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괴질 <2>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연재소설] 괴질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Q시의 시장에게 오늘은 최악의 하루였다. 괴질 환자 숫자가 400여명을 넘어섰고 벌써 몇몇 언론에서 냄새를 맡은 듯 기사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는 구두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사망자만 해도 20여명이 넘어버린 괴질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그렇지만 언론이 추적을 시작했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중앙일간지들이 일제히 떠들기 시작하리라. 그는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떼로 시청 문을 열고 몰려들어 그에게 답변을 강요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의사가 아니었다. 당연히 문제의 괴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었다. 기자들에게 해줄 말이라고는 최선을 다해서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그러나 문제의 괴질은 그의 모든 것을 위협할 수 있었다. 그의 시장 자리는 그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의 거대한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는데 출발점이 되는 것이었다. 그의 정치적 야망은 원대한 것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 건설된 도시인 Q시를 발전시켜 Q시가 있는 G주의 주지사로 당선되고 그 다음에는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거대한 목표이자 야심이었다. 그는 이 목표를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뛰어왔다.

사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의 한계를 교묘하게 이용한 적도 많았다. 물론 체포되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법의 한계를 넘지 않아서 그랬다기 보다 정치적 협상과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눈치 빠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시장은 문제의 괴질 때문에 자신이 실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오히려 그는 괴질 같은 것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괴질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실각하게 된 다음 이어질 정적들의 무서운 보복 공격이었다.

정적들의 보복 속에서 자신은 비참한 신세로 체포되고 법정에 서야 할 것이었다. 정적들은 그가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철저히 보복을 가할 것이며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시장에게 다가올 것이었다.

그는 이 괴질이란 도전을 이겨내야 했다. 분명히 이 괴질은 일종의 천재지변이었다. 이 천재지변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성공하기만 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시장은 언론이 먼저 선수치고 시 당국이 문제를 은폐하려 들었다고 비난의 화살을 퍼붓기 전에 미리 사실을 공포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은폐를 위한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해두고 공식적으로 시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질환이 전염되고 있으며 지금 시 당국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정면돌파. 문제해결이 어렵다면 최선의 방법은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지금 시장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최대의 도전을 한 것이었다.

6

Q시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가 제한될 것이란 시 당국의 발표를 대체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개중에는 심하게 불안해 하는 사람이 있긴 했으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누구나 자신은 괴질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괴질에 걸린 사람들은 너무나 불운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9시 텔레비전 종합 뉴스 시간을 제외하고는 괴질 기억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의 괴질에 대해 뚜렷한 원인이나 예방 방법이 밝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시 당국도 뾰족한 괴질 예방 안내 방송을 내보내지 못했다. 다만 의사들의 논의에 따라 아주 기초적이면서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말라거나 외출하고 난 다음에 손발을 깨끗하게 씻으라는 상투적인 주문 정도만 반복할 뿐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도로들에는 모두 검문소가 설치되었고 검문소가 설치되고 난 며칠 후 시 당국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모든 도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철저한 신체 검사를 거쳐 안전 여부가 명확한 사람만 나갈 수 있었고 그나마도 시의 운영을 위해 ‘극히’ 필요한 사람으로 한정되었다.

지금과 같은 소동이 얼마 안가 끝날 것으로 믿고 있었던 시민 가운데 Q시 밖으로 나가야 생활이 가능했던 사람들과 우연히 Q시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여행자들의 반발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시 당국도 그들을 내보내고 싶었으나 괴질의 확산을 우려해 내보내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요구를 일부 들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불만을 무마했다.
그들이 원하는 요구는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흔한 것이었지만 때때로 W부인의 경우처럼 기르는 애완동물의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W부인은 Q시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러 Q시에 들어왔던 사람으로 괴질 소동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판단하고 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가 꼼짝없이 발이 묶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집에 페르시아 고양이 한 쌍을 두고 왔는데 그녀가 며칠 째 집에 가지 못하자 고양이들을 위해 준비해 둔 먹이와 물이 바닥났을 거라며 울상을 지었다.

결국 그녀의 문제는 경찰이 다른 지역에 있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 준비된 먹이와 물을 다 먹어치우고 하루 온 종일 굶은 두 마리 고양이에게 신선한 우유를 그득 부은 그릇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되었고 고양이를 보지 못해 안달이 난 W부인은 경찰이 준비한 고양이들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보고 적지 않게 만족했다.

그 일이 있은 후 W부인은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경찰의 친절함을 목소리 높여 칭찬했다.

괴질이 더욱 확산되고 그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Q시 내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떨어졌고 회사의 사무실도 파행 운영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 수단 역시 시민들이 출퇴근이나 통근을 차츰 하지 않게 됨에 따라 운행 횟수가 차츰 줄어들었다.

