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4대강 사업을 본다면 기가 막혔을 것'이라는 글을 작년 가을에 쓴 적이 있다. 레이건 같은 보수주의자는 정부 예산을 터무니없는 사업에 퍼붓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보수주의자들이 정부가 돈을 풀어 실업을 구제했다는 뉴딜을 실패한 정책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레이건이 그러하다면, 만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일각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자 할 때 반대한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를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반대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 붙이고 있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생각은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 즉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은 박 대통령의 업적이고 장기집권에 따른 인권침해는 잘못이라는 인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환경법과 자연자원법을 공부한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자원관리 측면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산림녹화와 고속도로 건설, 그리고 다목적 댐 건설이 그러하다. 박 대통령이 독일 방문 중에 에어하르트 독일 총리와 함께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울창한 슈바르츠 발트(黑林)를 보고 산림녹화와 고속도로 건설을 결심하게 됐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 다목적 댐인 소양댐은 후버 댐 등 대형 댐을 건설했던 미국의 권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목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해서 국토를 푸르게 만든 것은 박 대통령의 업적 중의 하나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2차 대전 후에 독립한(주권을 회복한) 나라 중 산림 면적이 증가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된다. 2차 대전 때 연합군 사령관으로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 감명을 받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간(interstate) 고속도로를 건설했듯이 박정희 대통령도 독일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나라에 고속도로 시대를 열었다. 고속도로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에선 에리 운하 같은 내륙운하는 말할 것도 없고, 철도도 경쟁력을 상실해 버렸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소양댐을 건설해서 이수와 치수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댐 시대를 열었다. 다목적 댐은 적절한 장소에 큼직하게 만들어야 제 구실을 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당시에 그러한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큰 댐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었던 것이다.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도로를 거미줄처럼 건설함에 따라 내륙주운(舟運)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라는 말은 고속도로와 댐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요즘 고속도로나 고속화 국도를 운전하다 보면 도로를 너무 많이 건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댐도 마찬가지다. 소양댐과 충주댐, 그리고 안동댐과 임하댐은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의 이수와 치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역변경식 댐을 건설한 지역에선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물을 광주 등 영산강 유역으로 보낸 섬진강과, 포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댐 때문에 수량이 줄어버린 금호강이 그런 경우다. 유역변경 댐은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니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목적 댐과 고속도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유산으로 그 후 우리나라의 수자원 정책과 운송-물류 정책의 기본이 되었다. 그러나 2007년에 우리는 전에 없던 실험을 하고 말았다. 3면이 바다이고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쳐있는 작은 나라에 대운하를 건설해서 국운(國運)을 일으키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다행히 '촛불' 덕분에 시대착오적인 대운하가 없는 것으로 되나 했더니, 꿩 대신 닭처럼 '4대강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만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온 나라의 강바닥을 파헤치는 '4대강 사태'를 본다면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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