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인쇄소 골목의 생동감

디지털로 살아나는 인쇄업

2014-02-07     이인석 기자

막혔다가 트이고, 움츠러들었다가 펼쳐지는 골목의 풍경은 끈질긴 인쇄인들의 삶이 녹아나는 생생한 면모이다. 고층건물들이 적잖게 늘어선 충무로와 을지로3가역 주변 대로변 뒤편, 도심 속의 이 골목에는 거미줄 같이 나 있는 길을 따라 오래된 인쇄소와 작고 허름한 인쇄업체들이 여기에 다모여있다. 모이게 된 것은 일제시대 때부터 이 일대에 자리 잡은 영화관들로 인해 영화 홍보 전단을 인쇄하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인쇄 골목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밤을 새워 일해야 밥값을 벌 수 있는 가난한 인쇄 노동자들을 위해 싼 값에, 그러나 밥 한 그릇에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는 이들에게 정성을 다한 밥을 짓고 파는 가게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생겨난 길과 집과 사람들이 함께 나이를 먹은 곳이기도 하다.

골목 안, 한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않아보면. 시골의 한 처녀와 시골의 한 총각으로 만나 서울로 올라온 지 주름살이 패인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인정이 사람들을 맞는다. 이 골목,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이들과 벌써 많은 정이 들었다. 서울로 올라와 살아온 지난 얘기를 들려주고, 10년 넘게 이곳에 있으면서 다른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 15년, 꼭 오래 살아야 고향인가. 인쇄업을 천직으로 알고 외길을 걸어온 인쇄 봉투업을 하는 이도 있다. 인쇄소 직원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법인을 설립하고 어였한 주식회사의 면모를 갖추고 후세들을 위한 사업으로 키워가고 있는 ㈜정문패키지 이덕호씨는 앞으로의 인쇄업은 디지털 인쇄기술이 성공을 좌우 할것이라고 말한다.

이덕호씨 는 고향이 그립고 어려울때면, 이곳에서 만난 낯선 이들을 고향사람으로, 그래서 위안을 받고 열심히 일을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이제는 조금은 한가해 지는 인쇄소 골목에서 그래도 찿는이가 멈추지 않는 사업장 만들기에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단다.
 
충무로의 인쇄소 골목은 이런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누구에게든 술 한 잔에 자기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지게 하는 곳이다. 인쇄소 하면 딱딱하게만 느껴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런 골목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안을 받게 되는 듯하다. 그런 은은한 기운이 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은 저녁이면 하나둘 일을 끝내고 식당에 모여 앉아 하루의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1966년, 서울의 오래된 집들을 밀어붙이고 직선으로 뻗는 길을 놓기 시작할 때 서울의 인구는 350만명이었다. 을지로와 충무로의 골목은 그렇게 직선으로 맹렬하게 밀어붙인 도시개발의 기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도시의 삶과 역사의 한 기념관이며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의 증언들이다.

고층건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돼 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또 하나의 랜드마크, 진정한 서울의 문화재는 아마도 이 골목, 인쇄소들이 꿈을 이루고 있듯 골목의 사람들이 펼쳐 보이는 인쇄인들 이 아닌가 생각을 하며 이들에게 파이팅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