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진단

지시만 기다라는 장관들 왜 뽑고, 왜 그렇게 만들었나

2014-01-02     지만원 박사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 진단

모범적 리더의 속성(attributes)

국가는 행정의 객체가 아니라 경영의 객체다. 경영은 수많은 타인들의 능력을 발휘케 하여 목표를 달성시키는 능력이다. 국가경영자는 행정자가 아니라 리더여야 한다. 목표를 제시하고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목표달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현장을 통해 결과를 점검해야 한다. 동기를 부여한다는 말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배터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energizing others).

관료주의(Bureaucracy)는 '생산성을 파괴하는 적'(Productivity's enemy)이다. 조직은 신뢰, 열정, 자유(Trust, Excitement, Informality)로 가득해야 한다. 빠른 물살에 얼음이 얼지 못하듯이, 의욕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속에는 관료주의가 자랄 수 없다.

'더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의미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는 더 위대한 지혜'(Greater Intellect)를 의미한다. '아이디어의 질'은 '수많은 참여'에서 나오는 것이지 '계급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비전을 만들어 내고, 타인들로 하여금 그 비전을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일하고 싶어 하도록 열정을 불러주고(Energizing others), 스스로는 학습문화(Learning culture) 속에서 아이디어에 목말라 하고, 보스가 아니라 코치로 역할해야 한다.

코칭십의 경영은 1%의 지시와 99%의 현장 확인으로 구성된다. 현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유발시켜 즉시 즉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번 지시한 사항에 대해서 그리고 리더가 내건 목표에 대해서는 "내가 늘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자주 내보내야 한다. 집요성을 나타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어쩌다 한번 해 본 소리일꺼야" 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상이 필자가 찾아낸 가장 훌륭한 리더십의 속성이다.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의 속성

<비전도 토의도 없다. 그래서 아래가 움직이지 않는다>

5년 동안의 국가목표도 내놓지 않았고, 내놓은 비전도 없다. 임기 중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것이다.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협조해주지 않는다" 역대 정권의 말기에나 나타나는 현상들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기에 퍼지고 있다. 새해 초, 국무총리 산하 1급 실장급 공무원 10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정부 부처로 확산될 모양이다. 고위공무원들이 움직여주지 않았다는 데 대한 칼바람이다. 사람들은 많이 있는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청와대에 가득 찬 것이다.

<지시만 기다라는 장관들 왜 뽑고, 왜 그렇게 만들었나>

며칠 전, 대통령은 "장관들이 철도 파업을 남의 일 보듯 한다"고 질책했다. 부처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장관들이 많이 있다. 나서야 할 입장에서도 나서지 않는 장관들도 많다고 한다.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장관들, 부하 공무원들에 휘둘린다는 장관들도 있다. 장관들이 청와대 실세 참모들에 부담을 느끼고 눈치를 본다는 말도 들린다.

장관들은 대통령이 발언하는 내용만 수첩에 적고 그 말씀이 여러 부처의 융합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면 아예 손을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딱 부러진 지시가 내려오면 그것만 한다고 한다. 수첩장관이요 해바라기 시녀들인 것이다. 박근혜가 임기 초에 그토록 매달렸던 미래창조과학부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 자체가 없다.

청와대에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연락관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통해 각 부처에서 올라온 안건들을 조율하고 토의하고 융합안을 창조해내는 사령탑이 없다. 박근혜를 따라 청와대로 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행여나 튀는 존재(완장)로 부각되어 대통령에 잘릴까 무서워 6시에 칼퇴근을 한다.

<대통령이 뭘 원하는지 아는 장관들 이렇게 드물어서야>

대통령이 말을 잘 안 하니 대통령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서 행동할 장관이 없다. 지금 국가를 움직이는 모든 지시는 대통령이 한다고 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 무슨 메커니즘을 통해 그 많은 지시내용을 창조하고 있을까?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 아니다. 현장식 토의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창의력을 자극하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지금은 문화에 의한 통제를 하는 세상이다.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은 이런 걸 좋아한다"는 데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일일이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서도 알아서 일을 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대통령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구멍가게 급 사장도 이렇게 하면 망한다.

<현장 확인 없는 리더십>

전남 대불산단의 전봇대, 기업과 국민의 애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상징이었다. 10m 높이의 전봇대 때문에 20∼30m 높이의 트레일러가 통과할 때마다 전선을 절단했고, 그때마다 300여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런 전봇대가 그 지역에 수십 개 있었건만 이명박은 그 중 오직 한 개만을 뽑았다. 이런 걸 놓고 여당 대표와 총리가 잇달아 현장을 방문하면서 선전을 했다. 지시와 시범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박근혜는 같은 내용을 '손톱 밑 가시 제거'로 표현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는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 건수는 2012년 12월 말까지 7,531건이었으나 박근혜 시대인 2013년에 7,609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며 만들어낸 규제들이 대기업을 죽이고, 중소기업까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경영과 과학에 대한 학문적 이론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해도 국가사회를 개선하지 못한다. 과거에 필자는 감사원 및 국방부 특검단 요원들과 함께 방위사업체 공장들을 감사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감사관들이 처벌의 대상이라고 기록해온 내용들 대부분이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것이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이고, 그 차이는 학문적 이론에서 발생한다. 학문적 이론이 무시되는 사회라면 무엇 때문에 고행과 극기를 거듭하며 학위 공부를 하는가?

박근혜 리더십의 속성을 보면 지금 박근혜는 이 글의 맨 처음에 간략하게 나열돼 있는 모범적 리더의 속성(attributes) 중 어느 것 하나 갖춘 것이 없다. 브레인스톰은 목에 걸고 사는 목걸이처럼 리더가 목에 달고 살아야 하는 필수품이다.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대통령이 단편적이고도 지극히 상징적인 철학적 언어만 계속 쏟아낸다면 이 나라는 앞으로 4년간 '리더십이 실종된 국가'로 굴러가게 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리더는 목표를 손으로 감지할 수 있게(tangible) 확실하게 주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판에 박힌 지시, 막연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 국방장관과 국방과학연구소장 등을 청와대로 불러 "이게 M16 소총 이다, 이게 박격포다, 이게 전화기다, 이와 똑같은 것을 빨리 만들어 와라" 이렇게 지시했다.

"국방력을 강화하라" "국방비가 새나가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라" 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에 특명검열단(특검)을 만들어 대통령에 직보를 하게 만들었다. 한 팀은 밤중이나 새벽에 수시로 전방에 나가 비상을 걸어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이를 대통령에 보고했고, 또 한 팀은 국방부-합참-국방과학연구소-조달본부에서 발생하는 율곡 및 군수 비리를 발굴하여 대통령에 보고했다. 이처럼 지시 자체가 일을 해내는 게 아니다. 시스템으로 보장해야만 이행되고 집요한 현장 확인으로만 완수된다.

"원칙을 지켜라" "비정상을 정상화시켜라" 이런 식의 지시로 사회가 진화 한다면 이는 기적일 것이며, 리더십 이론의 붕괴를 의미할 것이다. 세계인이 모두 경계하는 관료주의, 매우 불행하게도 지금의 박근혜정부에 만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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