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실버] '공원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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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실버] '공원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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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노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떠한 문명도 그 최후의 가치 여하는 그것이 어떠한 모양의 남편과 아내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들어 내느냐 하는 점에 있으며, 이 극히 간단한 점을 도외시하고는 모든 문명의 공적 즉, 예술, 철학, 문학, 물질적 생활 같은 따위의 것들은 아무 의의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임어당은 가정의 즐거움에서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이는 너무나 분명한 말이기에 가끔씩은 잊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가정의 의무는 때로는 우리에게 족쇄와 같은 굴레로 다가온다. - 아닌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 하지만, 그 굴레가 한없이 크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상 죽음이라는 사실을 통해 가족의 일원을 떠나 보낸다. 나이가 들어 늙거나, 갑작스런 병이나 사고로 생을 다하는 슬픈 경험을 한다.

이 또한 누구에게나 닥치는 변하지 않는 순리이다. 이는, 이 순리 안에 존재하는 진리가, 바로 죽음을 맞는 최후의 모습이 남아있는 가족의 모습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가족간에는 서로에게 잘잘못을 책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옆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간에 정의 무심함이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그 정의 부재로 추운 겨울에 내 부모를 집 밖으로 내 미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달 26일 오전 11시. 석촌호수공원.

공원을 노니는 건 갈매기들뿐이다. 갈매기가 밭을 이루듯 모여 앉아 흙 속의 먹을거리를 찾아 쪼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이 시간에는 많은 노인들이 모여 앉아 장기나 바둑을 일삼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진 뒤로 이곳을 찾는 노인은 극히 드물다. 멀리서 놀이공원을 이용하는 관객들의 고함소리가 한적한 공원에 울린다. 간간이 운동을 하는 주변 동네 분들이나, 혼자 나와 짓 물은 은행을 줍는 노인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 많던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긴 어딜가, 추운데 집에 있겠지." 봄이나 여름이면 화장실 뒤쪽의 의자는 노숙자나 노인들의 아랫목이 된다. 볕 좋은 날에는 빨래를 빨아 널어 말리고, 해를 보며 나이를 밀어 버리려 꾸벅꾸벅 졸기도 하신다. 하지만, 한 동안 이 겨울이 가기 전에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놀이공원에서 질러 나오는 소리만이 들릴 것이다.

"외롭냐구?" 되묻는 높은 톤이 언짢으신 모양이다. "젊은 사람이 별 걸 다 묻네." 선뜻 나무라며 말을 피하는 할아버지에 비해, 할머니는 수줍게 웃기만 하신다. 그러다, 할아버지도 "허허 참..." 웃으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그 많던 사람들이 안 보이니까 심심은 하네... 이런 말이라도 남기면 좋으련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다행히 이곳은 천 원 한 장을 손에 쥐고 나오는 분들보다는 그나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분들이 많으신 지역이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에는 종묘처럼 추위에 떠는 노인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서로 좋아 술 한잔 걸치고 웃던 웃음과 고함 소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과연, 좁아 터진 노인정과는 다른, 하늘이 보이는 곳 옆에 추위를 막아주는 방이 있어 맘 편히 다녀가는 곳은 언제쯤이나 노인들에게 안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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