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와 카이사르(J. Caesar)

하봉규 교수의 유머 쿠데타

2015-06-02     하봉규 논설위원(부경대 교수)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의 투항으로 정치 변호사 문재인 대표는 그야 말로 봄날(?)이 왔다. 한달전 재보선 참패로 야기된 당내 내분은 잠잠해졌고 의회 독재, 여야연합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한껏 고무된 문 대표는 당의 구호를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로 바꿀 것을 긴급지시했다. 그러자 예의(?) 홍보담당 특별보좌관이 못 마땅한 자세로 찾아왔다.

보좌관의 심기를 살핀 문 대표는 짐짓 모르는척 물었다.

"노 특보. 웬일이야."

보좌관은 문 대표의 사무적인 물음에 잔뜩 얼굴을 찌프리며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 답지않게 왠 승리 구호 입니까. 항상 야당은 조심하고 여당(적)을 살피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보좌관의 이유있는 항변에 문 대표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 하. 그러게 하지만 이제보니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면 큰일 날뻔 했다니까. 지난 패배는 패배가 아니었네"

대선패배 이후 문 대표가 오랫동안 마음 고생을 해온 이력을 아는 보좌관은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물었다.

"지난 대선 패배가 패배가 아니라니오. 당시 얼마나 뼈저리게 생각하셨는지 저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보좌관의 거듭된 지난 이야기에 문 대표는 이제 되었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제지하곤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 하. 그게 관점의 차이야. 만약 대통령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어. 그동안 애국 세력과 새누리당의 등살이 얼마나 자심하겠어. 그야말로 죽을 맛이겠지. 그것도 그거지만 평생 이렇게 좋은 당대표, 국회의원도 못하고 은퇴해야하는 운명 아니겠어?"

그제서야 보좌관은 문 대표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되셨다면 지금쯤 '빈사의 사자'가 되었겠지요. 사실 당대표, 국회의원이 보통 짭잘(?)합니까."

보좌관의 급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빈사의 사자'란 말을 듣자 갑자기 긴장하듯 말했다.

"방금 자네가 '빈사의 사자'라고 말했나. 지금 고립무원이된 대통령의 처지를 그 유명한 스위스 루체른의 '빈사의 사자상'을 떠올리다니 역시 명문대학 출신은 다르네."

평소 남의 칭찬에 인색한 법조인 출신 문 대표의 칭찬이 쏟아지자 보좌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빈사의 사자상'을 알아보는 안목이 감탄스럽습니다."

보좌관의 입에서 안목이란 말이 나오자 문 대표는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2000년전 J. 카이사르는 갈리아원정에서 첫 전투를 왜 하필이면 아름다운 스위스에서 했지?"

"? ! . . ."

이튿날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당원에게 당원간 인사는 히틀러(나찌)식 거수 경례를 하도록 긴급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