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여, 이제 야간 자율학습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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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여, 이제 야간 자율학습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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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길다란 몽둥이를 들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학생들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있는 교실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교실 한편에서는 몸이 아파서, 자율학습을 빠지는 크나큰 실수를 범한 학생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학습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의 사랑이 마구마구 실린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매일 경험하고 있는 야간자율 학습의 모습이다. 사전적 뜻에 따른다면 자율학습은 그야말로 우리가 원해서 우리의 의지에 따라 학습을 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다. 그러나 대부분 청소년들은 이 말에 강하게 콧방귀를 날릴 것이다.

한때 '열린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자율학습'이 폐지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인 입시제도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열린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진학을 위한 교육이다. 각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이 변하면 고등학교 교육도 변하는,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에 종속된 모습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대학이 학생을 뽑는 절대적인 기준은 수능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열린교육'이라는 교육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대학입시와 고등학교 교육의 괴리가 일어났다.

많은 학생들이 '열린'이라는 말과 각종 언론의 잘못된 정보의 전달, 그리고 이 나라 교육정책 특유의 명령하달식, 밀어붙이기씩 정책으로 '열린교육'의 제대로 된 개념을 잡지 못하고,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되었다.

열린 교육이 부른 괴리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라는 환상을 가진 많은 학생들이 입시공부를 등한시하였고, 학교도 야자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해찬 1세대의 모습에서 보았듯이 '열린교육'은 실패로 끝났다.

언론과 학교, 교육부는 이것의 책임을 공부 안 하는 학생들에게 돌렸다. 즉, "요즘 아이들 정말 공부 안 한다. 그래서 이젠 공부시켜야 한다" 이해찬 1세대의 모습은 보여주기씩, 밀어붙이기식,교육정책에 의한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학생들에게 돌린 것이다.

한편, 당시 학교 밖에서는 IMF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자유경쟁과 적자생존의 사회적 풍토가 온 사회를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해찬 1세대의 참담한 실패와 함께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교육의 신자유주의'를 몰고 왔다.

수능점수를 위한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교육도 이에 맞추어 그 모습을 변화했다. 보충수업과 사설 모의고사가 부활하면서 학교에서는 입시위주, 수능위주의 교육만이 남게 되었다. 야간 자율학습도 이때 다시 실시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성적향상을 위해서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하여야 한다, 고교평준화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의 성적은 돈에 의해 결정된다. 학교가 평준화되었느냐 않았느냐, 얼마나 많은 시간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돈을 공부에 쏟아 부었나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는 것이다. 서울대학생의 70%가 서울지역 , 그것도 강남지역 학생들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성적향상을 위해! 라는 말을 붙이며 우리에게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는 것일까? 만약 학교에서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면, '신자유주의 교육체제'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 땅의 입시제도는 주입식, 강제씩 교육에 알맞은 방식이다. 따라서 강제와, 타율이 어느 정도 학생들의 점수를 잡아주는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고 어느 정도의 대학을 들어가게 된다. 없는 이들의 불만을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로써 해소시키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성적을 떨어트려야 자신의 성적이 오르는 현 교육체제에서, 고가의 교육서비스를 받은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 위에 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우리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 책임을 자기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돌린다. 다른 원인 즉,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학교에도

한국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일제강점기의 군사주의 문화 역시 '야간 자율학습'을 학교교육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가 좀 더 일찍 학교를 마친다면, 학교에서 체험하고 배우지 못한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와 사회는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를 강제적으로 학교에 남김으로써 통제와 감시, 명령과 복종에 익숙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저 공부만 하는 말 잘 듣는 모범생, 학교의 체제에 맞는, 나아가 이 땅의 체제에 맞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야간자율학습' 일반 학생들을 학교라는 감옥에 가두어놓고 놓고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이념을 세뇌시키는 행위다.

학교의 감옥에 갇힌 학생들은 이제 야간자율학습을 당당히 거부해야한다. 지난 광주에서 있었던 고등학생들의 야자거부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잘 보여준다. 현재 대화와 타협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오직 학교라는 감옥의 죄수들일 뿐이며, 세뇌의 대상일 뿐이다.

우리에겐 말할 수 있는 권리, 모일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할 의무만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바라는 건 한나라당이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쳐주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밤 교실 문을 박차고, 교문 밖으로 당당히 나와야 한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폭력과 명령에 대항할수록 우리의 힘은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때리는 사람은 맞는 사람이 거부하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 한다.

그러나 맞는 사람이 거부하고 대항하면 그 사람의 두려움과 떨림보다 때리는 사람의 두려움이 열배, 백배 크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 폐지만을 외쳐서는 안 된다. 입시제도의 개혁을 외쳐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학교의 민주화를 외쳐야 할 것이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밤 교실문을 박차고 나와야 할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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