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하지 못하는 걸까
왜 우리만 하지 못하는 걸까
  • 김재순
  • 승인 2002.11.23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똥개도 주인 앞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

이른아침 자동차를 몰고 직장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자동차에 TV가 달려있는 나는 습관처럼 TV를 켜고 아침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그날 아침방송에 나온 코너의 한 귀퉁이는 미군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여중생과 관련한 공판내용이었다.

미군재판에 우리 검찰이 뭐라고 항변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관제병이 무죄란다. 미국적 기준으로 볼 때 고의성이 없다는 이야기. 업무태만도 없고, 과실치사도 없나 보다. 이런 답답한.

그런데 그날의 아침방송은 미군의 횡포 때문에 같은 나라 사람들이 대치해야 하는(전경과 시민) 우리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그 보호 안에서 남의 일처럼 농담하며 서있는 미군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나라 사람들이 몸을 밀치고 싸우며 흥분하여 서로 때리고 머리가 떠져야 하는 슬픈 현실.

그걸 보면서 출근하는데 정말 기분이 그랬다. 얼마전 일본 총리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 김정일로부터 일본인 납치와 관련된 사과를 받아내는 그 모습이 기억났고, 제 스스로 미국에게 핵을 생산했다고 자백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우리가 아직까지 평생 받아보지 못한 그 사과는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었다. 아예 말도 못 꺼내본 우리가 아니던가? 우리가 모르는 일본과 미국의 끊임없는 북한 압박하기가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들의 철저한 외교적 준비가 그런 결과를 얻어내지는 않았을까?

왜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의해 이런 횡포를 당하고 그 횡포에 대한 사과 한마디 들어보지 못하는 걸까? 왜 우리만 못하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그날의 나의 궁금증은 그날 신문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관제병에 대한 무죄에 대해서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그 마당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사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국가관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가? 항의도 해보질 않은 채 "그래 알았어"라니.. 핵 없다니까 "응 알았어", 납치한 적 없다고 하니 "알았더", 납치얘기 꺼내지도 마 하니까 또 "그래그래 알았어" 이러진 않았을까?

우리가 동해라는 이름을 찾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나? 그렇게 간단하게 '동해라는 이름이 맞다니까' 해서 찾은 이름이 아니다. 고서를 찾고 외국의 판례를 찾고 외국의 문서를 찾아헤매면서 일본의 그 어거지에 대처했기 때문 아니던가? 우리의 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가관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나라는 국민이 지켜라, 이거 아닌가?

오늘 뉴스도 참으로 우습다. 외국 자동차 회사의 통상압력을 핑계로 경유승용차 도입을 하려고 했던 게 엊그제다. 그런데 환경기준치를 내려서라도 통상압력을 피해보려는 나약한 정신력의 정부가 오늘도 결국 한 건을 했다. 무쏘 스포츠라는 기종에 대해서 승용차 세금을 물리기로 했던 정부가 외국의 동종 차종도 승용세금을 물려야 하기 때문에 내달부터 다시 화물차로 분류해 세금을 내리겠다고 한다.

방법은 언제나 하나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으로 이민을 가든가 아니면 외국 사람한테 늘 부탁을 해봐야만 해결될 것이다. 그래 그렇게 비굴하게 살자. 그래서 살기 좋다면, 그리고 뭐 큰 문제 없다면 그렇게 살아보자.

하지만 문제가 뭔지 아는가?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우리는 참아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 우리는 참아야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눈 가리고 귀 막아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야 하는 당연한 진리도 없는 국가관을 가진 이 나라 정부는 정신 좀 차려야 할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도 않으니 당연히 외국에 나가 불이익을 받는 우리나라 교민들의 아픔도 알아줄 리 없다. 똥개도 주인 앞에서는 50% 먹고 들어간다는데 우리나라 이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말이 더 없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똥개탓이 아니라 주인탓이다.

똥개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주인이다. 주인의식 없는 국가관이란 그것은 최악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나쁘다고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인이 정신이 없어서 우리 시민들이 미친 개처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군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우리 정부는 미안하긴 한지 무분별한 반미감정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라는 토를 달았다. 별 걱정 다하신다. 남의 걱정까지 해주고 있다. 지금은 반미감정이 아니라 정부 당신들에 대한 불신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계속 항의해라. 계속 따지고 물고 늘어져 받아낼 것 받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내자. 편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제발 좀.

핫이슈포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