한편 시민들은 출퇴근과 통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 당국이 강력하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도록 경고했으므로 영화관이나 콘서트홀에 가는 시민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시민들은 여러가지로 한가해졌지만 Q시의 안과 밖에서 이번 괴질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더욱 바빠졌다. 시민들 가운데 몇몇 사람의 일상에 예전과 비교해 약간 변화가 있었던 것이 있다면 언론사의 기자들을 전화나 인터넷 등의 수단으로 친숙하게 접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Q시 밖의 사람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Q시 내부의 상황을 계속 알고 싶어했다. Q시 사람들 가운데 언론에 지목이 되는 사람들은 뭔가 재미있게 말할 뭔가를 전해주고 싶었지만 특별히 재밌는 것 없이 Q시는 조용하기만 했다.

다만 천천히 괴질의 환자가 늘어가고 있었고 괴질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서서히 불안감과 공포가 증폭되고 있을 따름이었다.

Q시의 시민들을 위한 물자는 초대형 컨테이너 트럭을 통해 육로로 수송되거나 수송기나 헬리콥터를 통해 공중 수송되었다. Q시는 근처에 바다는 없고 주변에 거대한 Y호수만 하나 있는 도시였다.

호수 저편에는 역시 사람이 살지 않는 황무지였고 그 황무지에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려면 적어도 50킬로미터 이상 차로 가야 했다.

지금까지 Q시는 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가진 돈으로 물건을 팔고 사고 할 수 있었고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하기도 했으나 시민들이 구매한 물건은 시 경계지역에서 검문 경관에 의해 수거되어 면밀한 조사를 거친 다음에 시민들에게 배송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속옷을 구매하거나 은밀한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누군가 그들의 구매품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덕택에 Q시의 여성용품 가운데 속옷과 같은 물품은 시 경계 봉쇄 이전보다 판매가 늘어났다.

한편 봉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점에서는 물품이 부족해지는 현상도 조금씩 일어났다. 컨테이너 트럭이나 수송기로 물품이 수송되었지만 그것은 주로 필수품에 한정된 것이었고 생활필수품 외의 사치품이나 기타 물품을 적절히 공급이 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은 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되었고 이들의 생계 문제를 보상해야 하는 정부 측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7

인구 40만의 도시 Q시가 사막 한 가운데 건설되게 된 것은 정부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정부는 대도시의 인구를 분산하길 원했고 사막과 황무지가 전부인 Q시 주변 지역을 경제적으로 개발해 국토의 균형잡힌 발전이 있기를 원했다.

정부가 갖고 있는 영토는 좁았지만 영토 안의 사막과 황무지는 넓었다. 정부는 사막과 황무지를 효과적으로 개발해 멋진 도시로 만든 첫번째 사례로 Q시가 자리매김해주길 바랬다.

Q시가 오늘날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Q시 주변의 거대한 Y호수와 왕성하게 나오는 지하수의 힘이 컸다. 지하수는 시민들의 식수원이 되어 주었고 호수는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Q시는 계획도시로 공단과 농업지역, 녹지공간, 오피스 등이 철저히 계획 하에 만들어 지고 관리되었다. Q시가 건설되고 난 뒤 G주에서 상당수의 주민들이 이주해왔다.

이주한 주민들의 구성은 대체로 도시 중산층이 대부분이었으며 극소수의 부유층과 역시 극소수의 빈곤층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Q시의 초기 인적구성은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이상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인적 구성이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Q시의 공업이 경제 환경의 변화로 점차 쇠퇴한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Q시의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는 Q시의 공업시설에서 근무하는 블루 컬러 노동자들로 나름의 기술을 가진 중등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은 계층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Q시의 제조업이 저가격을 앞세우고 돌진하는 경쟁국의 산업에 밀려 차츰 고전하게 되면서 Q시의 공업시설이 대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개척도시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Q시에 공업단지를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당초 무의미한 선택이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국 Q시는 기존의 제조업을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전자산업과 같은 첨단 산업으로 산업기반을 교체하게 되었다. 산업기반 교체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고 Q시가 누리던 경제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주었다.

첨단 산업은 사막 한 가운데 생산시설이 있다는 약점을 어렵지 않게 극복했다. 제품 자체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고학력 노동자들이 필요했고 고학력 노동자들은 철저한 계획도시 Q시의 윤택한 환경을 좋아했다.

고학력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또한 그들의 높은 생활수준으로 인해 Q시의 전반적인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자 Q시는 자연히 쾌적하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이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 창궐하고 있는 괴질은 G주 제일의 도시라고 하는 Q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것으로 Q시의 이미지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