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근절, 과연 경찰만의 몫일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부부싸움은 범죄'

2014-06-03     양승용 기자

‘계절의 여왕 5월’의 따사롭고 포근하던 햇빛이, 이제는 무더운 여름의 위풍당당하고 뜨거운 태양빛으로 변모하고 있다.

계절이 또다시 한번 바뀌어감에 따라 ‘어느덧 올 한해도 반절이나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찰은 그간 4대 사회악 중 하나인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각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이 지정되고, 가정폭력 발생 현황을 분석·관리해서 피해자 상담·치료지원 및 가해자 성행교정 등 재범방지에 힘쓰고 있다.

그러면 과연 가정폭력 근절이 경찰만의 몫일까?

가정폭력 관련 업무를 중점으로 해오다보니 경찰력 또는 형사적인 제재만으로는 가정폭력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해 ‘가정보호사건’을 적극 활용하여 처리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이는 형사적인 처리의 한계를 명확히 꿰뚫어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껏 가정폭력의 형사적인 처벌은 아주 중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기소하는 건수도 드물었고 기소가 이루어지더라도 벌금납부라는 1회적인 처분으로 매우 간명하게 종결되었던 것이 다수였다.

이에 반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게 되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치료위탁, 상담위탁 등) 결정으로 종결됨으로써 가해자에게는 전과도 남지 않고 벌금을 내는 일도 없이 가정관계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가정폭력 사건 신고 후 보호처분 결정시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소요되어 피해자의 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은 물론 검찰, 법원단계에서도 가정폭력 사건처리의 기한을 명시하여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가정폭력과 관련하여 법·제도적인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

현장출동 경찰관에게 ‘현장출입·조사’ 권한이 부여되었고, 경찰관 직권으로 가해자 퇴거 등 격리, 접근금지 등을 현장에서 결정하고 사후에 검사·판사에게 이를 신청하는 ‘긴급임시조치’ 권한도 부여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직 미비한 점이 많이 있다.

현재 현장출동 경찰관이 가해자 격리,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 결정을 하였을 때 가해자가 이를 현장에서 거부하는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 이는 하루빨리 보완되어야할 문제이다.

독일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공동주거의 인도청구’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가해자가 집을 떠나고 피해자가 집에 남는다’ 라는 모토를 가진 이 규정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주로 집에서 나와 쉼터 등으로 피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많은 주(州)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의무적인 체포법령을 제정하는가하면, 피해현장에서는 경찰관과 판사가 직접 유선 등으로 의견 교환하여 1~2시간 내에 법원의 결정으로 출동경찰관이 현장조치를 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원의 결정 등이 통상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보았을 때 상당히 비교된다 하겠다.

앞에서 보았듯이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단순히 경찰의 노력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정폭력은 범죄’ 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변화와 함께 현장 경찰관들이 자신 있게 공권력을 집행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부분이 빈틈없이 마련되어야한다. 또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 엄하게 의율 해야 하며 그 외의 경우는 가정보호사건 및 민사적 보호 장치를 활용하거나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 전반에 대한 회복을 도모해야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부싸움은 범죄’ 일수도 있다고 말이다.(천안동남경찰서 여성보호계장 경감 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