십 년 째 반복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새민련 일부 의원들이 보여주는 일탈주의는 거의 불치병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짓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 자리에 그토록 매달리는가 보다.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한 병에 깊게 들었는지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기는커녕 이런 폐단이 점점 더 깊어만 가니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국민의 입장에선 참으로 꼴불견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럴 때마다 아까운 예산을 낭비해 가면서 이런 식의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를 왜 해야 하는지 비판이 쏟아진다. 의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실컷 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모자라 답변자가 답변을 하고자 하면 그 즉시 답변은 필요 없다면서 말문을 막아 버리는 작태는 그야말로 압권 중 압권이다.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것은 맞지만 전체 국민을 대변하는 자격까지는 없다. 그런데도 툭하면 국민의 이름을 팔면서 답변자에게 윽박지르고 호통을 친다. 국정감사장에 나온 피감대상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형사피의자가 아닌데도 의원들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 마치 고을 사또 앞에 불려 나온 죄인을 심문하는 장면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다.

특히 피감대상자에게 모욕주기 발언은 예사로 일어난다. 새민련 박영선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에게 "얼굴이 뻘게져 가지고" 라는 말로 상대방을 모욕했고 새민련 김용익 의원은 성희롱을 하겠다고 작심을 했는지 증인으로 나온 사람에게 바지 지퍼를 내려 남자가 지니고 있는 고유 물건(?)을 꺼내 보라면서 나훈아 흉내를 내라고 했다니 기가 막혀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다. 역시 새민련 신경민 의원은 동네 뒷골목 깡패들이나 사용하는 "쪼다"라는 단어도 동원했다. 특히 13만 경찰 총수에게 권총을 주면서 격발 시범을 보여라고 했던 새민련 유대운 의원의 망신주기는 화룡점정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외에도 숱하게 많은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개그콘서트 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 선봉에는 언제나 새민련 의원들이 있었다.

어느 국민도 의원들에게 피감대상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망신을 주며 인신공격을 하라고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준 적이 없다. 금배지만 달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이런 작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나면 인간 대접도 옳게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나 저런 짓거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피감대상자들도 의원들과 똑같은 인격체라는 점에서 무참하게 인격이 모욕당하고 창피를 당하는데도 발끈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천하의 양상군자이거나 해탈 경지에 도달한 선인(仙人)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는 없다.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선 이제 갓 50줄을 넘긴 새민련 은수미 의원이 자기보다 나이가 15살이나 많은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에게 "저보다 오래 사셨지만, 사용자와 기업가들의 생리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기업가들의 생리가 어떤지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고 했다. 이 얼마나 피감대상자를 무식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발언 인가.

이러니 김대환 위원장으로부터 "아마 저보다 세상을 덜 살아서 재벌과 사용자들을 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똑같은 어법으로 되치기를 당했던 것이다. 이처럼 은수미는 결코 하지 말아야할 질문을 하여 망신을 당했는데도 새민련 소속의 위원장이라는 김영주는 "위원들이 질의하는 것에만 명확하게 답변해달라"라고 개입했고 김대환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고 "질의도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오히려 반박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김대환 위원장이 꼬치꼬치 대꾸하자 새민련 이인영 의원은 "국감장에서 마음 속의 노여움을 그대로 노출하는 표현으로 질의응답하는 건 피해야 할 태도"라고 지원사격을 했다. 하지만 이인영의 이 발언은 김대환이 아니라 은수미에게 해야 할 말이었던 것이다. 마치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식이었다.

이인영 의원은 김대환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자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눈이 시리고 배알이 뒤틀려서 하는 인신공격이었겠지만 가슴속에 품은 분노의 목소리는 새민련 의원 자신들이 내놓고선 적반하장으로 몰아 갔으니 마치 김대환 청문회로 착각할 정도였다. 심지어 집나간 며느리에 비유하면서 전어 철이 되어 돌아 왔느냐고 비하한 이인영의 발언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꼴불견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더욱더 가관인 것은 준비가 덜 되었거나 해당 분야에 무능한 의원 일수록 다짜고짜 고압적이고 거만한 자세로 호통부터 쳐놓고 답변할 기회 조차도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피감대상자들은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하소연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니 피감기관에서는 특별히 고압적이고 거만한 '요주의 의원'들에 대한 리스트까지 작성하여 대처한다는 어이가 없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극히 예외적인 사례도 있었다. 재벌 총수급이나 엄청난 재력가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겐 저승사자와 같았던 강성 야당 의원들도 이상하게 나긋나긋하게 굴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정무위 국정감사장이 그랬다. 새민련 신학용 의원은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 대놓고 민원 청탁도 했다. 역시 돈 빨의 위력은 이제 1년 남은 권력보다 한수 위였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국민이라면 국정감사를 막장 요지경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저질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내년 총선에선 모조리 낙선시켜 이 같은 폐단과 악습을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