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내부동력과 참여정부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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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내부동력과 참여정부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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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부재한 지도자는 소극적인 범죄자

 
   
  ▲ 노무현 대통령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들 중 처음으로 "내부 동력에 의한 개혁"이란 말을 꺼냈다. 나는 무려 10년 이상 "사회 개혁", "부정부패"를 연구했으며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처음 대통령의 말을 접할 때 너무 반갑고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불과 취임 2-3개월만에 "국민의 정부" 내내 느껴졌던 좌절감과 배신감이 또다시 뼈 속을 파고들었다.

눈이 있고 생각이 있고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래 낱말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우리 역사를 장식하고 국민성을 지배해온 대표적인 용어들이다. 왕권주의, 봉건주의, 관료주의, 신분(양반 상놈 천민)차별, 당파싸움, 적자서자, 식민지, 군사독재, 권위, 특권, 대립, 전쟁, 비난, 투쟁, 기득권, 유착, 쟁취, 원천봉쇄, 발본색원, 씨족, 가부장제, 빈곤, 부정부패, 무사안일, 무 소신, 청탁, 압력, 학연, 지연, 혈연, 뇌물, 동창회, 향우회, 인격, 종친회, 해탈, 영생 등이다.

과거와 현재와 사후까지 몽땅 엉켜서 엉망이 된 상황에서 변한 것이라고는 대통령 한사람이 바뀐 것뿐이었다. 그런데 없던 내부 동력이 갑자기 어디에서 솟아나겠는가. 더구나 바로 직전 '국민의 정부'는 입만 가지고 껍데기 개혁을 진행하다가 곳곳을 망쳐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내부 동력을 제조해내든지 아니면 최소한의 기초동력이라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런데 감히 "내부 동력"을 요구했다면 노무현대통령의 정신 속에서부터 제일 먼저 개혁이 실패한 셈이다. 이는 자신감을 상실한 대통령이 개혁 실패의 책임을 미리 떠넘겨놓기 위해 공(내부동력)을 공무원과 국민들 쪽으로 던져놓았다는 이야기다.

더욱 기막힌 점은 검찰 인사 파동에서는 내부동력은 안중에도 없이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전면으로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이후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은 내부 동력 방안은커녕 개혁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것 같다.

아마 노무현대통령은 당선만 되면 거대한 「형님 노사모」가 나타나주고 「제2의 붉은 악마」들이 떼거리로 쏟아져서 개혁을 진행해서 성공시켜줄 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만일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아놓고 내부동력까지 제조해서 개혁을 성공시켜준다면 그런 대통령은 누구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에 한국을 지탱해온 '내부 동력'

그럼 우리 국민의 삶과 국가를 유지해준 내부 동력을 살펴보자. 첫째, 고난의 역사에서 국민의 삶을 지탱해준 내부동력이다. 이는 연고(혈연, 지연, 학연) 중심의 인간관계, 대소사(애경사)를 위한 상부상조, 가부장제 중심의 경로효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익혀진 정분을 바탕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와 인정과 거래 형태의 내부동력이었다. 덕분에 어둡고 처절한 역사 속에서 그럭저럭 견뎌냈다. 하지만 빈곤이 해결된 첨단 복지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포괄적 휴머니즘이 생명이다. 따라서 과거 위주의 정과 이익과 관계는 이제 참다운 선진국 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cs

둘째, 국가를 유지해준 내부동력이다. 이는 각 시대의 충신과 열사, 독립 운동가, 반 독재 투쟁이었다. 또한 국가적으로 망국의 위기(침략, 전쟁, 외환 위기)에서 뭉쳐준 국민의 단결력도 중요한 내부동력이었다. 하지만 합리적 철학과 가치관이 부재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관행, 인연, 부정, 기득권, 특권, 대립, 분열, 투쟁, 시위로 엉망이 되고있다.

셋째, 인간다운 질적 삶과 밝은 미래로 움직여주는 내부동력이다. 이는 모두가 주인으로서 질적 사회와 미래로 향하기 위한 협조적이고 유기적인 일종의 시스템적인 내부동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예 동력이 없는 것보다 못할 정도로 부정적인 요인들을 붙들고 있다. 이는 국민의식 속에 내부동력을 망치는 기득권과 특권과 패권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역사에서나 국민성으로나 당파 싸움, 분열과 대립, 지역 감정, 각종 차별과 악습, 권모술수, 시기 질투, 투쟁과 시위, 비교 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며 그칠 줄을 모른다. 더구나 아첨과 권위와 청탁과 뇌물과 연줄이 거의 모든 분야와 국민의식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불결한 요소들에게 건전한 사회의식과 참신한 인물들이 계속 패배 당한 나머지 개인의 창의력과 사회의 잠재력이 망가졌다. 날이 갈수록 부정적인 격차들이 심해지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심까지 잃고 있다.

