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세계화와 비만산업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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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세계화와 비만산업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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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산업 극성 부려 국가차원 대응책 절실

 
   
  ^^^▲ 이제 비만은 질병 수준이다.
ⓒ 사진/obesity.org^^^
 
 

가난할 때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살았다. 닥치는 대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시절이 우리나에서도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한국전쟁 때만 해도 우리는 마치 거지처럼 살 정도의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아득한 옛날 이야기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우리나라 공화당 시절 대통령 선거전 때 "배고파 못살겠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 "배고파 못 살겠다. 황소라도 잡아먹자"(황소 : 당시 박정희 집권 공화당의 상징물)라는 구호를 내세워 한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선거 유세전을 펼친 적이 있다.

그때는 어디 뚱뚱할 만큼 먹을 것이 있었나? 뚱뚱하진 않지만 '통통한'사람을 보면 "저 집은 잘 사는가 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도 가난해서 밥을 해서 여러 식구가 먹되 반찬거리는 아주 짜게 만들어서 조금만 먹도록 하는 지혜(?)를 짜낸 가정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 그때는 비만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비만 ? "어디 한번 원 없이 먹고나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시절이 지금으로부터 겨우 사오십 년 전일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의 단기간 내 고도의 압축 성장을 거쳐 이만 큼 먹고살게 됐는데 이제 성인은 물론 어린이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비만의 현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 미국의 경우는 비만은 이제 일부 몇몇 사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제 비만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왜? 너도나도 뚱뚱하니 외견상 문제가 안 된다.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1이 비만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만 명 이상이 과체중(overweight)인 것이다. 의학적으로 비만이라고 판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과체중인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약 3억 명이 과체중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5년에는 이 수치가 약 2억 명이었으므로 7,8년만에 1억명이 과체중 대열에 낀 것이다. 10여년 동안 과체중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프랑스, 일본도 과체중 국가가 돼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만산업이 뜨고 있다

이러한 과체중, 비만 현상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업들이다. 그들은 이제 '비만산업(Obesity Industry)'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어떤 현상에 '산업'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면 바로 산업이 되는 시대가 됐다. 학원+산업, 유학+산업과 같이 서로 다른 단어를 합성해도 전혀 새롭지 않다. 우리시대가 그렇게 변해왔다는 것이다.

비만 치료를 한답시고 이 분야에 뛰어든 산업체들이 거대해지고 있다. 오늘날 많은 미국 소녀들은 옷가게에 들러 어머니가 입고 있는 옷보다 사이즈가 거의 2배 크기의 옷을 산다고 한다. 운동장 같은 공공장소에 있는 의자들의 크기가 더 커지고 있고 비행기 좌석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비만 산업은 단지 뚱뚱한 몸을 가볍게, 살을 빼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멀쩡한 의자를 새로 교체해야 하므로 의자 제조업체는 수요가 새로 창출되는 것 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는 비만이 지나쳐 병이 들어도 치료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왜냐면 너무 뚱뚱해서 어떤 병원의 병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을 뿐 아니라 자기공명장치(MRI) 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기계에 몸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그 기계를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약회사들은 소위 기적의 다이어트 약품이나 식품 개발에 혈안이 돼있다. 또 출판사들은 다이어트 관련서적을 출판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 비만 관련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건강 상담, 즉 다이어트 컨설턴트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비만을 보다 못한 부시 미 행정부는 지난 9월 23일 제약회사들이 기적의 다이어트 제품이라는 홍보를 저지할 정부 내 전문가 패널을 결성해서 그들의 제품을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지침서)를 내 놓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것에는 관심을 둘 처지가 안 되는지 모르는지 비만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없다. 단지 과장광고에 대한 주의 조치가 고작인 수준이다.

제약, 식품업체, 실제로는 고객비만 안중에 없어

미국의 일부 식품회사들은 그들의 고객과 이익단체 모두에게 건강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18일 버거 킹은 저지방 치킨 샌드위치를 출시하면서 사먹는 고객들의 허리둘레를 재어 볼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아무리 저지방이라도 먹으면서 허리둘레를 재본다?

진정 버거 킹은 고객들의 건강만을 생각했을까? 물론 아니다. 그들은 6년 연속 매출이 감소해왔다.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 지하철이나 기타 다른 장소에 파는 건강식품과 경쟁하기 위해 제품을 내 놓았을 것이 자명하다.

버커 킹이 이런데 맥도날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맥 도널드는 오프라 윈프리의 개인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운동 그루(Guru : 원래 인도말로 '전문가'라는 뜻)인 밥 그린의 서명을 붙인 전세계 식품의 일환으로 새로운 메뉴를 등장시켰다. 그는 고객들이 더 많이 걸을 수 있도록 만보계가 딸린 "고우 엑티브(활발하게 걷자)"라는 치킨 제품의 판촉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거 뭐 먹으면서 더 많이 걸어 보자고?

내년에는 미국 최대의 크라프트 식품회사는 고객들을 위해 보다 많은 건강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등 비만 관련 기업들은 저마다 고객을 위한다며 판촉에 열을 올리고 고객들은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맛있게 먹고 살은 피둥피둥 쪄 가는 현실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국가차원 비만 치료책 나와야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의 교묘한 상술에 일반 소비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이다. 최근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비만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놈의 '맛'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건강에 좋고 저지방, 살 안찌는 제품이라고 홍보해 봐야 맛이 없으면 안 먹는 게 문제다"고 국제 마케팅 그룹 파트너인 게리 엡스타인씨는 우려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세계적 비만(Globesity)' 즉 '비만의 세계화'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서 미국인 중 90%가 자기 체중 문제는 자기 책임이며, 단지 일부만이 식품회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제품 생산회사에 대한 법적 소송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아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개인 비만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시키고 법적 제도를 마련 또는 완비해서 제약회사나 식품회사들이 그들의 이익만을 위한 제품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열을 서둘러야 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의 확대 및 예산 편성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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