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울시청 앞에는 상암동 지역 철거민들의 1인 시위가 진행중이다. 1인 시위에는 어떠한 무력도 - 시위 대상이 강제 해산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 발생하지 않는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소리 높여 외치지도 않고, 우르르 몰려들어 집기를 파괴하거나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1인 시위는 평화시위라고도 불린다. 1인 시위가 평화시위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까닭은 그 이름이 갖고 있는 한사람이 펴는 침묵시위 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1인 시위는 평화시위이자, 침묵시위이다. 때로는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보다 침묵 속에 더 많은 주장과 힘이 담겨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바로 1인 시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1인 시위는 2000년 12월 4일 참여연대가 삼성재벌에 대한 과세 촉구로 국세청 앞에서 시작된 것이 효시이다. 처음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의 변칙 상속 의혹을 제보(2000년 4월 26일)한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세청의 대답은 한결같이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게 7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참여연대 조세 개혁팀은 여러 논의 끝에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의 규정인 '외국대사관이 입주한 건물이나 입법기관 주변 100m이내에서는 집회를 할 수 없다' 는 현행법을 통과할 방법을 모색하다, 집회의 개념인 다수인의 개념을 역이용 (집시법 2조), 국세청 앞에 나홀로 피켓을 들고 서있는 1인 시위를 감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국세청 앞 시위가 각종 단체 및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위는 계속 되었다. 여기에 '20m 이상 떨어진 장소는 동일장소로 보지 않는다' 는 집시법의 틈새를 이용하여 여러 명이 20m 이상 간격을 두고 시위를 하는 변형된 '릴레이 1인 시위'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렇듯 1인 시위는 혼자 이지만, 혼자가 아닌 '한 사람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평화 시위로 이젠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1인 시위의 힘이자 결과이다.
피켓을 들고 서 있던 그날의 국세청은 높은 건물이 위시하는 궁성의 벽이 아닌, 국민의 세금을 갈아먹는 부끄러운 건물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 추운 겨울, 꼬리에 꼬리를 부는 시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국세청 앞 1인 시위는 2001년 4월16일에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시위를 효시로 지금 전국의 곳곳에선 많은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그해(2001년 3월 기준) 국세청 앞 시위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회 앞 시위, 소파 개정안 비준 반대를 위한 미국 대사관 앞 시위, 전철역 장애인 추락사고에 항의하는 장애인 단체의 세종로 정부청사 앞 시위 등으로 이어져 이 나라의 높고 허술한 정책을 항변하는 하나의 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이 기사는 12월 4일 까지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 [관련기사] '일인시위'는 아무나 하나(포토) /박경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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