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실버] '공원에서(2)'
스크롤 이동 상태바
[달려라 실버] '공원에서(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도에서 만난..노인과 지하역사 풍경

지하역사 만남의 광장에 10분이 넘게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노인이나 걸인들이다. 빈 자리가 생겨 그 틈에 앉아 있을라 치면,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오는 그들에 의해 젊은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행동에는 반감과 무서움이 들어있음이다.

"내가 언제 가라고 떠밀었어, 자기들이 가는 거야!" 언짢은 기색으로 버럭 화를 내신다. 그리곤, 괜시리 미안한 마음에 일어나 지하도를 걸어나간다. 그 뒤를 따라 가보면, 어슬렁거리듯 이내 지하역사 차가운 의자에 앉는다.

시큼한 악취가 풍기자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일어나 자리를 피해버린다. 이러한 편견 섞인 행동이 노인들을 더한 외로움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종묘 들렀다 그냥 한번 이쪽으로 걸어 나온 거야."

서울 지하도 노선을 보면 종묘를 중심으로 경복궁역(경복궁), 서울역(서울역광장), 을지로입구역(을지로 만남의 광장), 시청역(덕수궁)이 가깝게 이어져 있다. 좀더 다리 품을 판다면, 일산 주엽역(호수공원)과 잠실역(석촌호수)을 오고 갈 수도 있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의 겨울철이라면 바깥 공원만큼 지하 만남의 광장도 노인들에겐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이런 지하 광장은 금방 싫증이 나고 만다. "괜히 쌈이라도 나봐. 금새 경찰들이 뜬다니까" 하지만, 하늘이 보이는 공원은 이와는 달리 싸움이 나도 쉽게 경찰을 볼 수가 없다. 누구하나 신고하는 노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움의 예는 장기판, 바둑판 훈수를 잘 못 둔 참견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수적으로 모자란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싸움들이다. 이러한 사소한 싸움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웃음거리요, 파출소에선 낭패감이지만, 그들에겐 그 순간만큼 속상하고 심각한 문제가 없다.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은, 마음을 두어 관심을 쏟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한적하고 고즈넉한 경복궁과 덕수궁 내에 노인들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날, 복지관에서 경로잔치하네, 밥주네 해서 가봐. 무슨 재미가 있나. 가 봤어?" 라며 되묻는다. "가봐. 재미없어. 고개 쳐 박고 주는 밥이나 먹고, 얼씨구 흥도 안 나는데 춤추라고 카메라나 들이댄다구."

하지만, 추운 바람이 몰아치는 종묘를 중심으로 들어선 거리에는 그러한 강요가 없다. 얼큰히 취해서 노래를 불러도 흉보는 사람들이 적다. 싸움이 붙어도 나중엔 부둥켜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이러한 한 풀이를 두렵고 혐오스럽게 보는 우리들의 시각이다.

연말을 즈음하여, 늦은 시간 술 취한 채 둥글게 둘러서서 교가를 부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만 생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낭만을 꺼내 향수에 젖는 사람들이라면, 노인들도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즈음, 이러한 기억에 사로잡혀 술 한잔에 우울을 달랜다는 마음을 알아야 한다. 점점 높아만가는 복지관 문턱 보단, 거리의 술 한잔이 이들에겐 더한 위로이며 말동무이다.

그렇기에 잠시 몸을 녹이러 지하도 광장에 들어서는 이들을 보는 시선이, 이제는 눈 흘김이 아닌, 하나의 나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