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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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영화 <이퀼리브리엄>

^^^▲ <이퀼리브리엄>포스터^^^
'매트릭스는 잊어라' 라는 문구와 함께 포스터 전면에 [키아누 리브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나이가 등장하는 <이퀄리브리엄>은 당돌하다는 생각부터 들게 한다.

포마드로 빗어 넘긴 듯한 머리와 차이나 칼라의 긴 롱코트는 분명 <매트릭스>에서 보았던 그것과 빼어 닮았다. 하지만 뜯어보면 <이퀄리브리엄>은 '포스트-매트릭스'를 표방하지도 [레오]가 사는 가상현실도 등장하지 않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화다.

3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하나의 공화국 [리브리아]가 생겨난다. 전쟁이 인간의 분노를 비롯한 감정에서 생겨났다고 믿는 [총사령관]에 의해 모든 국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을 스스로 투여한다.

이 약물의 효능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억제하는 것. 감정이 없는 마네킹 같은 사람들이 공화국을 메우고 있는 반면 지하에는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공화국의 전복을 노리는 이 반군을 숙청하기 위해 정부는 살인기계인 [클레릭]을 양성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살인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길러져온 [클레릭]중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존 프레스턴(크리스찬 베일)]은 반군들의 봉기가 있을 때마다 큰 공을 세운다. 그러나 우연히 투약시기를 놓친 그는 점점 인간의 본성과 감정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퀄리브리엄'의 사전적인 의미는 균형(均衡, Equilibrium)이다. 영화 <이퀄리브리엄>에서 [총사령관]이 머무르는 곳이자 공화국의 중심이 되는 건물 앞에 쓰여져 있기도 한 이 말은 영화 속에서 마음의 평형 내지는 몰개성을 상징한다.

전쟁의 원인이 분노와 파괴 본능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이 그런 감정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감정이라는 경계가 무를 썰 듯 명료하지 않은 만큼 다른 모든 감정까지 통제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이성만 가지고 감성은 거세당한 일률적인 비정상 인간들이 [리브리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깨뜨린 이 설정에서 갈등은 당연히 찾아오는 수순이다. 잃어버린 감정을 찾고자 하는 인간과 아슬아슬한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이퀄리브리엄>이 특별해질 수 있는 요소다.

여타 액션 영화에서 보여지는 '착한 분'과 '나쁜 놈'의 싸움을 촉발하는 원인은 보통 마약, 돈, 원한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특이하게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놓고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시간도둑인 회색 신사들과의 다툼을 그린 [미카엘 엔데]의 소설 <모모> 만큼이나 참신한 선악 대결 구도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액션 장면들이다. 쌍권총을 들고 혼자서 수많은 적들을 간단히 제압하는 [존]의 모습은 화려함 그 자체다.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그림같이 우아한 액션신들은 분명 매력이 물신 풍긴다.

같은 쌍권총을 들었음에도 <영웅본색>의 주윤발은 몸을 날리고 상처를 입으면서 싸웠던데 비해 [존]은 거의 선 자세에서도 무용을 하듯 적을 제압한다. 살상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로 시뮬레이터한 뒤 팔이나 발의 각도까지도 계산해서 움직이는 [클레릭] 양성 프로그램은 어이없다.

쌍절곤을 휘두르듯 총을 다루는 [존]은 자신을 중심으로 적들이 주위를 둘러쌓았을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다. (물론 극중에서는 그런 상황들만 연출된다.) 이런 액션은 CG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공허한 액션이 되고 말았다. 가히 '빛좋은 개살구'라고 할 만 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퀄리브리엄>이 스스로를 <매트릭스>와 비교하는 것은 일종의 상업적 전략이라고 보여진다. <와사비>가 [장 르노]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레옹2>라는 별칭으로 홍보를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짧은 생각으로는 <매트릭스>의 '짝퉁' 이미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장점을 내세워 홍보를 했으면 한다.

'저예산 영화로 이정도의 퀄리티가 가능하다' 라든지 <아메리카 싸이코>에서 호연을 보여주었던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작품이라든지 하는 것들로도 홍보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옛말에 '나무는 큰나무 밑에 있으면 말라죽지만 사람은 큰사람 밑에 있으면 더 큰다'고 했다. <이퀄리브리엄>이 '나무'를 따라갈지 '사람'을 따라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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