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를 닮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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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를 닮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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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없이 믿는 내가 되기를 바라지만 늘 버릇처럼 매사를 확인하고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못 믿는 마음이 생겼다. 못된 생각이다. 남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게 된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커진다. 손바닥의 못 자국을 만져보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고서야 그의 부활을 믿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확인해 보지 않고 믿는 것이 더 복되다는 말씀을 했다. 신약성경 요한복음(20장27절)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나 자신에 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으면 믿지 않으려는 마음이 들 때는 섬뜩함마저 들어 그런 버릇부터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버리지 못했다. 가족들은 나에게 ‘나일론’ 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일론은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놓으면 오므라드는 이중성이 있다. 그때그때 임기웅변에 강한 자는 나일론 같다.

내가 잘못한 경우에도 그런 이중성은 나타난다.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그러다가 말이 막히면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것을 하루아침에 고치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가족들은 죽은 후에나 고치겠다는 이야기냐고 응수한다.

식구들은 나를 늘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본다. 언젠가는 내가 믿는 신앙마저도 버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내가 99%가 사실인 것을 더 믿게 하기 위하여 1%의 거짓말을 하는 것까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더 나쁘게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때로는 웃기는 말이 오고 간다. 맑은 물에 고기가 살지 못하며,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한 것이다. 죽어 가는 환자에게 많이 좋아졌다고 인사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필요한 것이다. 전연 거짓말 없이 산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한다.

아내는 반대로 말한다. 그러한 습성은 항상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위 논리학에서 말하는 말까지 들먹인다. “일부가 거짓이면 전체가 거짓이다. 따라서 전체가 참이면 일부가 거짓일 수 없다.” 는 말을 한다.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면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매우 심각해지고 언쟁까지 생긴다.

언젠가는 조그만 일로 다투었다. 지나치던 동네 어른이 교회에 갔다가 오느냐고 물었다.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아니라고 했다. 시장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면전에서 거짓말을 한 꼴이 되어 얼굴이 붉어졌다.

그 자리에서 대답을 바꾸면 나는 무엇이 되느냐고 항의를 했다. 교회를 핑계 대고 하는 거짓말은 가장 못된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자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진다. 당신이 끼고 있는 금반지는 순금일 텐데 몇 퍼센트일까 하는 기발한 착상의 발언을 했다. 대답을 못했다.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 되다보니까 나에게도 오기가 생겨 어깃장을 놓거나 염장을 지르는 일을 일부러 더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점점 믿음이 약한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믿지 못 한 자는 죽고, 믿은 자는 살았다.” 김 은국 이 쓴 “순교자” 라는 작품의 내용이다. 전쟁 속에서 평양을 배경으로 쓴 작품으로서 도덕성의 애매함이 있는 작품이기는 하나 살기 위하여 믿음을 버린 열두 명의 목사는 목숨을 잃었고, 그 반대로 한 주인공은 살아남았다. 믿음이 생존 문제와 결부되고, 심화되어 가면서 종교적 갈등과 윤리적 문제를 파고 든 작품이다.

사람들은 죽음 직전이나 극한 상황에 처하면 믿음을 깨뜨리고 신의를 지키지 못한다. 믿음을 위해서 목숨까지 버리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큰 믿음을 위해 성인성자들은 목숨을 버린다. 눈앞에 적은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성자 같은 믿음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신앙은 무조건적 믿음이 있어야 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이는 어머니의 뜻을 따지고 따르지 않는다. 신앙도 마찬가지가 되며 무조건적 믿음을 가질 때 확신이 있게 된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다.

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사회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약속을 안 지키면 실없는 사람이 되고, 거짓말쟁이가 되어, 믿음이 없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작은 거짓말을 하는 나의 습성은 일상생활에서도 버릇이 되어 튀어나온다. 친구가 돈을 꾸어달라고 할 때도 무조건 없다는 말부터 하게 된다. 우선 방어 자세를 취하고 보자는 심보다. 그 다음 말을 들어보고 적당히 따돌리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을 믿지 못하는 속마음이 그런 대답을 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일을 친구와 약속하고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지키지 않는다. 자기중심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다. 목숨과 비교할 정도로 약속을 중요시한 것은 믿음을 잃으면 더불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뜻으로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으니 더 나쁘다.

이웃에게 믿음을 주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확인하지 않고 남을 믿을 때 다른 사람도 나를 믿는다. 반대로 사실을 확인하고 믿는 것은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 되고,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은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확인 없이 믿는 내가 되기를 바라지만 늘 버릇처럼 매사를 확인하고 사는 나는 언제 그것을 버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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