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독기서린 인사말, 친노 자살골

노무현 죽음에 대한 오해와 진실, NLL과 사초 은닉논란 재연의 불씨

2015-05-24     백승목 대기자

오늘자 뉴스는 23일 봉하마을에서 여야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고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제주(祭主)인 고인의 장남 노건호(41)가 원망(怨望)이 가득차고 독기(毒氣) 서린 인사말을 한 것이 아래와 같은 표제로 장식되고 있다.

◉ 조선일보 : 노건호, 김무성 향해 "권력으로 前대통령 죽음으로 몰고…" 직격탄

◉ 동아일보 : 노건호 "권력으로 아버지 죽음 몰아" 김무성에 직격탄

◉ 문화일보 : 노건호, 추도식서 김무성 '작심비판'…주변도 깜짝

◉ 한겨레신문 : 노건호, 김무성에 "전직 대통령 죽음으로 몰아" 직격탄

◉ 경향신문 : 노건호, 김무성 면전에서 직격탄 "아버지 죽여 놓고···"

표제를 어떻게 달 건 그야 취재기자와 해당매체 맘 대로겠지만, 공통점은 "노건호, 김무성, 권력, 아버지 죽음, 직격탄(작심비판)"으로 요약 된다.

그런데 막상 노건호의 인사말 전문을 읽고 난 느낌은 여러 매체가 전하는 내용과는 사뭇 다른 뜻과 숨은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먼저 "나라는 정치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바꿔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라면서 "5월은 한국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민주주의의 달로 계속 남을 것" 이라는 대목에서 5월의 민주주의 역사와 권력형비리혐의로 수사 중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도대체 어떤 면에서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국민들 뇌리에서 차츰 흐려져 가고 있는 "대통령기록물 유출과 NLL 문제 발언"을 불쑥 거론하면서 내년도 총선을 들먹이고 나왔다는 점이다. 퇴임직전 청와대 비서실을 동원하여 국가최고기밀인 대통령기록물이 고스란히 담긴 e-지원시스템을 서버 채 사저로 밀반출 반년 넘게 장물(臟物)로 은닉했던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려는 것인지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또한 10.4 회담 대화록을 통해서 드러난 노저자세로 일관한 노무현의 태도와 북 핵변론, NLL 무력화 등 문제 발언과 항간에 떠돌던 대통령기록물 사초 변조 의혹 등을 새삼스럽게 상기시키는 의도가 무엇인지도 파악이 안 됨은 물론이다.

특히 추도식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 "국가 권력 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 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한다는 등 선거구호를 방불케 하는 주장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권력을 이용하여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대목은 국민적 공감은커녕, 2004년 3월 11일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충격을 받아 한강에 투신 자살한 대우걸설 사장 고 남상국 씨의 억울한 죽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건호 인사말 곳곳에 원망이 배어 있고 집권여당에 대한 분노와 독기가 서려 있으며, 이를 통해서 친노 결집과 문재인 엄호, 노건호의 총선 출사표(?)라는 의미와 약자 선동, 종북비호(?) 등 효과를 노린 발언 인지는 몰라도 일시적인 친노 결집효과 외에는 부작용과 거부감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자충수 이자 자살골로 보인다.

노건호의 인사말로 인해 NLL과 대통령기록물 밀반출 절취 사건이 이슈로 다시 떠오르고, 문재인과 친노가 극력기피하려는 종북 논쟁의 재연이 불가피 해지면서 남상국 씨의 죽음 등 노무현 정권의 '권력 오남용'사례를 부각시켜 주는 우를 저질러 친노 문재인에게 보다는 물벼락을 맞은 김무성에게 반사이익을 주게 생겼다.

노건호 인사말은 단순한 노무현 6주기 추도사가 아니라 친노 결집을 노리고 궁지에 몰린 '문재인 일병 구하기' 대여 선전포고이자 2016년 총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정치 연설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아들 노건호나 부인 권양숙은 물론 형 노건평도 친노 장단에 놀아나 정치 놀음에 끼어들기 보다는 정치와 선을 긋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는 것이 노무현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노건호가 인사말을 스스로 작성한 게 아니라면, 이를 작성한자가 시쳇말로 X-맨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