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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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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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보는 시각에 관해서

^^^▲ 산체스 볼리비아 대통령^^^
페루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 볼리비아에서 대통령이 임기 중 사임을 발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산체스(Gonzalo Sanchez de Lozada) 볼리비아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사임을 발표했다. 그의 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한 카를로스 메사(Carlos Mesa)는 잔여임기에 상관없이 국민투표를 통해 후임자를 뽑겠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그 만큼 거센 것이다.

우리에게는 대통령이 사임할 정도가 되어도 뉴스조차 잘 전해지지 않는, 세계의 최빈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에서는 9월 중순부터 국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었다. 약 한 달 동안 거의 수도를 마비시킨 소요사태로 약 100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에서는 지금...

시위가 일어나는 기간동안 미국은 산체스 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였고, 볼리비아가 빨리 진정되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달여에 걸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 중 산체스 대통령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전국연설에서 "난동 교사자들을 물리치고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각오를 다짐했고, 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치안부대를 동원했다. 결국 시위대와 군 병력의 충돌에서 대규모 사망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약 800만 인구의 볼리비아는 인디헤나가 전체인구의 40%, 백인과 인디헤나의 혼혈인 메스띠조가 30%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볼리비아는 광업이 주요 산업이다. 1800년대는 은 광산이 볼리비아에 상당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1900년에는 주석광산이 발견되어 고갈된 은을 대신해 볼리비아를 먹여 살렸다. 광산이 주산업인 곳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노동으로 겨우 삶을 꾸려가게 마련이었다.^

농업이 붕괴되면 광산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광산으로 몰려나오게 마련이다. 때문에 넘쳐나는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더욱 열악해 지게 마련이었다. 어려운 농촌과 광산노동자, 그리고 소수에게 집중된 부는 일찍부터 볼리비아에 사회주의 바람이 불게 만들어 1951년의 선거에서 당선된 MNR당의 Victor Paz Estenssoro의 취임이 군부에 의해 저지당하자 Paz Estenssoro는 민중혁명을 주도해서 1952년 민간 정부를 재건하였다.

그 후 볼리비아는 우익군부의 쿠데타와 민중혁명에 의한 MNR당의 집권이 되풀이 되어왔다. 국민의 대다수가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고 있고, 남미국가 중 인디헤나의 비율이 높은 것이 이 나라 국민들의 민도가 높은 이유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인디헤나 혈통의 순수성과 전통을 지켜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볼리비아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주변국들과 치러야 했던 수차례의 전쟁 때문이다. 이들 전쟁을 통해 볼리비아는 차례로 국토의 상당 부분을 주변 국가들에게 빼앗겨야 했다.

볼리비아란 나라의 이름은 남미북부의 독립운동을 주도해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등을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이름을 딴 것이다. 원래 이들 나라는 볼리바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란 콜롬비아’로 통합되어 있었다가 볼리바르 사후에 나누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경선이 명확하게 그어지지 않은 것이 형제국가들 사이의 잦은 전쟁의 원인이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일어나 가장 큰 손실을 준 것이 1879년-1884년에 걸친 소위 ‘태평양 전쟁’ 이다. 남쪽국경을 접하고 있는 칠레와의 이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영토의 상당부분을 칠레에 빼앗기게 되었고, 해안으로 통하는 길을 잃어버려 내륙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게다가 페루에 빼앗긴 그 영토에서 엄청난 주석광산이 발견되었다. 바다로 통하는 길을 잃어버린 것과 함께, 광산을 읽어버린 것은 볼리비아 국민들에게 큰 아픔이 아닐 수 없었다.

또 1903년에는 브라질과의 국경분쟁 끝에 브라질에 상당한 크기의 영토를 매각하게 되었다. 이 지역은 고무재배가 왕성한 곳이었다. 또 파라과이와는 Chaco전쟁을 통해 석유를 빼앗기게 되었다. 국경을 접하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영토를 빼앗긴 볼리비아는, 바다로 통하는 길을 읽어버리고 자원들은 이웃나라에 뺏겨버린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것이다.

산체스가 밀려난 진짜 이유

산체스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펴 왔었다. 그는 미국식 엑센트가 강한 스페인어를 구사한다는 이유로 ‘미국인’이란 별명으로 국민들로부터 비양거림을 받아왔다. 그를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매장량이 상당한 볼리비아의 천연가스를 국민감정이 나쁜 칠레를 통해 수출을 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한 달간이나 소요사태가 계속된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몇 달 전 바로 국경을 접하는 페루에서 일어난 문제를 보는 것과 같은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루의 똘레도 대통령이 게엄령을 내리고도 소요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고, 변호사, 교사, 의사등 중산층들이 시위대의 주류를 이루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페루의 소요사태는 미국의 지시에 충실하게 이루어진 민영화 등의 소위 ‘위로부터의 세계화’의 질서가 국민의 삶에 파탄적인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볼리비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국민들로부터 ‘미국인’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대통령이 펼쳐오는 ‘위로부터의 세계화’에 충실한 정책은, 결국은 자국농민들의 삶의 뿌리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달에 걸친 격렬한 시위가 결코 가스관이 칠레를 통한다는 문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미국에 충실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국민감정을 건드리며 폭발하고야 만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어느 언론기관에서도 이 문제를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사가 실린 곳은 없었다. 그만큼 남미는 우리에게서 먼 곳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곳으로부터 가장 많은 교훈을 배워야 할 곳이 바로 남미이다. 그들은 우리가 그 속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세계화’를 훨씬 더 오랫동안 경험한 선배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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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2003-10-23 19:54:40
갸우뚱합니다. 홍콩 같은 곳은 미국보다 더하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그 덕에 엄청난 부를 이루었죠. 문제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홍콩이나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의 경우를 설명하기 힘들 것 같군요. 볼리비아의 부패 정도 그리고 경제 정책등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이 있어야 판단 할 수 있는 문제라 봅니다. "친미"란 하나의 잣대로 판단할 만한 문제가 아니니까요.

초인종 2003-10-23 22:09:22
남미에서 "세계화"의 선진국(?)을 배워야 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친미"대통령들은 그렇게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친미성향의 정책, 내부 경제정책의 실패, 부의 균형 분배 정책의 실종, 국민 여론을 무시한 정책 등등이 문제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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