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아이의 첫 외출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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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이가 부모없이 읍내 갔다온 이야기

오늘은 모은이가 친구들과 함께 읍에 나가는 날입니다. 전부터 계속 "친구들과 함께 나갔다 오면 안되겠냐"고 졸라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허락치 않았습니다. 나가고 싶다고 하면 "왜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가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솔직한 심정은 '애가 잘 돌아 올 수 있을까'하는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큰 아이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예"하고 대답은 합니다. 그러다가 또 혼납니다. "야 너는 엄마가 말씀하시는데 그 표정이 뭐야"하고 말입니다.

토요일 오후는 이곳 아이들이 강화읍으로 나가는 날입니다. 그래도 읍에는 나가야 볼만한 곳들이 있습니다. 비록 영화관은 없어도 액세서리 가게, 레코드 가게, 서점 등이 있거든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겨우 그런 거'겠지만, 여기 교동 아이들에게는 읍이 특별한 장소입니다. 아침부터 집 사람은 이것 저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강화에서 올 때 버스는 언제 타야지?"
"그냥 버스 오는 것 타면 되지요?
"그냥 타면 어떡해? 버스 시간을 알아야지. 너 이래 가지고 집에 못 들어오면 어떡할 거야? 아무래도 안되겠네."
"......"

지금은 막 배 시간이 오후 6시입니다. 만약에 읍에서 버스를 제 때에 타지 못하면 배를 놓치게 됩니다. 아내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읍에서 창후리로 오는 버스 시간을 적어 주었습니다. '오후 3시40분, 4시30분, 5시20분'이라고 수첩에 적어 주면서 "모은아 5시 20분 버스를 타면 배를 놓칠 수 있거든. 그러니까 꼭 4시 30분 버스를 타야돼. 알았지?"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읍에서 창후리 배 터까지 버스로 오는 시간은 거의 30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조금 앞에 있는 버스를 타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일단 집에 들른 아이에게 돈은 얼마나 갖고 가냐고 물었더니 "1만700원이요"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큰 애는 같은 반 친구 3명과 함께 읍으로 첫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엄마 아빠 없이 처음으로 나가는 발걸음입니다. 비록 친구들이 같이 있다고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읍으로 가려면 먼저 배를 타야 합니다. 그리고 창후리에서 내리면 읍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야 합니다. 배터로 나간 아이들은 오후 1시40분 버스를 탔습니다.

5시가 조금 넘어서 들어온 아이의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이제는 좀 컸다고 친구들과 함께 가게도 들르고 점심도 사먹고 하니까 좋은가 봅니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마냥 어린 것도 아닙니다. 부모의 '과잉걱정'이긴 합니다.

그러나 즐거움의 끝에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들어올 때까지는 계속 걱정해대던 집사람의 목소리가 어느새 높아졌습니다. "오늘 그 많은 돈을 다 쓰고 들어오면 어떡해? 그리고 자기가 뭘 샀는지도 잘 기억을 못해!"하면서 야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모은이가 사가지고 온 것은 동생 선물로 천 원짜리 인형 하나와 엄마에게 줄 샤프펜슬, 그리고 자기가 쓸 샤프심 하나 뿐입니다. 그런데 얼마 남았냐고 하니까 약 300원 에 없다고 합니다. 아내가 그냥 있을리 없습니다.

"오늘 뭐 사먹었어?"
"김밥을 사가지고요,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 사먹고…."
"그런데 왜 이것밖에 안 남았어? 엄마가 그랬지, 오늘 돈 쓴 것은 다 수첩에 적어 놓으라고 했어 안했어?"

그런데 엄마의 잔소리에 기가 죽었는지, 아니면 딴데 몰래 쓴 것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큰 아이의 기억력이 이상해졌습니다. 자기가 오늘 뭘 샀고 뭘 사먹었는지 제대로 적어내지를 못합니다.

엄마 생각에는 한 번에 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다 써버리고 돌아온 것이 이해가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추궁은 없었습니다. 처음이니까 한 번은 봐주는 거겠죠. 어느새 밖은 어둑어둑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모은이의 외출은 계속 될 겁니다. 배 타고 버스 타는 것을 한 번 경험해 봤으니까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될 듯합니다. 그렇지만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가르쳐줄 생각입니다. 한 톨의 쌀 알이 그냥 생기지 않는 것처럼, 한 푼의 돈도 거저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려서부터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고생하건 말건 자기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아무 생각없이 사 버리는 아이라면 장래가 걱정되는 문제아가 될 것입니다. 최소한 몇 천만 원씩 카드를 긁어 버리는 미련한 자식으로는 키우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모은이가 첫 외출을 한 날입니다. 그것도 부모없이 혼자서. 오늘은 이쯤하고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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