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를 마친 뒤 까치밥을 놓기 위해 음식을 조금씩 떼어내고 있다. ⓒ 이종찬^^^ | ||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삼라만상의 살찌는 소리만 가득하다. 주간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추석에도 날씨가 궂은 관계로 삼대독자 같이 귀한 그 누우런 추석달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석을 며칠 앞둔 오늘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천고마비(天高馬肥)란 옛말처럼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기만 하다. 그리고 그 푸르른 하늘, 오랜만에 바라보는 그 푸르른 하늘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하얀 뭉게구름 몇 점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추석. 그래, 해마다 추석날이 되면 우리 집안 사람들은 차례를 지낸 뒤 늘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논쟁은 올 추석에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보통 논쟁이라고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 한 사람이 대표로 나와 어떤 주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약정토론자 몇 사람이 그 발표내용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 집안 사람들은 그런 깔끔한 형태의 무슨 심포지움이나 세미나 형식을 띤 그런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입심이 좋은, 아니 피가 뜨거운(?) 경주 이가(慶州李家)들이 벌이는 논쟁은 말 그대로 침이 튀는, 누가 보면 마치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그런 겁나는 난상토론이었다.
우리 집안 사람들은 차례를 지낼 때 나이 순서대로 저마다 돌아가면서 차례상에 잔을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잔을 올리기 전에 향불에 잔을 돌리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는 오늘 오른쪽으로만 잔을 세 번 돌렸고, 누구는 왼쪽으로만 세 번을 돌렸고, 또 누구는 오른쪽으로 세 번, 왼쪽으로 세 번을 돌렸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무시무시한(?) 논쟁이 일어나는 시각에는 저마다 여러 가지 나물과 탕수국을 넣어 맛나게 비빈, 그야말로 명절이나 제사 때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정말 맛있는 그 비빔밥을 먹는 시간이었다.
그 비빔밥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가 하는 것은 안동에 가보면 안다. 안동에서는 지금도 '헛제삿밥'이라고 해서 제수 음식과 꼭 같이 만든 그 비빔밥을 안동의 별미로 꼽고 있다.
그랬다. 이제부터는 향불에 잔을 돌리는 방식을 통일하자는 게 난상토론의 주요 주제였다. 그런데 그 통일하는 방식에 있어서 저마다의 그럴 듯한 주장이 있었기 때문에 쉬이 통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안 사람들은 그 맛나는 비빔밥을 먹으면서도 비빔밥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끝내 결론은 나지 않았다. 밥알이 마구 튀어 나오고, 목소리가 아무리 커져도 그에 대한 결론은 지금까지도 결판이 나지 않고 있다.
올해 역시도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한바탕 난리법석이 날 것이다. 근데 대체 어느 방식이 가장 옳은 것인지, 아시는 분들은 반듯한 논리로 좀 가르쳐주시기 바란다.
그래, 올해도 나는 차례상에서 내 방식대로 향불에 잔을 돌릴 것이다. 나 역시 그 동안 우리 집안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잔을 돌렸다. 그러다보니 차례를 지낼 때마다 그 방식이 달랐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나는 아예 내 방식을 만들어 버렸다.
내 방식은 잔을 향불에 돌릴 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번 돌리는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시간의 움직임을 피할 수 없지만 죽은 사람은 죽는 그 순간부터 시간이 정지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이 차례상에 오시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줘야 되살아 오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디 올해에는 잔을 돌리는 방식이 통일되었으면 좋겠다. 굳이 내 방식대로의 통일이 아니라 우리 집안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의 통일 말이다.
그래, 우리의 남북통일도 우리 민족 모두가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그렇게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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