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리뷰

2015-08-17     김효진 기자

지독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안국진 감독의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지난 13일 개봉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참 열심히 살아간다. 하루를 보낸다는 표현보다 살아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배우 이정현이 주연을 맡은 수남도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했다"고 말하는 수남은 14개의 자격증을 땄지만 컴퓨터라는 신문물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영화는 계속된 수남의 도전을 보여준다. 어렵사리 취직해 결혼까지 했지만 귀가 안 좋은 남편은 비싼 돈을 들여 한 보청기 수술 부작용에 이어 세상 모든 불운을 가져왔나 싶을 정도로 안 좋은 일들을 겪게 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순수하고 순진한 캐릭터인 수남은 눈앞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남편의 소원이었던 집을 얻기 위해 신문 배달부터 식당 일, 건물 청소, 명함 돌리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지만 집값은 계속해서 치솟는다.

소원을 이루고 나니 원치 않은 일들이 수남을 찾아온다. 남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또다시 열심히 일하던 수남은 자신의 집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시행하고 또 겪게 된다.

영화에서는 눈, 코 없는 선생님 캐릭터라던가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보청기 광고, 따조로 눈을 찌르거나 세탁기에 사람을 넣고 돌리는 장면 등 요즘의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들이 많이 등장한다. 박찬욱과 나카시마 테츠야, 소노 시온 감독을 적절하게 섞은 듯한 요소는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수위에 대해 안국진 감독은 "사실 재밌으라고 넣은 장면들이다"라고 덤덤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정현은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뽐냈다. 올해의 여우주연상은 이정현 말고는 대체 불가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수남 그 자체가 되어 디테일한 요소까지 신경 썼다. 유약한 체격에 청순한 외모, 하지만 세상의 풍파를 직격으로 맡고 흐트러진 모습까지 여러 상황의 수남을 소화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세상에 맞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 작품은 안국진 감독의 시나리오와 이정현의 연기력이 결합된 올해 최고의 주목할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