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저희 어머니가 보내준 위문품입니다. '전방에 있는 군인도 아닌 민간인이 무슨 위문품?'하겠지만 진짜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일 년에 몇 차례씩 이런 위문품을 받습니다. 섬에 사는 불쌍한(?)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저희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겁니다.
사실 집 근처에도 가게가 있습니다. 배 타고 내리는 곳에서 가깝다보니 그곳 휴게실에 있는 작은 매점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점이라는 것은 배가 끊기면 문을 닫는 곳입니다. 지금은 여름이고 저녁 7시 막 배라서 상관이 없지만, 겨울이 되고 막 배 시간이 4시30분으로 떨어지고 나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4km 떨어져 있는 면소재지까지 갔다와야 합니다. 낮에는 배 터로 가고, 밤이 되면 차로 대룡리를 잠시 다녀오면 되겠지만, 그래도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자 하나 못 사먹을 정도는 아닌데, 섬에 사는 우리들이 안스러운지 계속해서 과자 박스를 위문품처럼 해서 보내 줌니다. 처음에는 "뭘 이런 걸"하면서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받다 보니까, 응당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걸 기쁘게 받는 것이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겁니다.
오히려 선물 박스를 받으면 "오늘은 또 뭘 보내셨나"하는 기대를 가지고 내용물을 풀어 봅니다. 어떤 때는 옷과 학용품을 과자류와 함께 보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음료수와 땅콩, 오징어포를 보내시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밥 사먹으라고 봉투 하나 집어넣어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공돈'을 챙기는 횡재는 눈 밝고, 손 빠른 집 사람 몫입니다.
라면외에 먹을 만한 것이 좀 있을까 해서 박스를 뒤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먹을 게 없습니다. 사탕 한봉지만 남아 있는 빈 상자입니다. 하긴 언제 받은 소포인데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는 양 손에 종합선물세트를 가지고 오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여동생에게 각각 하나씩 나눠주셨습니다. 요즘 아이들 기준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속을 열어보면 치약, 비누, 과자, 사탕, 껌 등이 깍지 속에 콩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어쩌다 초등학생이 보낸 편지도 한 통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남매에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업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날이었습니다. 선물을 받은 다음에는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합니다. 집 사람은 아이들 옆에서 조그만 소리로 대사를 읊어 주고, 아이들은 "할머니, 저 모은인데요, 보내주신 것 잘 받았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인사를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뭐하러 힘들게 그런 걸 보내세요"하고 말리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는 말하지 않습니다. 보내는 분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받는 사람도 고맙게 여기고 있다면 구태여 말릴 필요가 없습니다. 뭐라도 주고 싶은 부모의 사랑은 가게에서 살 수없는 귀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소포를 뜯어 본 지도 괘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계절로 바뀌고 했으니까 '가을 위문품'을 받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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