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을 제발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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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제발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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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법정에 홀로선 '크리스틴 박' 사연 들어보니...

^^^▲ 홍콩고등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크리스틴 박의 지인들'
ⓒ 홍기인^^^
◆“내 아들을 제발 돌려 주세요”

지난 5월 31일 오전 10시( 홍콩시각). 한복을 입은 한 중년 여인이 홍콩고등법원 4층 법정에서 판사에게 "아들을 돌려 달라' 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방청석의 참관인들 표정도 한결 같이 무겁고 숙연한 모습들이다.

모든 시선이 쏠리는 여인의 옆엔 젋은 여성이 책상 위에 준비된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며 도움을 주는 모습이 보인다. 판사 앞에는 두 명의 여성법관이 앉아 간간히 메모 하고 있다. 그 옆엔 여성 통역사다. 참관자는 한국에서 온 여인의 남동생과 친구, 홍콩의 지인 등 30여 명이 앉아 있다.

여인의 좌측에는 상대방 변호사가 팔짱을 끼고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간간히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려 귓속말로 뭔가를 상의 하곤 했다. 그 변호사 뒷좌석에는 또다른 여성 변호사가 메모를 하고, 옆에는 안경 쓴 중년 남자가 마찬가지로 앞을 응시하며 메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법정의 장면을 그린다면 대략 이렇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여느 법정이라면 쌍방의 변호사가 보일텐 데, 정작 진술을 하는 주인공에게는 변호사가 안 보인다는 것. 여인 스스로 자기 변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판사는 그녀 옆 좌석에 있는 변호사의 답변을 간단히 듣고, 모든 시간은 그녀의 심리를 듣는 것으로 이어 가고 있다.

여인은 한번도 자리에 앉질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진술을 펼쳐 나갔다. 여성 법관 옆 통역사가 전혀 필요 없는 유창한 영어 실력 이었다. 진술을 듣는 판사는 그 어떤 제지도 안했고, 끝까지 경청했다. 여인이 서서 쏟아 내는 기막힌 진술은 점심 시간도 무시한체 무려 3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 여인은 한국계인 ‘크리스틴 박’(박영숙. 57세)이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바로 박씨의 전 남편으로 홍콩계 미국인 ‘프랭크 추’ 다. 말하자면 이날은 이혼한 부부의 법정 심의가 이뤄지는 날이다. '프랭크 추' 에게는 두 사람의 젊은 변호사가 딸려 있었다. 반면에 박씨는 비서가 준비한 서류를 가져와 이를 증거 자료로 삼아 오로지 홀로 진술하는 형국 이었다.

◆아들과 재산 뺏기고 외롭게 싸우는 '한국 여인'

‘크리스틴 박’ 에게는 현재 15세된 아들이 하나 있다. 이름은 ‘안토니’ 다. '안토니'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박씨가 시험관 수정으로 성공해 낳은 아이다. 그녀의 유일한 핏덩이로 금쪽같은 자식인 셈이다. 생물학적인 박씨의 아들은 현재 법적으로 남편의 아들로 되어 있다.

그런 아이가 2007년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박씨가 일본과 한국을 다녀오는 사이에 전 남편 ‘프랭크’ 가 재산과 함께 아이를 빼돌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박씨는 청천벽력 같은 이혼을 당하고 홍콩의 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그 후로 박씨는 아들 한번 못보고 마음을 태우며 살아오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박씨는 홍콩 고등법원 근처에 호텔을 정해 지금까지 수차례 법원을 드나들며 외로운 싸움을 벌여 오고 있다.

사실 박씨는 그동안 변호사를 수 차례나 선임 했었다. 이에대해 박씨는 "변호사 대부분은 수임료만 받아 챙기기에 급급하고 실제적인 도움은 전혀 주질 못했다" 고 밝혔다. 특히 전 남편의 로펌 변호사들이 막강 한데다, 자신이 의지할 만한 변호사도 주변에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 국제변호사 남편과 홍콩 최고 스타일리스트 박씨.

그렇다면 '크리스틴 박' 과 전 남편 '프랭크 추' 는 누구인가? '프랭크'는 하버드대 벌률 학부를 졸업한 엘리트로 현재 미국 시민권자로 되어 있다. ‘크리스틴 박’은 한국계 홍콩인이다.

박씨와 프랭크가 결혼 한 건 1988년. ‘크리스틴 박’ 은 캐세이퍼시픽항공 스튜어디스였다. 그녀가 승무원시절 홍콩에 머물 때 프랭크가 “당신은 나의 최고의 친구” 라며 절절히 구애를 해 결혼 했다고 한다.

박씨는 결혼하자 외국을 다니며 익힌 실력을 발휘해 집안 꾸미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집안을 아름답게 꾸며 놓고 홍콩의 상류층과 각국 정부 인사들을 초청하는 일도 많았다. 당시에 그녀가 꾸며 놓은 집(부동산)은 "하루에 1천만 원씩 올라 간다" 고 홍콩인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자선 바자회'도 자주 열어 세계의 어려운 이웃도 많이 도왔다.

홍콩 언론들도 '크리스틴 박'을 ‘홍콩 상류층 부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 으로 꼽았다. 박씨가 워낙 재능이 뛰어나고, 홍콩에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인정 받으며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기 때문이었다. 또한 미국의 CNN도 홍콩의 부동산 예측 할 때면 박씨를 제일 먼저 찾아 인터뷰 할 정도 였다.

