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포기한 책 권하기, 도서관이 책임진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 책을 권하다’ 독서프로젝트 화제...3인 사서가 구연동화처럼 열성적인 책 소개 재미와 몰입 이끌어

2013-04-30     고병진 기자

“대한민국 성인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이 얼마나 될까?”

리서치 기관이나 매체별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분을 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스마트폰이나 멀티미디어에 밀려 출판과 도서의 영향력도 나날이 줄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공중파 TV에 편성되었던 ‘독서 프로그램’도 모두 폐지됐다.

책의 위기는 문화의 위기다. 나를 위한 지식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를 위한 지성의 문제이기에 문화의 위기는 책임감과 지성의 위기다.

이는 당면한 문제다.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회, 지성이 침묵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에서 운영하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책 권하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소식지나 서가 한편에 놓인 신간소개가 아니라, 사서들이 발 벗고 나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지하2층 시청각실에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동그란 테이블이 놓이고, 북트럭에 실린 수백 권의 책이 무대를 꾸민다. 조명이 켜지고 정장을 갖춰 입은 사서들이 등장한다. 마치 TV 스튜디오 녹화장을 방불케 한다.

이름하여 ‘사서, 책을 권하다’의 제2회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자료조사, 서평 쓰기, 소책자 제작, 토론과 시나리오 작업, 몇 차례에 걸친 리허설 끝에 대한민국 공공도서관 최초의 사서가 책을 권하는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그 두 번째 사서들의 정성어린 도발이 시작된 것이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나병준 관장은 “독서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서로서, 도서관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행동하는 지성이 되고 싶다.”며 확고한 의지를 설파한다.

관객으로 참여한 동료 사서들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다. 바쁜 일과를 쪼개어 준비했기에,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다른 도서관 사서들로부터 공룡 같은 공중파 TV도 포기한 책소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비판도 받았다.

아직 시작 단계여서 참여한 도서관 회원은 많지 않다. 의외로 노년층의 관객들이 눈에 띈다.

나병준 관장도 패널이자 공동 진행자로 참석했다. 3인 사서의 독특한 진행과 열성적인 책 소개는 마치 구연동화처럼 귀에 착하고 감겨오며 재미와 몰입을 이끌기 충분하다.

TV의 책소개 프로그램처럼 세련되고 전문적인 맛은 없지만, 엄선된 3권의 책 소개는 투박하면서도 진솔하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문화를 이해하고 다시 동대문구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사서로서의 열정이 작은 동심원을 그린다. 환호성 없이, 참여한 사람들의 뿌듯한 마음으로 끝이 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거대 미디어가 포기한 소중한 독서프로그램을 우리 동대문구에서 작은 힘으로 나마 문화 시민의 자긍심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이런 노력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이름 없이 묻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서의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끝임 없이 다리를 놔주는 것. 그 사명을 다하는 한, 대한민국의 진정한 독서 부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책과 함께 운명을 건 사서들을 눈여겨보자. 그들의 땀과 열정이 전염병처럼 퍼져 새로운 독서문화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공공도서관에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던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전통을 두고 볼 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문의전화:02-960-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