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시장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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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시장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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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햇볕정책이 코앞에 닥친 통일의 기회를 차 버렸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70 년대 말 경부터 농민들의 불만을 갈아 앉히고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로 집단농장 농장원 한 가구당 20~30 평 남짓하게 [텃밭]을 주어 개인 경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다.

그런데 텃밭의 생산성이 집단농장에 비하여 10배 이상 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 북한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농촌에는 야채 등 잉여 농산물이 생기게 되었으며 이러한 농산물과 개 토끼 염소 등 가축을 가지고 열흘에 한 번 정도로 열리는 [원시적 형태의 장터]에서 주로 생필품과 농산품의 물물교환 직거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을 농민시장 또는 장마당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1998년)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몇 개 안되던 농민시장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하여 군(郡)별로는 1~2 곳 시(市)별로는 3~5 곳에 [장마당]이라 불리는 농민시장이 북한 전역에 35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장마당에서는 북한 전체 생필품의 60~70 %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며 거래되는 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거래 가격은 북한 공식가격(배급가격)의 적게는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심하게는 1000 배에 이르는 암(闇)거래 시세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격차가 가장 심한 [쌀]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쌀 1kg의 공식 배급가는 0.08원 인데 비하여 암거래 가격은 믿기지 않겠지만 무려 75원이나 하여 하급 노동자 1개월 치 월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암거래 중심의 농민시장(장마당)의 등장은 단순히 북한의 식량부족 등 물자결핍과 경제적 낙후성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총체적 경제파탄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시사하고 있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Ⅰ] 공산혁명의 첫 단추와 마지막 단추

소련 점령군이 1946년 2월 8일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이 1946년 3월 5일에 서둘러서 제정한 이른바 [토지개혁법령] 이었다.

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농업경제가 주를 이루던 해방 당시사회에서 소위 인민민주혁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토지제도를 붕괴시켜 민족진영의 경제적 기반을 말살한다는 측면과 공산당의 생산수단의 장악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토지개혁 초기의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구호는 북한 정권수립 후 1.2차 경제계획과 6.25 전후 복구시기를 거치면서 1958년 모택동 식 [농촌집단화]를 강행하면서 농민을 일시적으로 우롱한 속임수에 불과한 공산화정책 이었음이 여실히 들어나기도 하였다.

모택동의 인민공사를 본뜬 김일성의 농촌집단화가 완성된 1959년 1월 5일 [전국 농업협동조합대회]에서 김일성이 행한 연설문을 보면, <토지개혁 결과 농촌에 소상품(小商品) 생산적인 농민 경리(經理)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소상품은 자연생성적으로 자본주의와 부르주아를 생성하는 폐해가 있어 우리 당의 영도 밑에 농촌경리의 사회주의적 협동화를 완성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후 1972년 12월 개정된 북한의 소위 사회주의 헌법에서는 농업뿐만 아니라 광. 공업 등 북한의 모든 생산수단과 소유형태는 공유(公有)와 공유(共有) 밖에 없는 완벽한 사회주의 천국을 이룩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 공산집단은 [사유제도와 시장경제]파괴를 사회주의 혁명의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농업의 집단화라는 세기적 바보짓을 저지른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이른바 사회주의 혁명의 시작과 완성(?)을 농촌집단화와 시장경제 말살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농민시장(장마당)의 등장과 확산은 사회주의혁명실패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자연생성적 자본주의와 부르주아 생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反 사회주의적 상황을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난의 한 단면이 아니라 체제붕괴의 조짐으로 보아야한다.

1945년 8월 17일 나진항으로 상륙 북한에 진주한 소련 점령군과 그의 충실한 앞잡이 김일성 일당이 필생의 노력으로 완성하려고 했던 위로부터의 [혁명]이 공산화 혁명 50여년 만에 [밑으로 부터의 실패]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 장마당이라는 이름의 [농민시장]이라 하겠다.

[Ⅱ] 고통스러운 실험은 이제 끝장나는가?

북한 김정일의 독재체제를 떠 받쳐주고 있는 세개의 기둥은 무엇인가?
① 인간의 본능적 기본욕구를 억압 통제하는 정치사회적 제도 및 장치
② 엄격한 상호 비판 감시와 처벌 공포
③ 철저한 폐쇄로 주민에 대한 집단 세뇌교육과 체제 맹종 맹신 유지

이런 것들이 교묘하게 짜인 당 선전선동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하도록 운영함으로써 당장 굶주려 죽어나가게 될망정 '김정일 장군 은덕, 우리식 사회주의 지상낙원'만을 주문처럼 뇌까리며 행복(?)하게 죽어가는 군중들로 가득 찬 수수께끼의 나라가 돼 버렸다.

북한 주민을 김정일 독재정권에 노예처럼 굴종시키는 메커니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적 기본욕구를 억압 통제]하는 수법이라고 하겠다. 이 메커니즘의 주요 골자는 ⓐ배급제 ⓑ자유제한 ⓒ사상통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배급제]는 <인간 통제는 목구멍>부터 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모든 주민들에게 여유와 충족을 주지 않음으로서 복종과 충성을 강요 할 수 있다는 공산당 식 지배와 억압 논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북한은 식량을 포함한 모든 생필품을 철저한 [배급제]로 관리 해 왔다.