◆전 남편은 자식도 못 만나게 하는 잔인함 보여.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부부가 이혼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들 부부의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부부가 잘 살다가 어느 순간 누적된 불만과 감정이 도지면서 이혼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한가지 분명한 건, 정당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만들어 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한국 이라면 부부가 이혼을 하면 합의를 보고 쌍방이 공평하게 재산과 자식의 양육권을 나눌텐데, 이 경우는 아무리 외국이라 하지만 한 사람이 무참히 당해 버린 형국이라 객관적으로 보아도 너무나 기가 찰 노릇이다.

박씨는 2007년 이혼 당시 변호사 입회하에 오더(서류)를 작성하면서, 아들 '안토니'를 보고 싶다면 언제든 볼 수 있고, 학교의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관할 수 있도록 싸인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실정은 이와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 되어 가고 있다.

박씨는 “전 남편에게 그동안 연락해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면 전화를 끊어 버리고 못 만나게 한다” 면서 “서류도 위조가 되어 애초에 합의된 내용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조작되어 있다”고 울면서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들 못나게 한 것이 벌써 3년 째에 이른다며 몸을 가누질 못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전 남편이 나를 정신병자로 몰아 서류를 꾸몄고, 아이를 닥터에게 맡겨 쇄뇌 교육까지 시켜 놓았다" 고 주장했다.

박씨가 자식을 위해 꾸며 놓은 고가의 저택은 경찰과 집달리가 동원되어 강탈하다시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구타 당하며 3일간 감금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시에 홍콩의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 되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박씨가 홍콩에서 백방으로 수소문 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수 차례. 나중엔 한국영사관까지 찾아가 호소하며 도움 청하기도 수차례. 그러나 문전 박대에 제대로 협조해 주질 않았다고 한다. 현재 홍콩 교민은 대략 6000명 정도. 한인 사회가 함께 아픔을 나눌 줄 모르는 현 실태도 그렇다. 그녀를 돕는 인원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매정한 교포사회에 울리는 “절규의 목소리”

훗날 이 사연을 접한 연합뉴스 홍콩특파원이 한국영사관에 전화하니 “부부 민사건인 데 이런거 가지고 귀챦게 전화하냐” 며 호통치며 기자에게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아무 탈 없이 임기 채우고 한국으로 떠나오면 그만인 공무원의 실태와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 탓이다. 국가적 권리는 제대로 주장 못하는 실속 하나 없는 사람들. 교민이 어디선가 당하고 사는데 권익은 커녕 감싸는게 전혀 없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이렇듯 무심한 홍콩사회에서 전 남편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서류를 치밀하게 조작해 주변을 포섭해 박씨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 나갔다. 박씨가 일궈놓은 재산도 모자라 생물학적으로 아무 유전자도 없는 아이까지 빼앗아 버린 잔인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국제변호사라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힘없는 여성을 고립시켜 내동댕이 친 판국이다. 그것도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람에게. 이는 단순한 개인 부부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번질 태세이다.

한국 여성이 이렇게 만만하단 말인가? 국제결혼 한 사람들이 많은 데, 이는 근본부터 뭔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한국의 여성 단체가 이를 알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를 한 사람의 문제로 치부하고 마냥 지켜만 보고 있을 지.

이날 법원서 나온 박씨가 아들이 다니는 홍콩국제학교를 찾아갔을 때 학교장은 외면을 했다. 자식의 학교를 찾아가 보고 싶다 해도 철문을 걸어 잠그고 안 열어줬다. 저녁엔 홍콩 폴리스센터에도 들러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도움을 청해도 지난 서류니 다시 가져 오라며 진을 다 빼 놓는 사람들 이었다.

부모 자식의 인륜을 꺾고 여성의 인권을 짓밟아 버린 비정함이 깃든 도시였다. 겉으로는 치안을 외치지만 거대한 빌딩 숲에 가려진 추악한 모순이 지배하는 세상과 다름 없었다. 결국은 지치고 지친 몸으로 눈물 범벅 되어 맨바닥에 누워버린 모정(母情). 타국에서 애절하게 절규하는 한국 여인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안토니! 안토니! 우리 안토니를 아시나요? 안토니를 엄마 품으로 되돌려 주세요. 당신들은 자식을 기르지 않나요? 내가 낳은 핏덩이 자식을 돌려주세요! 여러분 제발 도와 주세요.”
^^^▲ 진술을 끝내고 법원을 나가는 박씨.
ⓒ 홍기인^^^
^^^▲ 아들 안토니가 다니는 홍콩국제학교 앞.지인들이 준비한 포스터를 가지고 시위를 하고 있다.
ⓒ 홍기인^^^
^^^▲ 박씨가 굳게 닫힌 철문을 앞에 두고 호소하고 있다.
ⓒ 홍기인^^^
^^^▲ 아들 '안토니'(상)와 크리스틴 박(전면)의 포스터.
ⓒ 홍기인^^^
^^^▲ 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으나 실상은?서류에는 아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 홍기인^^^
^^^▲ 박씨의 호소 포스터를 바라보는 홍콩경찰.
ⓒ 홍기인^^^
^^^▲ 홍콩폴리스 센터 앞에 쓰러진 박씨
ⓒ 홍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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