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이 들어 오진 않았나 확인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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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이 들어 오진 않았나 확인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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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대왕>을 읽고

^^^▲ <오이대왕>의 표지
ⓒ 사계절^^^
어느 날 볼프강의 집에 불청객이 찾아 왔습니다. 키는 50센티 정도 정도이고 생긴 건 호박을 닮은 못난이였는데, 사람처럼 말도 하고 두 손과 두 다리까지 달려 있는 희안한 생명체였습니다. 그가 처음 발견 된 곳은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부엌 식탁 위였습니다.

그는 원래 볼프강네 집 지하실에 살던 구미 오리들의 대왕이었는데, 백성들에게 쫒겨났다고 합니다. 볼프강의 가족들은 싹난 감자를 제일 좋아하는 이 불쌍한 폭군을 손님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방에서 살도록 배려도 해 주었고요.

그런데 오이대왕은 이 집에서 끊임없이 말썽을 피웠습니다. 쓰레기통 속에서 볼프강의 수학 성적과 관련된 비밀을 뒤지는가 하면, 몰래 볼프강의 열쇠 꾸러미에 달려 있던 스포츠 카를 몰래 집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마르티나 누나가 남자 친구와 얘기하는 것을 엿 듣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엄마의 영수증들까지 훔쳐가는 못된 손버릇이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빠, 호겔만은 오이대왕을 감싸주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오이대왕에게 속아서 끔찍한 짓을 준비하였습니다. 그것은 수도관을 터트려서 지하실에 살고 있는 구미 오리들을 몰살시키려는 음모였습니다.

오이대왕을 쫒아낸 구미 오리들에게 복수를 하는 거지요. 오이대왕은 아빠에게 '자신의 일을 도와 주면 아빠를 보험회사 사장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기와 친한 오이황제가 보험회사 지하실에 살고 있는데, 그에게 부탁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고 허풍을 친 겁니다. 아빠는 그 말에 속아 넘어 갔습니다.

볼프강의 아빠는 '잔소리가 많고, 돈 쓰는데 매우 인색한 구두쇠 거기다가 가족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독재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죄 없는 생명들을 함부로 죽일 정도로 악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집을 구입하면서 진 빚을 갚아야 하고,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행한 가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가 유일하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곳도 가정에서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불쌍한 남편이고 아빠입니다. 오이대왕의 말을 들은 것도 보험회사 사장이 되어서 빚도 갚고 가족들을 호강시켜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족들은 구미 오리를 죽이려는 아빠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속이 상한 아빠는 화를 내며 집을 나갔습니다. 다음 날 보험회사 지하실에서 아빠가 발견되었습니다. 오이왕제가 진짜 있는지를 확인하러 갔다가, 굶주린 구미오리들의 공격을 받고 기절해 버렸던 겁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아빠를 구해준 사람들은 아빠의 직장 동료였습니다.

아빠가 의식을 잃고 집에 들어오던날, 오이대왕도 그 집에서 사라졌습니다. 솔찍히 말하면 막내 동생 닉스가 오이대왕을 내 쫓아 버렸습니다. 어린이 유모차에 오이대왕을 싣고 밖에 나간지 불과 15분 만의 일입니다.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볼프강의 집에 있었던 지하실은 우리 집에도 있을 테니까요. 가족들 간에도 비밀과 불신 그리고 몰이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정하기 싫을 뿐입니다. '오이대왕' 이란 소설은 손 버릇이 고약합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남의 집 이야기를 은근슬쩍 끄집어 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 이웃집에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닉스가 내다 버린 오이대왕이 그 집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르죠. 또 쫒겨나면 여러분들의 집으로 찾아 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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