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 떠나는 정몽준 후보 부부국민통합21 정몽준후보 부부가 25일 새벽 후보단일화 여론조사결과 발표후 노무현후보의 승리를 인정한 후 당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 ||
한겨울 밤의 여론조사 게임이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국민통합21의 전략적 완패였다. 전략상으로 통합21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민주당에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을 했다.
첫째는 조직력에 대한 간과이다. 일찌기 선거전에서 선거 직전 급조된 정당이 승리한 예는 없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선거에서 조직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범위가 넓어 컨트롤이 힘든 대선이라는 큰 선거전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일부의 표본집단을 선정하여 이루어지는 여론조사의 경우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특히 시간까지가 특정된 여론조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조직의 힘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었고, 그런 점에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통합21로서는 힘든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여론조사의 시점을 휴일인 일요일로 잡은 점이다. 통합21이 여성이라는 변수와 '광신도'라고까지 불리는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지지성향은 통합21의 정몽준에 더 우호적이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젊은 하이칼라 남성층에서 두텁다. 그렇다면, 평일의 여론조사와 휴일의 여론조사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평일인 경우 남성들은 대개 직장에 출근해야 하므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여성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휴일이라면,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처럼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들이 있는 경우라면 결과는 정 반대가 된다.
통합21은 이 점을 간과했다고 할 수 있다. 휴일 여론조사는 결국 모든 열혈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셋째는 이 게임이 정몽준 후보가 밀릴 수밖에 없도록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노무현 후보로서는 밑져봐야 본전인 게임이었고, 정몽준 후보는 이기나 지나 둘러리 신세일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이것은 그러나 상당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상세한 이야기는 접겠다.
다만 한 가지, 상당한 위험부담까지 안으면서도 노무현 후보가 왜 단일화에 그렇게 목을 맸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현 상태에서 선거전에 임하는 경우 정몽준 후보보다 더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쪽은 단연 노 후보쪽이다. 비록 최근에 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건 그야말로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미미한 상승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정몽준 후보가 최후까지 간다는 각오로 좀더 느긋한 방식의 방식의 싸움을 준비했다면 게임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갈 수도 있었다.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경우, 다시말해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표를 나눠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 후보가 어려우면 노 후보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정 후보는 노 후보에 비해 보다 덜 쫓기는 입장에 있었다. 지금과 같은 타협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건 대선 직전에 가서 꺼냈어야 하는 카드다. 자중지란에 빠져 있던 민주당으로서는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정몽준 후보로서는 달리 쓸 수 있는 카드가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었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21은 확신도 없는 이상한 게임을, 그것도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벌여 결국은 민주당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통합21이 정녕 대선 필승을 기약하고 출범한 곳이라고 한다면 참 해괴하다 아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통합21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어쨌거나 이는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선전이 보다 명확한 구도를 띠게 되었다는 점에서 골치가 덜 아프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한겨울밤의 여론조사 게임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정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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