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대박, 북한은 불루오션? 제발 꿈좀 깨라

가장 위험한 현상은 전방 장병들의 '정신적 해이' 들뜨는 것이다

2014-01-16     지만원 박사

통일은 대박이고, 통일만 되면 북한이 불루오션이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최근 대통령과 언론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통일이 대박이라는 이유들을 열거 하면서 지면들을 도배하고 있다. 국민이 원하기만 한다면 금방이라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50% 이상이나 되는 국민들이 통일을 그다지 시답지 않게 생각 한다며 애국자인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지난 연말, 국정원장이 내부 회의에서 2015년을 통일 원년으로 삼자며 결의를 모았다는 뉴스가 떴다. 동시에 북한의 장성택 파 고위간부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와서 합동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도 떴다. 이어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통일은 대박" 이라고 했다.

지금에 와서 추측하건데 아마도 탈북한 고위 인물로부터 무슨 기막힌 이야기를 듣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하면 아무리 논리적 현실적으로 따져보아도 통일이 될 것 같지 않은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렇게 빨리 통일이 된다고 국민에 공표할 정도가 된다면 필시 우리가 모르는 상식과 논리를 초월하는 비상한 이벤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김정은 정권이 곧 붕괴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급변사태"에 기대를 건다. "급변사태"가 통일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 즉 급변사태가 곧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대통령도 국정원장도 전문가들도 언론들도 아마 이와 같이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12번 발생하고, 정권이 12번 바뀌어도, 통일은 오지 않는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논리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심은 것이 있어야 거두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는 통일을 위해 북한에 심은 것이 없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우리 마음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일부 탈북자들이 날리는 삐라도 경찰이 나서서 날리지 못하게 제지한 것이 엊그제의 일이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심었고, 그 심은 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여 흡수통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상상해 보아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1961년에 체결된 조중방위조약에 의해 중국이 깊이 개입할 수는 있어도,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 무장을 해제시키고 북한 행정을 접수하는 일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곧 '북침'이 되는 것이요, 북을 접수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한국군은 북한의 계엄군과 전쟁을 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와 함께 동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의기투합하여 북한을 무장해제시킨 후 한국에 인계하는 기적이 발생 한다면 몰라도! 북한군 전체가 총을 거꾸로 들이대고 남한을 선택한다면 몰라도! 그러나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에 대해 열변하는 전문가들에 부탁한다. 그리고 정부에 부탁한다. 통일이 어떻게 해서 단시기에 이루어 질 수 있는지 그 비전을 좀 말해주기 바란다. 통일이 내년 정도에 될 것이라고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말했고, 주요 언론매체들이 분위기를 한층 고조 시키고 있는 지금, 들뜨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들 뿐일까?

가장 위험한 현상은 전방 장병들이 들뜨는 것이다. "내년 정도에 통일이 오고 대박이 터진다는데, 설마하니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려고?" "훈련은 무슨" 정신적 해이가 올 수 있다. 지휘관들이 나서서 아무리 다독거린다 해도 한번 들뜬 젊은 장병들의 마음을 가다듬게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내년 정도에는 대박이 터진다는데 노동자들, 실직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북한에 빨리 투자하려면 현금을 쌓아 두어야 한다", 이런 생각 하지 말라는 보장 있는가? 국민의 마음을 휘어잡아 한곳으로 매진해도 부족한 이 시점에서, 도대체 대통령과 국정원장과 언론들은 어째서 국민의 마음을 쓸 데 없는 일에 들뜨게 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에 급변사태가 100번 일어나고 정권이 100번 바꾸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북한 내부의 일일 뿐, 결코 통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을 하려면 '급변사태' 라는 감이 저절로 떨어질 때를 바라지 말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

"북한은 불로오션?" 어디에서 많이 듣던 소리다. 2008년 11월 27일, 김대중은 북한을 다녀온 민노당 강기갑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이런 말을 했다.

"민노당과 민주당이 손잡고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역주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지하자원과 관광 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 북측으로 가는 게 우리의 살길이고, 퍼주기가 아닌 '퍼오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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