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캔들...>의 포스터^^^ | ||
게다가 당대 최고의 여자배우인 이미숙, 전도연과 어느덧 브라운관에서 최고스타로 군림한지 10 여년이 다 되어가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배우 '배용준'의 첫 스크린 진출작이라는 점, 그래서 이 영화가 아무런 영화는 아니라는 분위기로 시작부터가 필요이상의 점수를 딴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사회를 통해 배용준, 전도연의 올누드 정사신이 다음날 스포츠 신문 1면 톱기사로 일제히 보도되면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개봉전부터 모든 흥행의 요소, 더 쉽게 말하자면 기획력, 캐스팅, 검증된 원본 그리고 조금의 선정성까지 조합된 흥행코드였다. (바람난 가족이 캐스팅에서부터 문제를 겪고 영화완성 후 투자자 문제로 몇달을 기다렸던 것과는 대비되는 점)
선선한 가을바람과 기적같은 날씨가 계속되는 10월의 첫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전국 최다개봉관에서 스타트를 한 '스캔들'은 아직 공식집계는 확인된것이 없지만 극장 앞에서의 많은 사람들 (목요일 오후 2시영화를 본 필자의 느낌)을 볼 때 이미 어느정도의 흥행은 예정된것 같다.
그리고 금주 주말을 맞이하여 온갖 일간지에서는 주말 영화가이트를 통해 '스캔들'의 신선함을 조금의 의심없이 특종으로 보도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선택의 공간은 더 좁아진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스캔들'은 화려한 캐스팅과 발칙한 아이디어를 끈끈히 당겨주고 조아주어야할 '디테일(detail)'의 부족함을 이재용 감독의 인기작 '정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가 시대의 바람둥이 조원 (배용준)이 정절녀 숙부인 (전도연)의 정조를 빼앗기 위해 조씨 부인 (이미숙)하고 내기를 한다는 스토리의 기본 설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영화의 기본 테마가 얼마나 영화내내 관객들의 흡인력을 유도하는냐가 관건인데 '스캔들'은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의 비효율적 분배를 보이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굉장히 스피드하다. 프롤로그의 나레이션을 통해 벌써 이 영화를 통해 '심각성', '진지성', '괜한 말꼬리잡기'를 하지말기를 알리면서 영화의 포인트를 암시한것은 아주 신선한 것이다. 오직 '영화'로서 승부를 건다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작과 동시에 장례식을 치르는 조씨 부인과 한 여인과 섹스를 벌이는 배용준을 상반되게 보여주면서 이 영화가 암시하는 바를 아주 간단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어 바로 그 다음 사건전개가 숙부인의 '정조'를 빼았는 본격적인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극의 스피디함과 아울러 그것에 동반할 '디테일적 부분'도 아주 높게 완성되어 동반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이렇게 영화의 80%가 아주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그 이후로의 결집력은 갑작기 떨어지기 시작한다. 숙부인이 너무나 갑자기 울면서 조원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곧 바로 조원의 작업에 걸려 그 뜨거운 밤을 보내더니 이내 곧 조원의 본심이 드러나자 그때부터 영화는 너무 진지해 지기 시작한다.
조선시대의 양반 이데올로기, 성적 문제에 대해서 지나치리만큼 타부적 경향만을 보인 우리 자신들의 문제, 계급적 사회에 직격탄을 날릴만한 설정들 등 이 대부분이 높이 평가할것이것 만큼은 분명하지만 이 모든것의 결과를 마지막 부분에 너무 집약하여 보여주는 것은 관객들의 지루함을 예상하지 못해서일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발칙한 코미디 (물론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하는) 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여러 심각한 상황들의 복합적 전개를 통해 영화는 디테일한 상황연결고리를 잃게 되고 억지로 그리고 심각하리만큼 긴 런닝타임을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은 충분히 사전에 고려되었어야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디테일한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에서 여러가지 불쑥거리는 상황 ('스캔들'에서 숙부인의 심정변화, 조원의 숙부인 배신 등이 그것이라면 '살인의 추억'에서는 범인으로 오인되어서 잡혀가는 모든 용의자들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다음의 상황과 고리를 연결시키고 있는것에 비하면 아주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캔들'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는 실로 다른 기타 미흡한 부분을 다 흡수할 만큼 압도적인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숙은 영화 전반적인 흐름을 이끌면서 정말이지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현대의 시대상을 당시에 대입시켜 놓아도 될 듯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전도연은 키스 한장면에 있어서도 그 모든 감정이 다 들어있는 눈동자를 통해서 연기에 진수를 보여주고 있음은 물로이고 영화 전반적으로도 정절녀의 제대로 된 이미지 (이전의 정절녀는 참한것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지 똑부러지는 것은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에 가려 제대로 그려볼수도 없었다)를 너무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배용준은 그 동안의 브라운관 생활이 그저 겉멋에 든 보통 스타들의 모습과는 다른 (그는 쇼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한 적이 없다고 한다) 철저한 10년지기 배우로서 다져진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는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이 카리스마 배우의 '능글능글함'을 전혀 본적이 없었던 팬들로서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그의 '능글이 웃음'이 정말 훌륭한 연기임에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영화가 외국소설을 토대로 하여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가미시켜 '발칙한 상상'을 보여준것 그 자체로도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나 큰 기대를 받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 '발칙한 상상'이 2시간 넘게 극장안을 지배하는것은 조금 무리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더 자연스러운 전후반부의 연결을 통해 이 영화가 제시하고 하는 높은 도전 정신 (영화제작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의 전달력을 조금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 영화이다.
물론 당대 최고 스타들의 영화, 그리고 신선한 느낌의 영화구성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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