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당한 안철수의 마지막 남자 금태섭

파리가 준마에 붙어 천리 길을 갈려고 했었나

2014-07-08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안철수의 마지막 가신 금태섭이 새민련 대변인 직을 사임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7.30 재보선에서 동작 을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유가 결정적 작용을 했을 것이다. 금태섭은 안철수가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부터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정치권에서 빛을 보기 위해선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져있다. 금태섭이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크나큰 실망을 하여 길길이 흩어질 때에도 금태섭 만은 떠나지 않았다. 끝까지 지키고 있으면 국회의원 금뱃지 하나 정도는 자신에게 돌아 올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금태섭은 줄을 잘 못 선 마지막 안철수의 남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태섭은 안철수가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구 민주당과 합당을 할 때, 다른 사람은 반대를 표명하고 떠났을 때도 금태섭은 합당 찬성의견을 내면서 안철수에게 힘을 보탰다. 밀어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이 올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런 연유였겠지만 금태섭은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출마도 포기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게 되면 재,보선 지역이 그를 살갑게 맞이해 줄 것으로 크게 기대했을 것이다.

마침 당의 대변인으로 낙점도 받았으니 금태섭의 꿈은 점점 더 자신의 기대와 부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라는 백그라운드도 든든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금태섭은 안철수의 이름만 차용해간 새민련의 뒤통수 잘 치는 습관성 버릇만은 모르고 있었다. 구 민주당 출신들은 굴러온 돌이자 미운 털이 박힌 안철수의 사람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 공천 때, 새민련 내에서는 안철수에 대한 구 민주당 출신들의 불만은 잠재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표시를 내지 않고 있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에 출마했던 강운태와 이용섭에 동조하는 동향 의원들이 그런 세력들이었다. 이 세력은 안철수의 사람인 윤장현이 광주시장에 출마했을 당시부터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었던 부류들이었다.

강운태나 이용섭을 은근히 밀었던 이들이 안철수를 좋게 인식할 리는 만무한 일이었다. 금태섭이 노린 '동작 을' 지역구는 원래 안철수 사람이 눈독을 들여선 안 되는 지역이었다. 그것을 안철수가 간과했다. 금태섭이 '동작 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안철수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하자 안티 안철수 세력은 조기에 칼을 뺐고 그 칼날의 끝은 금태섭을 향했다. 들리는 소식통에 따르면 칼을 내려친 장본인은 감한길 대표였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한길은 안철수를 잘 알고 있었지만 안철수는 김한길을 몰랐던 이치가 성립된다.

금태섭이 대변인 직에서 사임했다는 의미는 안철수 곁을 떠나겠다고 하는 마지막 선언이나 다름없는 결별의 시그널에 가까운 말이다. 물론 본인은 당직만 사퇴하고 당원으로 남겠다고 한다. 윤여준도 비슷한 소리를 했었지만 결국은 결별하고 말았다.

이로서 안철수 곁에 있었던 가신들은 모두가 떠나는 형국에 돌입했다. 어차피 안철수는 구 민주당과 합당할 때부터 용처가 있을 때까지만 얼굴을 내세울 '가케무사'에 불과했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나 용도폐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 일반국민들의 눈에 비친 예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치는 멀리 내다볼 능력은 부족하다면 자신의 눈앞에 날아오는 독침 정도는 당장 피할 수 있는 예지력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당의 조직은 일반기업과 같을 수가 없다. 안철수가 일반 기업의 대표라면 금태섭 정도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자리와 직위를 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 세력이 존재하는 정당에서는 세력이 없는 안철수는 허수아비와도 같은 모습이다.

이제 금태섭 마저도 떠났으니 안철수를 지원해줄 우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철수는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와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작 을'에는 박원순의 사람 기동민이 공천되었다. 기동민은 동작 지역구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기동민은 원래 광주 광산구에 출마하기를 원했던 사람이었다. 사무실까지 내고 이미 활동에 들어간 사람을 차출했다는 것은 안철수에게는 빅 엿을 먹인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모욕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그리고 기동민이 출마하려고 했던 광주 광산지역구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광주의 딸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전 수서 경철서 수사과장 권은희에게 공천을 주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가 막힌 돌려막기식 전환배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철수는 무엇을 느꼈을까, 자기 사람을 거두어주지 못하는 리더는 언제나 고립무원 속에서 헤매기 마련이다. 당권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어차피 쟁취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사람은 일단 챙겨놓고 보는 것이 세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리더의 자세다.

하지만 안철수는 마지막 남은 단 한사람의 가신도 챙겨주지 못했다. "파리가 준마의 꼬리에 붙어 천리 길을 간다"는 말이 있다. 새민련 내에서의 안철수의 위상은 준마는 고사하고 조랑말조차 되지도 못했다. 또한 금태섭은 준마는커녕 조랑말 꼬리에 앉은 파리 신세보다도 못했다. 이것이 안철수의 한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