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박충훈 선생, 소설집 '동티' 펴내
중견작가 박충훈 선생, 소설집 '동티' 펴내
  • 김동권
  • 승인 2010.08.28 0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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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떠도는 이무기의 노래

^^^▲ 박충훈 작가, 정연희 작가와 함께
ⓒ 뉴스타운 김동권^^^
중견작가이자 한국소설가협회 윤리부위원장인 박충훈 선생이 여섯 번째 작품집『동티』가 국학자료원에서 출간되었다.

그동안 향토애와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회개혁과 통일에 대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 온 박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개인적인 <체험>을 <경험>의 경지로 만드는 추체험의 과정을, 고향인 강원도의 민중정서와 자연풍수 모태를 바탕으로 융숭 깊게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표제작 『동티』를 비롯한『내 이름은 김치삼』『나는 호치민을 보았다』『내 동부 바보 태식이』『천적』『이무기는 없다, 그러나 있다』『사랑이 가득한 집』『내 친구 소설가 P군』『사랑의 모습』등 아홉 편의 주옥 같은 작품에서 육체와 영혼, 세속과 초월, 지상과 천상의 대립 경계들을 넘나드는 언어의 신비한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속과 초월, 혹은 자연성이 서로 흐르면서 유기체로 한 몸을 이루는 『동티』의 작품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미의 바다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는 이 의미의 바다에서 인간의 언어와 신령한 이무기의 언어로 섬세하고 민감하게 생명의 운행과 그 조화로움을 살피고 있다.

그래서 『동티』에서는 논리적 매개나 의미에 대한 적극적 해명 없이도 <피난선박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김치1이 태어나고>, <적장 호지명의 시체 앞에서 호치민을 보고>, <강물 한가운데서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 나오고>, <친구의 하얀 뼛가루가 마당 잔디 사이에 보일 듯 말 듯하고>, <사내의 상체에 수십 마리의 쥐들이 불나방처럼 연신 달라붙고>, <산소를 개장한 지 나흘 만에 그 일에 관여된 사람들이 모두 사고를 당하고>, <둑길 저만큼 앞에 서까래만한 이무기가 굼실굼실 꼬리를 저으며 앞서가고> 있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소설집『동티』의 이야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위, 세속과 초월, 육체와 영혼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이무기의 절창이다. 이무기의 노래가 기존의 언어체계나 규약 바깥의 길 위에서 떠도는 그런 세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의식과 지향으로서의 아니라 존재 자체로 어쩔 수 없이 길 위에서 살아야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슬프고 고달픈 유랑이야기를 울분이나 슬픔의 매개체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항체로 삼아 소설을 지탱하는 힘을 만든다.

단편 중『내 이름은 김치삼』에서는 1950년 12월 23일 오전 11시.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가 턱 밑에까지 추격하는 중공군을 피해 흥남부두 까지 흘러온 피난민 1만 4천여 명을 태우고 급히 흥남부두 외항을 빠져 나오던 급박한 순간에

『배가 출항한지 얼마 안 되어서 아기가 태어났어요. 다행히 한국 여인들은 우리 의료진이 출산을 도울 사이도 없이 자기들끼리 완벽하게 뒤처리까지 하여 아기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태어난 아기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냥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김치 1>이라고 붙였는데, 거제도까지 항해하는 사흘 동안 아기 5명이 태어나 김치 5까지 생겼습니다.』

짐짝같이 짓이겨진 피난민들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이름을 김치1, 김치2, 김치3으로 부르는 능청스러운 입심을 통해 서글픈 절체절명의 순간을 생명의 활력이 가득한 현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어디까지 슬픔이고 어디까지가 능청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슬픔을 역경을 이기는 항체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과거의 체험을 체험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경험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작가의 고도의 소설적 전략으로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는 완숙기에 접어든 중견 작가의 이무기노래 같은 절창을 들을 수 있다.

소설가 김성달 선생은 『이 소설집에는 세속적인 동시에 초월적인, 인간적이면서도 귀신적인 세계가 도처에 암시되거나 그림자처럼 드리워져있는데 이것은 곧 세속과 초월 모두에 마음을 자유로이 적응시킬 수 있는 세계가 있다』고 해설하고 『인간과 자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영혼적 교류를 갈망하는 박충훈 작가의 소설이 세속과 물질의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에게 서늘한 쉼터를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작가 박충훈 선생은 강원도 영월 출생했다. 1988년 <월간중앙>논픽션 공모에「金馬里 3‧1 運動秘史」가 당선되고, 1990년 <월간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강물은 모두 바다로 흐르지 않는다」전2권. 「그대에게 못다한 말이 있다」「우리는 사랑의 그림자를 보았네」장편역사소설「세종&김종서 君臣」 대하역사소설 「대왕세종」전3권 등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주로 썼다. 또한 작품집 「그들의 축제」「동강」「남아 있는 사람들」「못다 그린 그림 하나」「남녘형님 북녘형님」등에서 향토애와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회개혁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주로 다뤘다. 20여 년간 산행을 하면서 전국의 약초와 산나물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 ‘산야초 연구가’로 활동하며 건강실용서, 「밥상위의 보약 산야초를 찾아서」「야생 생약재로 보약주 만들기」「소설가 박충훈의 건강차 35선」「잘 먹고 잘 누고 잘 자는 법」등을 저술하였다. 2009년 <조선일보 장편논픽션>공모에「태극기의 탄생」이 당선되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2009년 대하역사소설 「대왕세종」으로 서울시문학상을 수상했다.<국학자료원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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