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자로 둘러싸인 성, 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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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로 둘러싸인 성, 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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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루 해수욕장에서 서성이는 가을을 만날 수 있는 섬

우림이 아빠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는 8시쯤에 배를 타고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급하게 월선포로 가서 배를 타고 보니 벌써 8시 45분입니다. 창후리에 도착해 보니 우림이 아빠는 차 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늦어서 미안해요."

우리가 달려 간 곳은 강화 외포리입니다. 거기엔 석모도로 가는 배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교동도 섬인데 강화를 거쳐 또 다른 섬 석모도로 들어가려니까 처음엔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섬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에 따라 나섰습니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포 선착장까지는 1.5Km 불과 5분 거리 입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왕복 14,000원 입니다. 이웃에 마주보고 있는 교동섬의 편도가 12,000원인것에 비하면 아주 저렴합니다. 그리고 매표소 옆에는 관광 안내소까지 있습니다. 거기서 여러 종류의 석모도 안내 지도를 받아가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들도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지도를 구해서 차에 올라 탔습니다.

너무 짧은 거리다보니까 배를 타면 곧바로 내려야 합니다. 이래서야 배타는 기분이 나지를 않습니다. 석모도는 섬이라기보다는 '해자'로 둘러싸인 '성'같습니다. 성문까지 보트타고 갔다 생각하면 됩니다.

^^^▲ 석모도 풍경
ⓒ mercurien/포토네이버^^^

석모도의 넓이는 1,368만평이고 그 중 448만평이 논입니다. 2,300명 정 정도 살고 있는 조용한 섬 그러나 휴가 때나 주말에는 몰려든 인파로 난리가 나는 마을입니다. 원래는 교동 섬에 속해 있던 섬이었는데 지금은 교동과 똑같은 '면'입니다. 섬 이름은 '석모도'이고, 행정구역상으로는 '삼산면'이지요. 삼산은 섬있는 상봉산(316), 해명산(308), 상주산(264) 이렇게 세 개의 산을 의미합니다.

선착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우림이 아빠의 방문 목적은 낚시터를 둘러 보는 겁니다. 길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하리 저수지(혹은 상하저수지)'가 나오고, 거기서 우회전해서 내려오면 '항포저수지(삼산저수지)'입니다. 어제 비가 많이와서인지는 몰라도 낚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우림이 아빠네는 이번 추석때 여기 석모도로 올 거라고 합니다. 혼자오는 건 아니고, 고향 친구 두 집과 같이 올거지요. 낚시터들을 둘러 보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림이 아빠는 저에게 '같이 석모도 답사를 가자'고 했던 겁니다.

하리 저수지는 물이 참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고기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낚시하던 분들에게 "어떠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 번 잡았다 하면 아주 큰 놈이 잡힌다고 하더군요. 항포 저수지는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면적이 53ha(15만 9천 평)이지요. 그래도 제법 잘 잡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항포 저수지에서 내려 오다 보면 보문사가 있습니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합니다. 보문사라는 절의 이름은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원력이 광변무대 함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애석불좌상"과 보문사 석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애석불좌상은 1922년 보문사 주지 배선주 스님이 눈썹바위에 조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보문사 석실 안에는 22불의 나한상이 있습니다. 그 나한상은 보문사 창건 11년 후에 어부가 바다에서 그물로 끌어 올린 것이라고 합니다.

보문사를 지나서 석모도 남쪽 바닥에 들어서면 '염전'이 있고, '민머루해수욕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염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저게 염전이라는거야, 소금을 만드는 곳이지" 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염전을 본 적은 없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에서나 보았습니다. 이럴 때 한 번 보고 가는 겁니다.

민머루 해수욕장의 가을은 쓸쓸했습니다. 대신에 작은 게들만 살판 났습니다. 귀찮은 손님들이 사라진 갯벌은 게들의 바쁜 몸놀림으로 또 다른 대목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여러 군데를 들려서인지 좀 쉬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앉은 모래 사장에는 조약돌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거기서 우림이 아빠는 공기돌을 줍겠다고 합니다. 둘째 아들 우영이가 공기놀이를 무척 잘 한다나요. 그러면서 동그랐고 이쁘고 작은 놈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희고 작은 돌맹이들을 주워 모았습니다.

얼마나 쉬었을까, 그만 일어나서 차에 올라탔습니다. 이제 볼 건 다 봤으니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얼마나 하찮고 웃기는지 모릅니다. 주워 모아 둔 돌맹이들을 버릴까, 아니면 그냥 가져갈까 하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정말 할 일도 없습니다. 한심한 걱정 끝에 결국은 그냥 버리고 왔습니다.

석모도에는 낚시터 두 곳과 해수욕장 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 유적으로는 보문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등산할 만한 산으로는 상봉산(316미터)을 들 수 있습니다. 석모도의 들판은 넓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너른 벌판을 보면 여기가 섬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겨울 전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도 하고, 해변을 거닐어 본다면 두고 두고 좋은 얘기거리가 될 겁니다. 배를 타고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눈 붙일 틈도 없이 내리랍니다. 배에서 내려 외포리를 빠져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석모도가 아까 버린 돌맹이 만해 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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