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 돌릴 때 쓰는 오토바이 ⓒ 구현모^^^ | ||
신문 돌리는 친구의 최대 적은 인력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술'과, 그리고 절대 통제할 수 없는 '비'이다. 그러나 아내가 전자 대리점에 일할 때 가장 좋아하는 날은 애석하게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오는 날 신문을 돌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겠지만 젖은 신문에 대한 수습이나 평소에는 하지 않아도 될 비닐 씌우기 등의 추가 노동이 수반된다. 그에 반해 전자대리점은 비가 오면 매장 방문객의 수가 현저히 떨어져 일하는 직원으로서는 조용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산장수와 부채장수의 어머니는 나그네의 지혜를 빌어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려 좋고 해가 뜨면 부채가 잘 팔려 좋다는 생각으로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지혜도 곧 흑백논리의 오류임을 깨닫는다.
또 다른 나그네는 그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비가 오면 부채장수가 우산장수를 도와 그 효과를 높이고 해가 뜨면 그 반대로 하여 장사가 더 잘 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의 전환에서 행위의 전환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묘책을 낼 수가 없다. 매장 관리와 상품 홍보로 밀린 경리 업무를 해결하기에는 비가 오는 날이 기회라고 좋아하는 아내에게 비 오면 절대 안 된다고 초를 놓을 순 없지 않겠는가.
또한 새벽에 비가 올까봐 늘 걱정하는 친구에게 '비가 와야 우리 마누라가 편하지'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비가 적당히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느 아침 방송 프로그램의 사회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날씨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봄으로써 그 사람의 정신 연령을 알 수 있다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나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이 좋다는 사람은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것이며 나이가 들면 그저 맑은 날이 좋다고 한단다.
수긍이 가는 말이긴 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이 워낙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날씨의 의미 또한 여러 가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 마케팅이란 것도 있듯이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날씨를 마케팅에까지 이용한다는 것은 자연의 수동적 지위에서 능동적 지위로의 발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동적 지위가 곧 지배적 지위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오늘같이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한 날씨를 우리가 원할 순 있지만 그렇게 만들기엔 인간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제 필자의 딜레마도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미련없이 털어버려야겠다. 비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으신 분들 앞에서는 나의 걱정이 사치라고 여겨지며 또한 오늘같이 환상적인 날씨 앞에서는 그런 고민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인한 이번 피해가 우리들에게 '노아의 방주'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 날씨로 인한 필자의 희열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졌으면 한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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