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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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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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모래 파라솔
ⓒ 이지운^^^
 
 

오랜만에 책을 펴들었다. 요사이 새로 구입한 건 없고 예전에 읽고 책장에 진열했던 것 중 하나를 펴들었다. 요즘은 긴장의 연속을 살아가는 탓에 마음 먹고 독서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오랜만에 책을 펴들었음인지 눈이 침침하다. 크게 떠보며 힘을 주어보는데 그래도 작은 글씨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누런 책장을 넘기는데 먼지가 폭 인다. 작가 원재길의 "먼지의 집.."이란 단편소설 제목이 보인다.

간만의 만남이라고 나의 이것이 극적인 작품을 준비한건 아닐까? 하루를 마치고 귀가한 후 가끔은 한 시간 아니 30분이면 되는 일상사를 벗어난 독서는 아득한 기억 속에 있다.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의 구분은 문자의 발명으로 나뉜다. 문명 세계를 살아가며 첫토대를 이루는 활자체 하나하나를 곰곰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음미하며 읽으면 세상사 어떤 즐거움 보다도 앞서 갈 것이란 지론은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다. 1시간이 지났다.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그런대로 안정된 일과를 두어달 전에 버린 지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복판에 서있게 되었다. 지자체 공무원으로 철밥그릇 허리 꿰찼다는 어느 친구만은 못하드라도 그나마 20여년 몸담아 오며 그 공무원 친구랑도 한가히 술한잔 기울이던 예전 직업의 세계를 벗어났음이 실감된다.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이 정말 몸으로 다가오고, 좋은 결과든 시원치 않은 것이든 이젠 모든걸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사실 정치인들의 선거날을 맞아 언제나처럼 듣곤 했던 이말을 생각지도 않게 나자신이 해대는 상황이다.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속담이 진리로 느껴지고 백문이 불여일견, 제품설명 도중 직접 준비해간 제품을 땅에 설치해보이며 혹은 샘플이랍시고 서너개씩을 사용 의뢰를 한 것이 주효하긴 했다.

처음엔 시큰둥했던 분들, 처음엔 샘플이라고 한세트를 건네긴했으나 그를 사용조차 해보지 않았던 분들에게 반 강제삼아 나의 해변용 파라솔 기울임 장치를 설치해 준 것이 어쩌면 정확한 영업 전략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이곳 인천 인근의 어느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그에게 샘플 한 세트를 설치해주고 더구나 미완성의 것을 설치해놓고 3일 후에 찾았더니 그는 말했었다. "구입 의사가 없습니다..."

곧 방황을 바꾸어 달리기 시작한 주변 해안도로의 광활함이 끝나고 아니 오래도록 곧게 뻗었던 도로의 맨 앞장을 내가 달려가고 있었고, 길을 마치게 되었을 땐 군 부대이니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는 "직진 금지, X..." 안내판이 기분 나쁘게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선두에 선 이의 고독함을 보통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어쩔 수없이 잠시 접기로한 인근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다음날 멀리 대천을 찾았더니 다신 그 표지판을 만나지 않아 다행이었고, 그곳의 샘플 설치때 만난 어느 젊은이는 말했다.

"아이디어 도용 당하겠네. 기발하고 편리하고 간단하니까..."
어쨌거나 이 아이디어를 만인이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네...

실용신안 특허를 획득하고 제품을 만들고 더구나 그의 보급을 직접 시도하려니 20여년 현장 노동자 경력이 한가지 중요한 보탬이 됨을 고백한다. 역시 사람 사는건 다 같다.

물론 오랜동안의 노동자 생활에 상거래엔 이미 까막눈이 되어버렸고, 유통 구조망의 생리나 물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폐혜를 가지긴 했지만, 만인 상생의 진리를 무시한 무자비한 장사치보다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상인이 진정 건강한 바, 영업 고객에게 하는 제품 소개에 오랜 노동 경력으로 하는 직접 제작자의 눈높이 보다 더 자세하고 살가운 설명이 있을까?

좀더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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