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만사핸통을 아십니까?"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나도 언젠가는 대권에 도전할 것이다

2015-05-29     이상우 추리작가

"그럼 만사형통이 아니라 '만사핸통'이겠네"

주경진이 문지수를 보며 농담을 건넜다.

"하긴 일본 사람은 만사형통을 만사핸통이라고 하더군요."

"만사는 핸드폰으로 통한다는 말씀이군요. 주 실장님은 역시 대선 캠프의 보석이야."

양천수가 주경진을 치켜 올렸다.

양천수는 모바일을 이용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젊은이 사이에서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로 꼽혔다.

꽤 쓸 만한 앱을 무료로 많이 제공했기 때문에 앱 애용자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다. 특히 앱의 스팸과 보이스 피싱을 걸러주는 무료 앱이 인기가 높았다.

부인과 공동으로 경영하는 IT홍보회사가 오혜빈의 대선 캠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 후보와 스캔들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부인 박소진 사장과 공동 대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 이름도 박소진-양천수 모바일 인스티투션으로 되어있었다. 부부 두 사람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여당뿐 아니라 남당의 홍보대행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천수와 박소진은 부부가 아니었다. 양천수는 미혼이고 박소진은 이혼 경력이 있는 연상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편의상 부부행세를 하며 여당과 남당 모두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앞으로는 모바일과 앱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어제 모바일 토론회에서 열을 올리시더군요."

주경진이 양천수의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 보면서 말했다. 양천수가 멘붕 연대 토론회에 나와서 하던 말이 머리에 떠올라 물은 것이었다.

양천수의 눈은 크고 시원했다. 두툼한 뺨과 잘 어울려 인심 좋은 젊은이 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주경진의 독심술은 깊이 숨겨진 양천수의 마음 한 조각을 읽어내는데 성공했다.

- 나도 언젠가는 대권에 도전할 것이다.

"요즘은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정치를 하러 덤비는 사람이 참 많아요."

주경진이 양천수의 마음을 떠보려고 슬쩍 말을 던져 보았다.

"맞아요. 티비에 얼굴이 좀 자주 비친다고 생각하면 며칠 뒤 국회의원 출마한다고 떠들더라구요. 법조인이나 교수는 좀 이해가 되는데, 연예인이나 시인, 작가들까지 그러잖아요."

문지수가 맞장구를 쳤다. 주경진이 양천수의 얼굴을 슬쩍 곁눈질했다. 그러나 양천수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핸드폰 이야기를 계속했다.

"만사형통이건, 만사핸통이건 간에 앞으로는 모든 시민 생활이 모바일을 통해 편리해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지금도 핸드폰 시대 아닙니까? 통신 수단에서 쇼핑, 은행결제, 메모, 심지어 각종 투표까지 핸드폰으로 이루어지지 않나요."

문지수가 주경진의 가슴과 아랫배를 훑어보면서 말했다. 문지수는 주경진만 보면 스킨십 욕구가 솟구쳤다. 주경진이 피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었다. 문지수의 욕구는 시도 때도 한계도 없었다.

"지금 모바일의 용도는 걸음마에 불과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모바일 사용 법안을 이미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양천수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의 큼직하고 두툼한 입술이 미소를 먹음었다.

"모바일 법률이라니오? 지금도 모바일이나 IP통신에 관한 법률은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데요?"

주경진이 딴청을 부려보았다.

"아니죠. 앞으로 모바일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주민등록증이 필요없게 될 것입니다. 모바일에 내장될 것이거든요. 운전 면허증과 교통 위반 딱지뗀 영수증, 의료보험 카드나 장애자 등급 증명서, 가족관계, 각종 주거 및 호적 서류, 학교 졸업 증명서 및 성적표, 은행 통장과 인감 증명 확인 앱, 사업자등록증, 소속회사의 등기부 내용, 각종 소득 내역 및 납세 증명서 등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모바일로 내장합니다."

양천수가 입에 거품을 물고 맹렬하다고 할 정도로 열을 올리며 설명했다.

"아이구! 그럼 복잡하고 번거로워 어디에 무엇이 들었는지 찾기도 어렵겠어요."

문지수가 혀를 내둘러 보였다.

"천만에요. 그래서 그것을 간편하게 정리해주고 불러 주는 앱이 다시 나옵니다."

양천수가 자랑스럽게 빙그레 웃었다.

"예를 들면 어떤 앱입니까?"

주경진이 물었다. 주경진은 양천수의 말에 상당 부분 동의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정말 그러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평소 상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데스크 탑이나 노트북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가입자 수천만이라고 으스대는 포탈들도 별 볼일 없는 시대가 곧 올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내가 토지 거래를 하는데 필요한 검색 항목과 서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은 단축 키를 누르면 차례차례 자동 검색과 서류를 다운 받아 순서를 정해 디스플레이 해줍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앱이 알아서 해야 할 행동을 일러줍니다. 식당에 가면 최근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 종류를 분석해서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추천해 줍니다. 공항 가서 출국할 때는 비행기 티켓과 출국 수속을 모바일 터치 한번으로 해결합니다."

양천수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흠. 모든 인생이 핸드폰 속에 다 들어있는 셈이군요. 그거 분실하거나 도둑맞으면 인생이 한 방에 끝나는 군요. ㅋㅋㅋ..."

문지수가 일부러 심술을 부렸다. 그러나 워낙 앳되고 귀엽게 생긴 얼굴이라 밉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 좋은 지적입니다. 분실하면 큰일이지요. 하지만 이 신형 만사핸통은 걱정 없습니다. 모든 모바일은 소유자의 DNA를 인식하고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몸에서 떠나면 모든 기능이 일시 중지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물건이 되지요."

"하지만 분실한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 아닙니까?"

이번에는 주경진이 물었다. 주경진은 트집을 잡았지만 양천수의 연구에 감탄하고 있었다.

"분실해도 어디에 있는지 위치 추적이 금방 됩니다. GPS를 이용한 추적으로 즉시 알아냅니다. 오차 범위는 30cm이내입니다."

"그걸 찾아내자면 위치 추적 법률이 바뀌어야하고, 또 이동통신 회사를 거쳐야하니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에요?"

문지수가 불평했다.

"법률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위치 추적은 통신회사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가족이나 함께 다니는 일행, 누구든지 미리 자기 모바일을 인식 시켜 두면 됩니다. 인식 앱으로 등록시켜 놓으면 분실했을 때 가족 모바일이나 일행 모바일의 앱으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흠, 그거 큰 일 날 짓입니다. 그럼 인식하고 있는 모바일을 가진 사람이 소유주가 지금 어디 있는지 위치를 금방 파악할 것 아닙니까? 그건 인권침해 정도가 아니지요. 감옥살이나 같지요."

주경진이 반박했다. 그러나 양천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잃어버리지 않으면, 즉 소유주와 함께 있으면 위치 추적 앱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양천수는 의기양양해 하며 말을 이었다.

"이만하면 만사핸통 아닙니까?"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