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끊었다

걷기와 등산이 최고

2013-08-27     배이제 논설위원

제 돈 펑펑 쓰며 미치도록 즐기는 세 가지 운동이 있으니 “앉아서는 마작이요 서서는 골프, 누워서는 섹스”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골프라는 것은 기가 차게 말도 안 되는 운동이며 생각할 수 록 우스운, 병신이 육갑이나 떠는 짓거리라고 친구가 귀뜸 했다.

운동 같지도 않은 것이 하고나면 즐겁기나 한가 친구 간에 우정이나 돈독해지기나 하나 열은 열대로 받고 시간은 시간대로 날아가고 돈은 돈대로 들고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골프공 하나에 짜장면 곱배기 값인데 물에 빠트려도 산신령에게 바쳐도 허허 해야지 상 찌푸리면 인간성 의심받기 십상이다.

원수같은 골프채는 무슨 금덩어리라고 드라이브란 놈은 최저가가 32인치 디지털 태레비 한 대 값이다. 환갑 지난 나이에 거리 더 내겠다고 오늘 사놓으면 한 달 뒤엔 구형이 돼버려 또 다른 새 것 장만에 등이 휜다.(일행과 격을 맞추려고)

회원도 아닌 놈이 공 한 번 치려면 부킹은 얼마나 어려운지 이 선 저 선 달아 나가면 첫 홀부터 후회가 막급이다. 한여름 땡볕을 한 뼘이라도 피할 수나 있나, 엄동설한 세친 바람에 누가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기를 하나, 치는 공마다 툭하면 난을 쳐대니 군제대한 지가 얼만데 각개전투를 해야 하고. 공이 갈만한 자리를 전부 모래벙커로 심술이다. 처자 엉덩짝 만한 데다 퍼팅 홀이란 구멍을 뚫어놓고 그곳에다 쏙 집어넣어야 한다.

구멍 넣기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자주 넣어 본 놈이 탁월하다. 초짜는 근처에 가지도 않고 죽어 버리고 어쩌다가 힘들게 들어갔나 싶더니 구멍을 맴돌다가 빠져 버린다. 긴 퍼팅은 무슨 산삼을 먹어 그리 힘이 세냐고 욕먹고 짧으면 소신 없다고 욕 먹는다.

돈 몇 푼 따면 곱빼기로 밥 사야하고 잃고 나면 배가 고파도 눈치 보아야 하고 이글이나 홀인원이란 걸 하고 나면 일행 셋에게 19번 홀로 끌려가서 등골 휘도록 뜯어 먹혀야 한다. 그래서 홀인보험까지 생긴 모양이다.

요놈의 운동이란 것은 잘 쳐도 욕, 못 쳐도 욕, 자주 쳐도 욕, 자주 안 가면 궁상 뜬다하고 시끄럽게 친다고 욕, 점잖게 친다고 욕, 원색 차림은 왠 날나리? 칙칙한 차림은 왠 문상객? 수군 댄다. 자기 돈 내고 쳐도 욕, 접대 받고 쳐도 욕, 남녀동반은 바람났다고 소문나고 남자끼리만 자주 가면 호모로 의심받는다. 티업 시간에 단 일 분만 늦어도 이후는 거의 왕따다.

이래 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운동인데 많고 많은 스포츠 중에 왜 골프냐고 부자에게 물어보면 열 중 열 모두가 하는 말이 “미치도록 재미가 있어서”라고 해대니 가난한 우리가 어찌그 재미를 짐작하리오. 나도 어떤 재미에 40년을 빠져있지만 그것은 등산과 걷기로 심신 양면에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