'내부 동력'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

조직에 필수적인 3대 요소는 공통 목표, 원활한 의사소통, 협동 의욕이다. 하지만 한국은 암울한 역사, 폐쇄적 문화, 봉건적인 악습,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예절, 기어코 미덕으로 미화하고 합리화하려는 후진성 때문에 건전한 자체 동력이 살아날 수 없었다. 그래서 서로의 것을 함께 나누고 화합하고 발전하는 "모두 함께의 문화"가 아닌 "끼리끼리 문화"가 되었다.

첫째, "공통 목표"를 방해하는 요인은 개인의 호구지책과 부귀영화와 인격수양과 해탈과 영생처럼 개인 문제를 시작으로 개인에 머물다가 결국 개인에서 끝나는 어쩌면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문제의 큰 원인이다. 한국인은 거의 모든 국민이 성공해서 부자가 될 때까지는 항상 혼란하고 경쟁하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둘째, "활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은 권위와 아첨과 청탁과 뇌물과 연줄에 편승하는 것이다. 똑바른 소신과 합리적인 의견 제시보다 적당히 주고받는 것이 훨씬 잘 먹혀든다. 이는 전체적이고 장기적으로 살필수록 서로 손해이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 이유이며 대가다.

셋째, "협동의욕"을 저해하는 요인은 타고난 인연(정)과 눈에 익숙해진 기억(감각)이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내용들을 전체 사회까지 연장 적용해서 배타적으로 경계할 대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는 익숙한 사람이나 관계가 밀접한 사람들끼리 모여서는 지극히 과거 지향적인 애경사나 친목 모임에 귀중한 시간과 존엄한 정신을 낭비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입신양명과 부귀영화가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은근히 외형을 비교하며 "사돈 네가 논밭 사면 배아픈" 경쟁심을 갖고있다. 뿐만 아니라 구태의연한 권위와 위계질서를 따지면 굽실거리다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나쁜 감정을 갖는다. 때문에 파일 플레이는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저질 사회가 되었다.

결국 한국은 좋은 것을 본받아서 밝은 곳을 향하기보다 계속 나쁜 쪽으로 빗나갔다. 과거 빈곤과 열등의식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퇴폐와 향락과 사치가 계속 하부 구조로 전이되어왔다. 과거에는 재벌, 고위층, 정치인, 부유층에서나 행해졌던 명품 구입과 고급 위스키와 해외 원정 골프와 카지노 도박이 전문 직종과 일반 서민과 청소년으로 계속 옮겨지고 있다.

심지어 순박했던 농어촌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때문에 내부동력은커녕 모여서 먹고 쓰고 놀며 시간과 정신과 잠재력을 까먹고 있다. 결국 내리막길을 향한 채 아무 것도 모른 서민들이 고통으로 내몰려서 급기야 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문제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한 채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혼자 앞서가면 찍힌다.",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 등의 무기력과 무 소신을 합리화하는 말들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이는 자기 지위와 책임에 관계없이 자기 반성, 변화, 발전, 희망조차 포기한 채 적당히 살기로 작심했다는 증거다.

이런 상태로는 내부동력이 생겨날 수 없다. 무사안일, 눈치보기, 줄서기, 적당 주의는 하루 이틀 통용된 낱말들이 아니다. 더욱 어두운 점은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며 미래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반대하고 시위하느라 자기 삶의 개척이나 새로운 미래 준비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독재 시절에 정당성을 얻었던 투쟁과 시위와 반대를 전교조, 노조, 의사, 교장, 공무원까지 답습하고 있다. 순수하고 진지하고 똑바르고 실천하고 책임까지 지는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숨었기에 우리는 매일 매시 곳곳에서 비난과 투쟁과 시위와 반대의 목소리만 듣고 살아야 하는지 안타깝다. 지도자에게 철학이 없으면 내부동력은 절대 살아날 수 없다.

우리 한국에서 촛불이 꺼지지 않은 이유는 과거나 지금이나 국민의 무지와 희생과 고군분투 때문이었다. 법과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지위를 성공과 출세를 위한 수단쯤으로 착각하여 호의호식과 기득권과 패권까지 쥐려는 의식과 관행과 인물들이 계속 바뀌어야 한다.

결국 철학이 없는 지도자는 결과에 가서보면 결국 나라를 망치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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