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아 있는 사람은 죽게 되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죽었습니다. 물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정이 선고한 독배를 마시고 죽었지만, 세월이 흐르면, 자연의 법칙이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예외 없이 죽음의 독배를 마시게 합니다. 자살하지 않아도 죽습니다.

보봐르의 글에서, '자살'과 관련한 구절을 읽어봅니다. (싸르트르·보봐르, "사랑의 삶을 향하여", 청하)

머리는 뛰어났건만 사생아로서 파시스트이며 우울한 소년 하나가 지붕에서 투신, 자살하였다. 그는 그 날 아침 8시에 밀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한 통은 조모에게, 한 통은 어느 소녀 앞으로 쓴 것이었다. 그리고는 욕실로 들어가 면도칼로 동맥을 끊었다. 그래도 죽어지지 않자, 지붕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는 눈 아래 통행인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친 다음 뛰어내렸다.

"위험해요, 비키세요!"
그가 마신 한 잔의 밀크 커피와 죽음 직전까지 그가 지녔던 타인에 대한 배려.

당신은 그런 식의 자살을 결심하고 있습니까?

1.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는 보일러를 가동하여 온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연탄을 많이 땠던 옛날 이맘때에는,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잠에 빠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탄가스를 마시면 자신이 죽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생명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생생한 '의식(意識)'을 지니고 움직인다는 뜻과 통할 것입니다.

매년 국가적인 행사로 치러지는 대학입학시험이 끝나고,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면, 또 행사처럼 자살하는 수험생들이 발생합니다. 얼마 전에는, 어느 초등학생조차 학업의 부담을 견디다 못해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과감하게 자살했습니다. 카드 빚을 견디다 못해 자녀를 죽이고 끔찍한 자살을 해버리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2.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의식이 있으며, 그 의식이 기쁨과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의식은 '밖'을 향해 있습니다. 밖에서 뭔가를 성취하는 순간 희망을 느끼며 기쁨이 충만해지고, 밖에서 뭔가를 잃는 순간 절망을 느끼며 슬픔에 빠집니다.

미스코리아를 뽑거나, 연말에 가수 혹은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한 해를 결산하며 상을 줄 때, 최고상의 수상자로 호명되는 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립니다. 그의 의식이 '밖'에 평소보다 '강하고 확실하게' 뿌리내렸다는 느낌이 들면서 기쁨이 충만해졌기에 흘리는 눈물입니다. 이러한 순간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살은, 목표달성의 실패를 통해 인간의 의식이 '밖'에서 뿌리가 뽑히는 순간, 그 의식이 급격히 총체적으로 '안'으로 돌아와야 하는 절망의 상황에서 충동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밖'에 1%라도 희망이 있으면 자살까지 계획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밖'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며 '밖'에서 아무리 깊이 뿌리내리려 한들, 세월이 흐르면, 그 뿌리는 뽑힐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이 다가오면 '밖'에서 아무리 많은 목표달성을 이루었어도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의식이 안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운명입니다.

자연이 아직 당신을 죽음으로 인도하지도 않았는데, 당신은 절망을 인해 자살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까?

요즈음은 인터넷 공간에 자살사이트가 개설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자살 그 자체를 범죄로 규정한들 이미 자살해버린 자를 마땅히 처벌할 길이 없으니, 자살 그 자체는 형법상의 범죄가 아니나, 타인의 자살을 교사·방조하는 행위는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습니다.

3.

법에 저촉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존엄한 것이므로, 저는, 당신의 자살을 도와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누가 말리더라도 굳이 자살하겠다면, 한 가지, 최선의 자살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절망의 순간에 무엇을 보았습니까? 당신의 의식이 '밖'에 발붙일 곳을 잃고 '안'으로 돌아와야 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내면과 직면했을 때, 암흑을 보지 않았습니까?

인간의 내면에는, 저 하늘에서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같은 빛이 있습니다. 그 빛은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뜨거운 열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밖'만 보다가, 이제 그 익숙하지 않은 빛을 목격한 것이기에 암흑으로 보인 것일 뿐입니다.

처음 암흑을 목격한 것은 수동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제 두 눈을 감으려하지 말고 부릅뜨십시오. 그 암흑을 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지켜보십시오. 그 암흑에 익숙해지면, 서서히 밖은 허무로, 안은 실재로 변해갈 것입니다. 부든 권력이든, 그것이 밖의 세상에서 자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내면에서 그것들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훼방하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높은 빌딩에서 당신의 몸을 아래로 내던지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이제 이 세상에 1%의 희망도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몸을 절벽 아래로 내던지기 전, 그 의지와 열정으로, 바로 당신의 의식을 당신의 내면으로 던지십시오. 당신의 의식을 당신의 내면으로 던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100%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밖'에 1%의 미련도 없어야 합니다. 자살을 결심하는 상황은, 기회입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의 인간 중에, 가장 고귀한 선(善)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한 가지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태양과도 같은 열기에 당신은 완전히 녹아버릴 것입니다. 당신은 미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그 용광로에서 녹아버리면 당신은 그 내면에서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내면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블랙홀과도 같은 강력한 인력이 작용하기에 당신은 쉽게 빠져 나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고귀한 선을 추구하는 의지가, 내면의 사막과도 같은 여정에서 당신의 목을 축여주는 오아시스로 작용하여, 당신의 의식을 지탱해줄 것입니다. 당신의 의식이 내면으로 들어가고 들어가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중심에 이르면, 찰라보다 짧고 바늘 끝 보다 좁은, '지금, 여기'에서 영원한 생명의 기쁨으로 날아오르게 될 것입니다.

4.

죽기로 결심했다면, 몸을 죽이려 하지말고, 당신의 내면으로 당신의 의식을 내던져 당신의 의식에 깃든 온갖 불순물들, 주입된 지식들, 마음을 죽임으로써, 절대 순수의 자아를 찾으십시오. 그것을 찾으면, 당신을 '밖'에서 완전히 뿌리뽑히게 했던 절망이, 고통스러운 축복이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