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대통령, 우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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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거푸 대형사고 휘말린 '재 신임' 굿판


11일 오전, 다시 대통령이 회견단상에 올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정을 가닥잡으려는 의지의 발로였다. 중심은 두 가지 점이었다. '사표'정국과 '재 신임' 정국에 대한 것.

예상되었던 국무위원 20명 전원과 대통령 비서실 13명 수석들의 일괄 사표에 따른 후속조처가 관심의 일차 초점이었다. 지난10일 '재신임' 선포에 즈음한 입장정리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긴 했으나 그것이 하루만에 이색적 내용을 담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았다.

예상은 두 가지 전부에서 빗나갔다. 일괄 사표의 일괄반려로 결정된 첫째 내용부터 살펴보자. 최소한 비서 진에 대한 재 신임은 하루쯤 넘기면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 예상의 일단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을 보좌함에 있어 최 근접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취해 온 일련의 행적상 중대성을 도외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고뇌의 모습을 국민 앞에 보이는 것은 순리였다.

윗 사람을 볼 때, 주변을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조직을 통할함에 있어서 차지하는 비중은 장본인의 손발과 귀와 눈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불가분의 관계로 본다. 대개는 그가 보좌하는 분야에 관한 한 특출하며 보편적인 혜안을 구비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를 보고 그가 보좌하는 사람을 평가하게 마련이라서다.

정작 이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비서가 은밀하게 비록 후미진 위치라고는 하더라도 그가 지닌 금도를 통해 조직전체의 비젼이 드러난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되기까지 한다는 이 사실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재 신임 천명은 그와 함께 일거수 일투족을 거듭해 온 비서진의 재 신임을 응당 따져봐야 하는 것이었다. 비서진의 책임은 국민에 대한 것이 아니다. 따는 대통령이 아직 그 자리에 있는데 비서더러 그만두랄 수는 없었을 것임을 짐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대국大局이라 여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라! 대통령이 '재 신임'을 밝히고 건곤일척 乾坤一擲 하는데 이미 낡고 무능한 보좌로 그의 주군主君을 위기에 몰아 넣은 비서가 존재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으며 어떻게 계속 쓸모를 논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동안 8개월 가까운 시기를 시도 때도 없이 중심점의 근접거리를 박차고 다니며 비서정치의 와중에서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다녔으면서도, 무엇하나 올바른 성과없이 바쁜 일정을 제대로 소화치 못해 헤맨 신성한 마당, 그 대통령의 국정을 단 한 치도 레벨 업 시키지 못한 채 갈수록 평가절하의 인기를 심려토록 구정물을 튕겨 온 주제들 어디가 예쁘다고 거듭 붙잡는단 말인가.

키워가며 쓰려한 것인가. 아니면 전부 대통령의 말대로 '대통령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서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잘라낼 수가 있으랴는 동정어린 윗분으로서의 혜량 때문이었을까. 그마저 하루쯤 지나 실장 한 두 사람을 공들여 솎아냈다는 심기일전의 새 기미를 국민들이 읽어 볼 수가 있게는 할 수가 없었을까.

하기는 반려가 되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 그대로 머뭇거리고 있을 비서들이라면 비서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사람들임을 스스로 모르지가 않을 터. 국무위원들의 사표반려는 '국정의 중심을 국무총리에게 준다'는 선언적 의미의 천명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온당한 처리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비서 진 이상으로 국정의 난맥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수리受理를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국정의 공백현상에 대한 담보를 달리 마련할 방략이 없는 이상, 대통령 권한 분점의 당면한 한국상황의 조타수 역은 국무위원들이 수임토록 한다는 절차상 불가피한 것으로 수긍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은 놀랍고 안타까운 소식을 11일 다시 던졌다. '재 신임'의 주조主調를 '최 아무개'의 도덕성에 대한 동병상련으로 해석하여 자책한 성찰이 어제 10 일의 폭탄성 참회발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늘 느닷없이 '외부적 요인'운운으로 긁어 부스럼을 촉발시키다니 오호라! 하늘도 무심한 일이다. '장관해임'이나 '감사원장 임명' 부결에 대한 강한 불만표출로 국정의 '구조적 모순'을 '재 신임' 결심의 으뜸으로 여긴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 바꾸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회'의 횡포로 여긴다는 책임전가의 흔적마저 터뜨리는 부적절을 행간에서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제의 당당함이 오늘의 왜소된 품위의 전도현상으로 느끼게 됨을 어쩌지 못한다.

