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5.18(광주사태)의 재조명이 필요한가

우리에게 5.18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운명과 지혜의 문제이다

2015-04-01     하봉규 논설위원(부경대 교수)

재미사학자 김대령은 '역사로서 5.18(1-3)'에서 이념대립의 돌쩌귀로서 광주사태에 대한 재조명을 출판의 근거로 들고 있다. 지역민으로 또한 직접 현장에서 시위참여자로서 학자로서 사명감을 보여준다. 반면 조갑제의 '광주사태'는 첫글부터 북한(특수)군의 개입에 대한 일축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다음페이지에 자신은 광주 취재가 23일부터 27일간 불과 5일간에 이루어진 것으로 언급한다. 이름난 보수논객의 책으로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존재의 가벼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5.18(광주사태)은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이다. 왜냐하면 민주화와 함께 정치적으로 면죄부를 받은 지역과 당사자들은 각종 특혜를 누리는 한편으로 각종 분야에서 끊임없이 반국가행위와 국가정체성 파괴를 자행하며, 심지어 교육현장에서 미래세대들 마저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만ᆞ박정희의 나라가 김대중ᆞ노무현의 나라가 되고 있다"는 한탄의 소리가 메아리 치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아 지적 충족감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국가와 사회 구성원간의 기본적 소통자산으로 나아가 국가정체성과 국가적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전후 냉전시대를 주도한 미소 양국은 이런 점에서 대비되었다. 왜냐하면 소련은 이념(체제우위성)을 강조하는 교육에 전념했지만 미국은 자국의 역사를 중심한 시민교육에 전력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의 승리로 귀착된 것이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은 이런 점에서 역설적이었다.

한국의 역사는 건국기(1940-50년대), 근대화기(1960-80년대), 민주화기(1987체제)로 뚜렷이 구분된다. 그리고 민주화기는 건국기, 근대화기와 달리 단임제하에 정권교체는 주(단)기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소위 좌우(보수 vs 진보) 정권교체도 함께 했다. 그리고 민주화 초기에 나타났던 소위 '한국병'이란 국가지도력의 실종은 장기화 되어 김동길 박사의 " 민주화의 미명하에 나라는 흔들리고 질서는 사라지고 경제는 도약을 멈춘 " 암흑기를 경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민주화가 심각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효과성 즉 국가정통성을 중심한 국가정체성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정권들이 경유하면서 개혁과 쇄신을 외쳤지만 결국 실패한 것은 단순히 방법론적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이다. 일찍이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다의 말처럼 "연속적 실패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는 바로 '붉은 민주화(Red Democracy)'의 유령 즉 5.18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고해 보면 5.18은 당초 박정희 대통령 시해(1979.10.26) 이후 혼란기에 발생한 특정지역의 시민소요(코뮌)였다. 이것은 유신체제란 권위주의하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인 '부마사태'와 달리 다분히 반역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실지로 많은 참가자들의 증언과 후일 수집된 여러 정황과 자료는 5.18이 단순히 특정일에 발생한 우발성이나 지역(도시)이나 시민에 국한되지 않는 외부 요소의 개입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 심지어 광주사태 당시 북한은 발발과 동시에 인민봉기로 규정하였으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생중계를 하였다. 그리고 2년후 두권의 관련서를 출판하고 경향 각지에 5.18을 기념하기에 이르렀다.

5.18은 건국 70년으로 가는 중간의 기착점에 있다. 35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접근 가능한 자료는 앞의 책을 비롯하여 지만원 박사의 여러 책이 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군과 5공의 관련자들은 빠져있다. 이 과정에서 5.18은 "군이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식의 단순한 유어비어를 넘어 국군의 명예와 자유 세계의 일원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문제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여기서 김영삼(YS)을 중심한 민주세력들의 무뇌식 접근도 한 몫 했다. 김영삼 정부하에서 소급처리된 (신군부의) 군사반란 재판이 그것이다. 신군부는 내부적 부패로 자신들의 추행으로 정작 군과 나라의 명예를 더럽힌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5.18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운명과 지혜의 문제이다. 35년이 지났으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리가 되지 못한 것은 단순히 관련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는 바로 국가의 법정" 이라는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마르크스의 역사관과 함께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끝없는 대화" 라는 국제정치학자 E.H.Carr의 명언이 떠오른다. 또한 미래는 과거(현재까지의 경험과 자원)와 현재(선택과 방향)의 결합이라는 사회과학의 정리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