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그냥 대충 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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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그냥 대충 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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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객과의 대화에서

"오늘 부름을 받을 때에 일을 하라. 당신이 내일 얼마나 많은 방해를 받게 될지 모른다.하나의 오늘은 두개의 내일보다 더 가치가 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말라." 라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하루를 그냥 대충 살아서는 안 돼요" 나지막 하면서도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어깨에 닿을듯 말듯한 생머리를 뒤에서 하나로 묶은 단아하고 수수한 모습에 지극히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처음, 가게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때,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내면이 참 고요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중에 그녀의 건강하고 숱많은 머리가 탐스러워서 내가 말했다.

"머리숱이 참 많으시네요." "삼 년 전에 머리숱이 다 빠지고,다시 난 머리예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얼굴에 물음표를 띠자,그녀는 "삼 년 전에 수술을 했거든요. 항암 치료 받으면서 그랬어요." 하면서 그녀의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설암'에 걸렸었다.혀에 종양이 생기는 병인데, 오래전에 남매가수인 '장덕'도 설암에 걸렸었다고 한다. 글을 쓰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설암'이라고 적어넣고 엔터를 눌렀다.설암에 관한 간단한 정보가 나타났다.

"설암은 구강의 암 중에서는 가장 많으며 남녀의 비율은 거의 같다. 구강의 점막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아주 빠른 시기에 통증이나 이상감을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 보통이므로 혀의 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서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그러나 '궤양을 만들지 않을 경우에는 자각증세가 적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혀의 양쪽가에 생기며, 딱딱한 응어리가 되는데 아프지 않은것이 특징이다. 지름2~3센티 정도까지는 별로 고통이 없으므로 방치하기 쉽다. 라듐 바늘에 의한 조직 내 조사(照射)를 하는데,림프절 전이(轉移)가 보일 때는 외과수술을 필요로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녀는 혀에 종양이 생긴지 1년만에 병원을 찾았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혀의 4분의1을 잘라서 혀의 이식수술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 4분의 1가운데 아주 조금만 덜 잘라내어도 재발 가능성이 있고, 더 잘라내도 음식을 삼키지 못하거나 말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정밀한 수술이라고 했다.

같은 병실에 역시 같은 병으로 입원해서 수술을 했던 한 사람은 결국, 수술에 실패했다. 그녀의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엇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도 성공적인 수술로 끝난 결과를 보고는 감탄하면서 수술이 잘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기전에 그녀의 남편은 의사로부터 '만약의 경우에는 아내의 수술이 잘못되어 '말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에 걱정을 태산같이 하고 있었다.

수술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아내가 입을 열어 말을 하자 남편은 '어,말 하네!'하며 놀라움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찾은 듯한 감격으로 기뻐했다.

그녀는 수술후에는 삶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새롭게 보였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예전에는 TV에서 '전국 노래자랑'이나 유치해 보이는 개그 같은걸 보면,채널을 돌려버리곤 했었다. 무대 위에 올라간 사람들의 노래나,웃기는 모습들이 그렇게 유치해 보일수가 없고, 온갖 추태를 다 보이는 것 같았던 것이다.

수술 후에 병실에 누워 그날도 TV를 보고 있는데 마침 '전국 노래자랑'을 하고 있었다. 두리뭉실 드럼통 같은 몸을 흔들며 무대위에 올라온 여자가 사회자와 전국 노래자랑에 모여든 사람들을 웃기는 모습이 보였다.

'아...저게 바로 사람 사는거로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주책스럽고,혐오스럽게까지 느껴졌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후로,그녀는 전국 노래자랑도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 살아가는 삶의 다양한 방식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다는 뜻이었으리라.

수수한 지금의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수술하기 전에는 머리카락도 가만 쉬게 놔두질 않았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가끔씩 파마를 한게 아니라, 한달에도 몇번씩 헤어스타일을 바꿨고, 염색과 파마를 한달에도 몇번씩 하고 또 해서 머리를 시달리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수술 후에는 머리를 그렇게 시달리게 해서는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한다. 한번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본 자만이 체득할 수 있었던 인생에 대한 겸허함이 그녀의 모습에 녹아들어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 표정의 비밀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수술 뒤에는 무슨 일이든지 '바쁠것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모든것에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아둥바둥하며 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미워하고 싸우면서 언제까지고 살 것처럼 욕심내면서 살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바쁠 것도,아둥바둥 살 것도 없지만, 매일 주어지는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말예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처음 마음을 잊어버리게 돼요.그런데 어떨때 그게 나타나냐 하면요.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게 나타나요.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게 돼죠."

직접 몸으로 체득한 그녀의 말과 삶의 태도는 실감있게 와 닿았다. 그 말 속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강조하지 않아도 그녀의 몸소 체험한 그녀 자신의 언어로 말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삶을 관조하듯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그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수술 후에는 바쁠 게 없어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오십의 나이를 바라보는 나이라고 했지만 무척 젊어보였다."하루를 대충 살아서는 안돼요."라고 한 말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알면서도 우리는 순간순간 잊어버리게 되고, 타성에 젖어 살다가도 또,이런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재확인하고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는 존재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부대끼며 성숙되어져 가는 것이다. 하루를 대충 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되,초조해 하지 말고 조바심내지 말고 인내를 갖고 성실히 살아야겠다.

그녀는 얼마 전에 가게에 들렸다. 병원에 갔다온다고 했다. '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었는데,의사 선생님이 이제는 1년에 한번씩만 검사를 하도록 합시다'라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감사한 일이다.
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갈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불안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더 하루 하루가 소중하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문제를 놓고 혼자 씨름하며 답답해 하고 있을때, 나보다 더 힘든가운데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 가운데서도 감사할 일을 찾으며,삶의 보람과 가치를 발견하며 사는 사람들을 눈을 씻고 바라보자. 사금파리 같은 작은 기쁨들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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