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의 천국인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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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의 천국인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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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기득권만 의존하는 불투명한 한국

1900년대 초 런던에서 시민단체 종합회의가 열렸다. 회의 주제는 '시민단체의 활성화 방안'이었다. 참석자 중에 한 사람이 제안했다.

"시민단체에서 정치인과 귀족들의 잘못만 문제 삼는 활동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치인과 귀족들을 문제 삼듯이 우리 역시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얻고 있는지 한 번쯤은 살필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시민단체도 규모가 커지면 거의 관료화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참석자들의 눈길이 규모가 큰 단체의 대표(두 사람) 쪽을 향했다. 그는 계속 말했다.)

시민단체 역시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지니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강당이라도 빌려서 애정과 관심과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밤을 새더라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 거기 모인 사람들의 눈빛이 시원해 하는 것 같았으며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발표와 의견이 있었다.

그렇지만 끝내 그 사람의 의견은 통과되지 않았다. 규모가 큰 단체에서 예산이나 시기 등을 이유로 어영부영 했기 때문이다. 다수 참석한 사람들은 생각과는 달리 현실적인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어떤 사회든지 기득권 세력이 한번 생겨버리면 엄청나게 복잡하고 혼란해진다. 기득권적인 사회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의식, 관계, 정보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채 폐쇄성과 배타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기득권적인 사회는 좀처럼 생동감이나 탄력을 받기 어렵다. 만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사람이 헤게모니를 쥐고 각종 기득권을 차지했다고 해보자. 이럴 경우 세세한 사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빚어지면 잘못이나 의도가 모두 드러나서 책임까지 지게 된다.cs

따라서 기득권을 쥔 사람은 다수 국민들에게 정보를 차단하고 상황을 은폐하고 이를 위해 엉뚱한 방향으로 호도를 하게 된다.

위의 경우에서처럼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되면 기득권이 성토 대상이 된다. 이는 영국의 이야기가 아닌데 효과적인 설명을 위해서 잠시 꾸며댄 이야기다. 영국을 바람직하지 못한 이야기에 끄집어들인 사죄로 이번에는 진짜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노동당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이 모두 엉망이었다. 그래서 그는 좋은 정책과 방향들을 정리해서 노동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관계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블레어의 이야기를 듣던 관계자가 "아무래도 자기보다는 더 높은 사람이 들어야 될 내용"이라며 소개를 해주었다. 이렇게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즉각 높은 사람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동당 당수에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블레어는 당수에게 훌륭한 정책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를 들은 노동당 당수는 군데군데 몇 가지 질문을 하고는 진지하게 답을 들었다. 그리고는 당수가 말했다.

"블레어씨 당신의 생각이나 정책이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당수를 해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노동당으로 보나 영국으로 보나 나보다는 당신이 노동당의 당수를 하는 쪽이 더 바람직하니 당신이 당수를 맡아주세요"

그래서 토니 블레어는 최단시간에 쟁쟁한 노장들의 뒷받침 아래 노동당 당수가 되었다. 그리고 최연소 최단기간에 영국 수상에 올랐다.

겨우 1-2년 선후배를 따지는 등 기득권 의식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전염된 한국 사회에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대장이나 일등이 되는 것이 목적이면 국민이 바보 멍청이여도 좋고 모두가 꼴등이어도 좋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 대장이 되고 싶다면 똑똑한 사람은 밟을 기회나 능력이 있었을 때 철저히 밟아버려야 한다.

그러나 우주선을 쏘아 올리거나 선진 복지 국가를 만드는 것과 같이 질적인 목적이나 월등한 목표(일)가 우선이라면 목적 달성에 적합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며 서로가 서로를 돕고 밀어주어야 한다.

특히 첨단의 우주선을 쏘아 올리려는 사회가 기득권적인 사고방식으로 자기보다 월등한 사람들을 밟아버린다면 우주선은커녕 껍데기도 만들기 어렵다. 일과 미래가 목적이면 지위고하 유무식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재능과 능력과 노력과 협력이 모두 뭉쳐야 하며 제대로 뭉치고 마음을 일치시키면 시킬수록 목적 달성이 빨라지고 결과가 좋게 나타난다.

미래와 일은 안중에도 없는 기득권 세력들은 1등이 되어야 하며 최소한 2등이라도 하는 것이 백번 천번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기득권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일부 언론과 권력과 시민단체에서 조중동을 공격했다.

그러나 월등한 목적 없는 현실적 다툼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에 양자가 1-2 등을 서로 나눠 가진 채 마무리되었다.

한국은 유럽과는 상상도 못할 만큼 거대한 기득권 국가다. 더구나 기득권을 잡는 과정과 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무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득권을 내놓으면 곧 패망을 의미한다. 때문에 1-2등이 상황에 따라서 서로의 약점을 주고받으며 엉켜버리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 더구나 지역감정, 관행, 뇌물, 연고 등 모두 동원된다.

기득권이 너무나 상식에서 벗어난 채 고착된 나머지 병폐로 굳어지며 망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은 시간이나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믿고 기다릴 여유도 없다. 원리를 터득한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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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 2003-10-07 23:48:34
참으로 깊은 눈을 가졌습니다. 무서워서 말을 안해서 그렇치 대한민국공무원들
이미 병이 깊어져 고름이 나옵니다. 아무도 말안하지요. 그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합니다. 왜? 그들은 무서운 권력을 가졌거든요. 또 노조도 있지요. 패거리도 있지요. 누가 상대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잘하는 척 양심인척 하지만 속으로는 할짓 다합니다.하다 못해 말단까지 요령부리고 권력부리는데 그놈의 지방자치와 공무원 노조 때문에 건들 사람이 없는 거지요. 남편은 면장에다 산업과장 마누라는 농협 상무 그러니 얼마나 해먹겠습니까? 그래도 전부 꿀먹었어요. 불이익이 무섭거들랑요.
이제 큰일났습니다. 병이 더 깊어지면 그땐 재활 방법이 없는데 그들만 죽으면 돼지만 죄없는 국민도 같이 죽게되었으니 아참 그들과 같이 잘노는 사람은 빼고요.

블랭크l 2003-10-08 17:43:0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사소한 모든 분야에서도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무리들에게 이글이 읽혀 지기를 바랍니다. 그들 본인은 오히려 손사래를 치겠지만요, 나는 절대 기득권이 아니야. 정말 윗놈들은 따로 있다고! 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인간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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