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는 왜 번복했을까
동교동계의 선거 지원은 야합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기를
일주일 전반 하더라도 국립 현충원 DJ 묘역에 모인 과거 동교동계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매우 미심쩍기는 했지만 문재인 대표가 고전을 겪고 있는 이번 4.29 재보선에서 새민련에서 퇴출당한 옛 동교동계를 홀대한 대가를 문재인이 톡톡히 치를 것으로 전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자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동교동계가 4·29 재·보선에서 새민련 후보를 돕지 않겠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한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선거지원에 나서겠다고 함으로써 상황은 반전되었다.
동교동계가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는 동교동계와 문재인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박지원 의원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노회한 박지원의 처세술로 보아 말이 좋아 징검다리 역할이지 실제는 박지원이 뚜쟁이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과 박지원은 그제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전격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시간도 1시간 40분이나 되었다. 매우 긴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무슨 말인들 다 주고 받았을 것이다. 특히 두 사람만이 만난 자리였으니 정치적 거래가 있었을 개연성도 매우 높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이 끝나자 문재인은 4.29 재·보선에서 새민련이 승리하기 위해선 동교동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고 박지원은 동교동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권노갑 고문 등과 협의해 선당후사의 자세로 이번 일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박지원은 문재인과 회동에서 오고갔던 내용을 권노갑 고문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어제 권노갑은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4.29 재·보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총선, 정권 교체까지 모든 힘을 합치고 나아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선당후사'라는 말은 형용사에 불과했을 것이고 실제로는 정치적 거래에 따른 이득이 그만큼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유추되기도 했다.
문재인과 박지원의 회동이 끝난 다음 권노갑의 발언을 보면 참으로 야릇하기 짝이 없다. 권노갑의 발언에 따르면 '앞으로는 계파를 초월해 서로 배려하고 당 운영도 화합적으로 해 나가기로 문재인과 박지원이 합의를 봤다고 전하면서 당 운영은 주류 60%, 비주류 40%로 배합해 내려온 관행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앞으로 당직 배분에서 주류 60%, 비주류 40%의 배합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도 친노와 동교동계의 공천비율을 6대 4로 나누는데 합의했다는 광의의 다른 표현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이유로 동교동계가 입장을 번복했다면 문재인과 박지원의 단독회동은 회동이 아니라 추잡한 정치적 거래를 했을 것이므로 야합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새민련은 걸핏하면 민주주의라는 말을 전매특허 삼아 금과옥조처럼 사용하는 정치인이 많은 당이다. 이런 당에서 당직을 6대 4로 배분하고 앞으로 있을 각종선거에서도 공천 지분을 일정 비율로 나눈다면 새민련은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할 자격조차 없는 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특히 은퇴선상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주축인 동교동계가 40%의 지분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있을 공천정국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어 극심한 줄 세우기와 심각한 공천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가 없는 일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생성될 수밖에 없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중, 상도동계는 YS 아들 김현철 정도만 길길이 날뛰고 있을 뿐, 주축 세력은 이미 뿔뿔이 흩어져 결속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반면 동교동계는 아직도 새민련의 언저리에서 정치권 이득을 저울질하다가 이번에 4.29 재보선 지원을 빌미로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정치권에서 퇴축 당한 동교동계가 무슨 특출한 재주가 있기에 바닥 민심까지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을지, 관찰 대상이 아닐 수가 없다.
권노갑 고문이 선당후사를 앞세워 선거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관악을 지역구의 경우, 그 지역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까지 지낸 경력으로 가히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김희철 전 의원 측근들은 동교동계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세까지 잠재울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태호 후보와의 경선에서 0.6% 차이로 패배를 당한 김희철 측에서는 아직도 후보 경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을 하며 동교동의 선거 지원을 만류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으니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관악 주민들이 동교동계의 지원에 호응해 줄지도 알 수없는 일이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고서도 새민련이 패배를 한다면 이 패배는 동교동계의 패배가 아니라 문재인 개인의 패배로 귀결되어 정치적 장래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거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선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