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노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민심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11일 국무위원 전원과 청와대 수석·보좌관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이에 노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반려하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파장을 최소화했다.

‘국정의 중심을 잡아 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전날 ‘재신임’ 발언 이후, 전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보좌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자칫 잘못하면 오늘의 상황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며 이들의 사표를 즉시 반려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사표 제출을 확인하고 반려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과 임명권자인 저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며 “그들이 이 사태를 책임질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현상황에 대해 “저의 문제이고, 전체 정국 구도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상황에서 국정의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국무위원과 청와대 보좌진이 자신의 일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강한 불만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 정국에 대해 “혼란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며 “재신임 과정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지난 몇 달 동안의 국정혼란보다 더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맺힌 감정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장관이 국회에 의해 쫓겨나고, 가장 전문가라고 생각해 감사원장을 지명했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납득할 거 아니냐”며 “대통령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이 상황이 안정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한나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저보다 일 잘할 대통령은 얼마든지 있다”며 “이 하나를 해결하지 않고 싸움을 계속하는 것보다 명쾌하게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신임 실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신임 받고 결과에 따라 물러날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 민주주의에 큰 발전이 될 것”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서는 임기 중간에 사임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