아니, 이럴 수가, 정녕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다시 국민의 입 초시와 정가의 떠넘기기 논란을 불붙여 놓겠구나......하는 감회가 솟구친다. 차라리 가만있어 고뇌하는 모습을 하루 이틀 보여 줌만 못하지 않았구나 싶은 연민의 정회 같은 것이 국민가슴을 파고든다.

한 논객의 심정이 이러할진대 방방곡곡 민초들, 국태민안을 바라는 그들의 심경인들 물어 무엇하겠는가. 본전이나 건질까 말까한 무익한 말 씨앗을 어찌타 퍼뜨리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노무현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 말씀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정녕 끄떡없을 것이다. 한국민은 대한大韓의 일편단심 어엿한 기상을 얼싸안고 흘러왔으며 희망의 나라를 가꾼 어제와 내일 모레글피의 꿈을 가진 나라다. 미래를 활기차게 떠받치는 불굴의 의기가 살아있다.

비록 정치가 흔들려도 경제가, 사회가 넌덜머리 나는 지도자의 리더십 빈곤에 이골이 났어도, 노대통령 당신이 내어 뱉듯이 더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 내고 키워 낼 이상理想을 간직한 나라다.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진 불퇴전不退轉의 국민이 지키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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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2003-10-12 16:58:05
盧대통령 재신임 제안 순수성 없다
김일영교수 "국정혼란 원인 내부에서 찾아야"

정확한 진단에서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은 잘못된 원인 진단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바른 처방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인 진단과 관련, 크게 두 가지가 문제시된다. 일관성의 부족과 정확성의 결여이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제안하면서 그 배경으로 처음에는 정권의 도덕성을 거론하다가, 어느 틈에 전체 정국 구도의 문제로 옮아가 버렸다.

시작은 최도술 씨 사건에 대한 책임감이었으나 끝은 대통령의 발목이나 잡는 국회와 정당, 요컨대 현 정국구도를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관성 부족 때문에 재신임안은 국면전환 내지는 위기탈출을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관된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순수성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이 재신임안의 배경으로 제시한 요인이 과연 현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8개월 동안 국회, 야당, 언론이 대통령과 지나치게 높은 긴장관계를 유지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 수준으로 추락하고 국정이 방향을 못잡는 것이 모두 이들 탓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내각을 통솔해 결단력 있게 국정을 끌고 갔다면 국회, 야당, 언론의 발목잡기 행위는 존립기반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허나 현 정부는 지난 8개월을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상태, 일은 않고 말만 많은 상태로 보내고 말았고, 그에 기대어 반대세력은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따라서 국회, 야당, 언론은 작금의 혼란을 일으킨 원인제공자라기 보다는 ‘주어진’ 혼란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지지율 하락과 국정혼란의 원인을 바깥이 아닌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분권화를 부르짖고 권한을 이양했건만 어째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국정과제를 책임지고 추진하는 각료가 한 사람도 없는지, 대통령이 몸소 야당을 방문해 협조를 구하던 초심은 어디 가고 정부와 국회가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하는지, 행자부 장관 해임 결의안이나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 시 과연 청와대가 얼마나 국회와 야당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에 대해 대통령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원인이 이렇게 내부에서 찾아진다면, 처방 또한 달라져야 한다. 노 대통령이 내놓은 재신임안은 현재의 정국혼란 원인이 외부, 즉 국회와 야당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개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원인이 안에 있다면 재신임안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는 대신 인사를 혁신하고 대화와 타협 및 포용의 정치를 펴는 자기혁신에서 난국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더 이상 적대시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제 하에서 국민은 대선과 총선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에게 서로 다른 정당성을 부여한다. 만약 두 선거의 결과가 일치해 여대야소가 되면 두 정당성이 합치되지만, 그렇지 않아 여소야대가 되면 이중의 정당성이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분점(分點)정부(divided government)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이미 민주화 이후 몇 차례 경험한 바 있으며, 현재도 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분점정부 하에서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야당이 장악한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노력도 별로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이 대뜸 재신임안을 내놓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구나 이 방안은 헌법에도 근거하지 않은 것이다.

안정된 민주국가라면 대통령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주어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것을 깨버리려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혁명가의 행동이지 대통령의 선택은 아니다.

김일영(金一榮·성균관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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