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스템적으로 몰락하는 중

문고리가 없어져야 대통령이 장관 및 수석들과도 토의 한다

2015-01-19     지만원 박사

일하는 장관이 눈에 안 보이고, 일하는 수석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존재감을 상실해 있기에 공무원들은 팔짱만 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로부터 매 맞기에 바빠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해줄 수 없다. 복지비는 우박처럼 쏟아지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복지비가 새나가고 있을까? 여기에 가장 많은 비리가 있을 것 같은데도 감사원 공무원들도 일반 공무원들처럼 삐딱한 마음으로 세월이 가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증세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걷힐 수 없는 규모의 복지비 135조를 걷으려니 세무조사가 기승을 부린다. 세무 공무원들은 뇌물 받고 세금 깎아주는 거래를 할 것이다. 거래조차 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는 수도 없이 문을 닫고, 수많은 지역에서 공단 전체가 통째로 사라질 판이라 하지만, 어느 언론사 하나 이런 걸 보도해 주지 않는다.

증세는 하지 않고 세금을 더 걷으려다 보니, 연말 결산 방식을 슬쩍 바꾸어 속임수를 쓰다가 유리지갑 근로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분노는 금방 시들 수 있는 분노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담배 값을 올려, 서민들의 짜증을 사고 있다. 어설픈 복지비로 인해 공무원들이 연금을 박탈당할 판이다. 이어서 군인 교사들도 뒤를 따를 모양이다. 이런 연금 탈취 드라이브가 포기 되지 않는 한 공무원 군인 교사 등의 분노 또한 휴화산처럼 폭발할 때를 기다릴 것이다. 모두 다 빗나간 복지, 국민 정신병들게 하는 복지 때문이다.

사회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 졌으면, 육아원 도우미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폭행들을 연일 자행하는가.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일장 연설을 하고 호소해야 할 찰나이지만 대통령은 나설 사람도 아니고 나선다 해도 귀담아 들을 국민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력해야 공무원을 움직이고 모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엔진인 청와대가 만성 찜바를 한다. 이 찜바는 일시적인 것일까 만성적인 것일까. 곧 멈출 것인가 아니면 더욱 더 악화될 것인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찜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될 것 같다. 국가에 믿고 따르고 싶은 리더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공무원을 통해 정책을 수행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세종시 이전문제로 인해 처음부터 적대적이다. 장관 및 수석들과도 대면하기 싫어하는 대통령이 언제 공무원들을 상대로 애정과 신뢰의 통로를 열었겠는가?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주문하듯이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전환을 하지 않는한, 한국 사회는 지금으로부터 충격 신드롬에 빠져 올 한 해를 보낼 것 같다. 그런 변화를 인지 할 수 있는 유일한 리트머스시험지가 있다.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에 문고리 3인방을 청와대 밖으로 내보내는 결단이다. 두 사람을 내보내고 한 사람은 그냥 두겠다 하는 것도 아마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 같다.

문고리가 없어져야 대통령이 장관 및 실국장과 토의하고 수석들과도 토의 한다. 이런 계급들과 어울려 터놓고, 보고 받고, 토의하고, 지시에 해당하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15년씩 묵은 위험한 문고리들이 필요 없다. 군에서도 유능한 장군들은 자기 사람들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과연 박근혜는 이 문고리들과 과감히 이별을 할 수 있을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필자의 직관으로는 절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대통령에게 직접지휘 능력(수뇌들과 함께 어울려 보고받고 토의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내공)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없기 때문에 필터 능력이 협소한 문고리를 통해 간접지휘를 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필자의 직관이 맞는다면 이후의 정국은 참으로 비관적이다. 지금의 쏟아지는 사태들은 원체 구조적인 것들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하고, 거기에 제갈공명을 한 두 사람 더 얹어준다 해도 1년 이내에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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