여기서 인간생존의 기본요소라 할 [식량배급] 문제를 우선 살펴본다면 북한은 1958년 농촌집단화와 함께 사회주의 건설 이라는 명목으로 전면적인 식량배급제를 실시하였다. -식량이 아직 수요에 충족하지 못하는 조건하에서 식량낭비를 없애고 모든 성원들에게 골고루 차례지게-라는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 걸고 있었으나,

식량낭비 방지와 균등분배라는 명분 보다는 [전쟁 비축미] 확보와 신분에 따른 차등수혜의 제도화라는 현실적 목적 외에도 공산혁명의 기본인 [사유제도와 시장경제] 말살이라는 목표를 교묘히 숨겨놓은 기만술책이 허울 좋은 [식량배급제]인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장마당이라 부르는 농민시장이 곳곳에서 번창(?)해 간다는 것은 다름 아닌 <소상품 적 농촌경리가 자연발생적으로 자본주의와 부르주아를 생성>시켜 50년 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대를 이어 애써 가꿔온 사회주의체제가 송두리 채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농민시장이 북한 주민 생필품의 60~70 %를 공급하게 됐다는 것은 단순히 물자공급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력한 주민 억압통제 수단의 하나가 완전히 마비되어 무력화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서는 [시장]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빈번한 주민의 왕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유통을 통제 할 수가 없게 됨은 물론 여행. 거주이전. 직업선택. 사유재산의 제한등 사회적 강제의 완화 내지는 해체가 불가피해진다는 의미도 있다.

[시장]의 등장이 사회주의체제에 줄 타격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범하고도 심각한 것들이다. 전국 350여 곳에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공산정권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점차 상실해 가고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50여 년간 계속된 고통스러운 실험이 완전실패 했음을 뜻 한다.

[Ⅲ] 새로운 시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제비가 날아들었다는 것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증좌이다. 북한에 [시장]이 등장했다고 해서 김정일 독재체제가 절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통스런 사회주의 50년 실험이 끝장나고 체제 와해가 시작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 와해] 현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남한 정부와 국민들에게 주어진 과제 일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이른바 햇볕론을 바탕으로 한 대북 포용정책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포용정책목표가 망해 가는 김정일 체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정일을 상대로 금강산 개발 보상금조로 9억 4천 2백 만 $ 이라는 막대한 외화를 제공한다는 것은 김정일 독재체제의 수명연장 책은 될지 몰라도 [북한체제]의 질서 있는 변화와 [통일촉진] 효과는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북한주민의 억압과 고통만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북한 김정일이 이미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무역이 됐건 원조가 됐건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을 많이 자주 북한전역에 생겨난 [장마당]에 공급하여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세상 맛]을 보도록 해줌으로서 북한 주민을 각성시켜서 자발적인 체제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시장]을 통한 북한 주민과의 접촉과 교류의 증대만이 북한 독재정권의 압제를 뛰어넘어 통일의 문을 열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도일 것이다.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김정일이 스스로 [대화]를 간청해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대화가 필요한 쪽은 김정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에게 새삼스레 [개혁개방]을 주문하지 말라 [시장]의 성장이 곧 개혁이요 개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김정일에게 요구 할 것은 단한가지 자퇴(自退)와 자멸(自滅) 중 택일 할 것을 추궁할 일 밖에는 없다.

재야운동권은 현실을 직시하여 관념의 미망을 떨치고 철지난 좌경의 태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친북 편향 식 김정일 짝사랑하기를 멈추어라. 정부는 표몰이식 인기에 영합한 북한관련 [治績]쌓기 놀음에 연연 말라, 관리들은 '높은 분' 눈에 들기 위한 한건주의식 발상에서 에서 탈피하고 기업은 간상 모리배 근성에서 벗어나 한탕주의 유혹을 뿌리쳐라. 국민 각자는 적절하고도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통일]을 만들어나가자.

[통일의 문]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북에 조성된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조용한 통일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서둘지 말고 차분하게 [장마당]의 기능과 역할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길이 철지난 [정상회담]에 매달리기 보다 더 효과적 일 것이다.

햇볕을 쬐여 줄 곳은 김정일 독재체제가 아니고 북한주민 생필품 60~70%를 공급해 주는 바로 [장마당]을 통한 일반 주민의 생존 자체 이다. [장마당]에는 기필코 도와주어야 할 어린 [꽃제비]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장마당에 풀어놓은 생필품은 김정일도 감히 [포탄]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주) 1999년 1월 14일 PC통신 HiTEL에 게시했던 [코앞에 닥친 통일을 놓치지 말라]는 제목과 [농민시장 등장의 의미]라는 부제의 칼럼 전문을 제목과 부제만 바꿔 최근 방영 된 신의주 지역 시장의 활기찬 모습의 영상에 대한 느낌 대신에 이 글을 여기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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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 2010-08-23 10:20:50
DJ 햇볕정책이 코앞에 닥친 통일의 기회를 차 버렸다면(사실 잘못된 인식이지만), MB는 통일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회마져 저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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