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땅에서 저주 받은 사람들'이 생각 난다

민주화에 나라는 흔들리고 질서는 사라지고 경제는 도약을 멈추었다

2015-04-15     하봉규 논설위원(부경대 교수)

최근 무질서와 혼란이 난무하는 국내 정세는 오래전 읽었던 프란츠 파농의 저술 '자기 땅에서 저주받은 사람들'이 생각나게 한다. 아프리카 출신 파농은 식민지 아프리카가 당면한 문제는 전통과 고유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흑인들 서로간의 불신과 배척으로 보았다. 최근 국부에 관한 새로운 시각인 사회자본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오래된 파농의 저술이 불현듯 생각나는 것은 요즈음 겪게 되는 정치 사회적 참상을 목도하면서 이다. 최근 정국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단점이 극대화 되는 형국이다. 지도자는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이에 편승한 일부 과격파들은 무제한적 폭력과 시위를 일삼고 있다. 원래 민주주의는 문화적 교양이 바탕한 일류사회에 가능한 축복이다. 하지만 이 축복은 잡초 처럼 강인한 것이 아니라 화초 처럼 연약하다. 좋은 예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패망과 로마 공화정 말기 였다. 로마 멸망후 오랜 전란과 혼미에 마키아벨리는 민주주의는 취약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우연하게도 한국도 민주화 초기부터 '한국병'이란 국가 지도력의 실종이 국가적 현안이 되었었다. 그리고 지난 민주화는 지난 세대 미증유의 근대화를 달성했던 성공 국가 한국을 대표적 실패 국가로 만들었다. 김동길 박사는 최근 한국의 민주화를 "민주화의 미명하에 나라는 흔들리고 질서는 사라지고 경제는 도약을 멈추었다"고 평한바 있다. 실지로 역대 정부들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하고 부정부패, 외교실패, 자원배분의 왜곡, 정국 불안정을 예외 없이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민주화 30년은 단순히 "잃어버린 30년"이 아닌 것은 부패와 무능한 '검은 민주화'와 반역과 매국의 '붉은 민주화'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권의 문제는 새로운 가치관을 찾고 장기적 발전 계획을 마련하는 미래 제시적 지도력은 실종되고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국가 정체성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정치의 암울한 그림자는 법과 질서, 권리와 책임, 자유와 규율, 교양과 지성 등 정상적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이 왜곡되고 굴절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