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꼬박꼬박 챙겨먹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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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꼬박꼬박 챙겨먹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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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에게

20여년 전 국가의 중차대한 부름을 받고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본디 군사교육이라는 것이 어렵고 힘든 것이기에 육체적인 어려움이야 다른 거개의 훈련병들처럼 어찌어찌 참고 견딜만 했으나 나를 가장 참기 어렵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배고픔'이었다.

돌을 먹어도 소화를 시킨다는 열혈청년이었던 당시의 내게 있어 군대의 정형화된 소위 '짬밥'은 먹고 돌아서면 곧바로 소화되어 배가 푹 꺼지는 가히 '조족지혈'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힘든 교육생활의 연속으로 인해 그러한 고통을 애써 잊을 수 있었으나 문제는 밤에 불침번을 설 때였다. 내가 입대한 때는 초가을녘이었는데 밤에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노라면 달밤은 왜 그리도 사람 환장하게 밝았으며 또한 귀뚜라미는 왜 그리도 처량하게 울어대던지 정말이지 그것은 사람을 극적으로 멜랑콜리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때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힌 것은 바로 지독한 배고픔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평소보다 밥을 한 끼만 더 먹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방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에 그 이튿날에 바로 거사(?)에 착수했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자마자 뛰어가서 제일 앞 열(列)에 섰던 나는 그날 저녁식사로 받은 식판의 밥과 반찬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전광석화처럼 식판을 잔반통에 비움과 동시에 깨끗이 닦고는 다시금 잽싸게(!) 아직도 자신의 식사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전우(戰友)들의 뒷열에 따라붙었다.

그래서 전우들의 비야냥을 애써 치지도외한 채 시침을 뚝 떼고는 밥 한 끼를 또 얻어먹는 쾌거(?)를 이룩하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바늘 도둑은 소도둑이 되는 법이던가.그처럼 한 번 도둑질을 하니까 자꾸만 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후에도 몇 번이나 도둑고양이처럼 밥 한끼를 더 훔쳐먹는 작태를 계속했었는데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것이 도둑이었다. 하루는 그처럼 밥을 더 훔쳐먹다가 나 말고도 나처럼 밥을 훔쳐먹는 인간 '도둑고양이'들이 의외로 많은 날에 그만 상관에게 적발이 되는 비극과 조우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내 동격의 '인간 도둑고양이'들과 함께 반은 죽을 정도로까지 모진 기합을 받느라 대단한 고생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때의 그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도 미소를 짓게 하는 '밥'에 얽힌 잊을 수 없는 하나의 편린이다.

아들이 지난 8월에 입대하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아들은 지난 20여년 전의 나처럼 배를 곯는 일은 없겠지?! 아들아~ 밥 꼬박꼬박 챙겨먹거라. 밥이 보약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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