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김종원씨(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는 최근 출간된 책 「우리 영화 100년」(현암사)에서 '최소한 1897년 10월 10일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상영됐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영화의 효시는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 그뒤 우리나라에 영화가 들어온 시기는 1903년 6월 24일 전후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설이었다. 이날 황성신문에 '동문내 전기회사 기계창에서 활동사진을 시술(施術)한다'는 광고가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1897년 10월 19일자 영국 런던타임스에서 한국의 영화상영 사실을 전하는 기사를 찾아냈다.
당시 조선에 머물던 영국인 에스터 하우스는 객원기자 신분으로 작성한 기사에서 자신이 조선연초주식회사와 공동구매 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했다고 증언했다.
'극동 조선에도 어느새 활동사진이 들어왔다. 1897년 10월 상순경 조선의 북촌 진고개의 어느 허름한 중국인 바라크 한 개를 3일간 빌려서 '가스를 사용해 영사'(와사등사ㆍ瓦斯燈寫)했는데, 활동사진을 통해 비춰진 작품들은 모두 프랑스 파테 회사의 단편들과 실사(實寫) 등이 전부였다.' 에스터 하우스는 '일본은 이미 1년 전인 1896년에 활동사진이 들어와 지금까지도 성황리에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지만 조선인들은 매우 가난해 널리 보급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종원씨는 '「상록수」의 저자 심훈씨나 손위빈씨 등도 1897년 영화가 수입됐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사료가 없어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이제 한국 영화역사의 기원은 6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글이 담긴 「우리 영화 100년」(현암사)은 20세기 문화 예술의 역사를 집대성한 방일영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총서의 13번째 책으로 영화평론가협회장을 지낸 정중헌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김씨와 나눠 집필했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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