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불황 속 깊어지는 전문대생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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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불황 속 깊어지는 전문대생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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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취업도 안되는데 전문대생은 어떡하란 건가요”

"가뜩이나 취업도 안되는데 전문대생은 어떡하란 건가요"

지난 2월 지방의 한 전문대를 졸업하고 현재 취업을 준비중인 윤 모씨(22.여.서울 상계동)는 이 사회가 명문대생 중심의 학력사회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대학에서 전산계통을 전공한 윤씨는 지난 달 말 서류전형에 합격한 후 모 업체의 면접장에서 심한 낭패를 겪어야만 했다. 요즘 면접이 당락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윤 씨는 면접관의 황당한 말투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

윤씨의 이력서를 한참동안 보던 면접관은 업무와 관련된 질문은커녕 "이게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는 학교냐" 느니,"서울에서 지방까지, 그것도 전문대를 나온 걸 보면 공부도 어지간히 못했겠다"면서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면접관은 결국 면접다운 면접도 해보지 않은 채 "연락을 줄테니 기다려라"면서 "우리 회사가 무슨 사이버 대학생 뽑는 줄 알았느냐"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말에 너무 당황한 윤씨는 눈물만 흘리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기도 전에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윤씨는 "명문대생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고학력 위주의 슬픈 현실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이번 일이 전문대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 면접관의 무능과 양식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면접관의 이러한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 한 전문대생들은 취업도 못하는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지난 2000년 수도권 소재 S대(2년제)를 졸업한 서 모씨(30)도 벌써 4년째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씨가 지금까지 이력서를 제출한 업체는 줄잡아 50여곳이 넘는다.

졸업 후 번듯하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쳐보고 싶었던 서씨는 "회사는 같은 조건이면 전문대생보다는 4년제 대학 졸업자를 우선적으로 뽑는 것 같다"며 전문대생의 비애를 전했다.

서씨는 "이제는 꿈도 희망도 모두 잃었다"며 "극심한 취업 불황도 문제지만 전문대 출신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사상 최초로 80%를 넘어선 데 비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러한 통계와는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전문대생의 취업열기는 의외로 냉기가 느껴질 정도. 더우기 지난 IMF 경제위기와 맞먹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 하반기 취업시장이 극히 어두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전문대 출신 취업자들의 마음은 더욱 우울해지고 있다.

서울 M전문대의 취업담당관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예년과 달리 입사지원서를 보내오는 업체의 수가 올해 절반으로 줄었다"며 "취업준비생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도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담당관은 "취업생들도 이제는 무조건 대기업이나 편하게 전공을 살리려는 취업 태도에서 벗어나 인턴이나 중소기업 등으로 취업의 눈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03년 하반기, 극심한 취업 불황 속에 전문대 출신 취업자들은 4년제 대학 졸업생을 선호하는 사회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그 어느때보다 차가운 "취업전쟁'의 칼바람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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