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파업사태 이제 가톨릭이 답해야 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병원파업사태 이제 가톨릭이 답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노조, 천막철거 등 교구청이 요구한 대화걸림돌 모두 제거

 
   
  ^^^▲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서울대교구청 안마당에 설치했던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 석희열^^^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 가톨릭중앙의료원 3개 병원의 미증유의 장기파업사태가 177일째를 넘긴 가운데 가톨릭중앙의료원 파업대책본부(본부장 한용문)는 15일 지난 12일 이후 3일간의 내부토론과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교구청이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교구청 안마당 천막철거를 마무리하고 가톨릭중앙의료원에 정식으로 교섭을 제안했다.

파업대책본부는 장기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조합원들의 내부 토론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현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병원측에 압박을 가해야한다는 강경주장이 제기되는 등 상당한 진통과 격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결단으로 서울대교구청이 요구한 천막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교구청의 대응이 주목된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조직국장은 "오늘 서울대교구청 안마당 천막을 모두 철거하는 것은 그 동안 대화를 거부해오고 있는 서울대교구청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의 하나"라며 "교구청이 그간 노조측에 대화의 선결요건으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천막을 철거했으니 대화를 위한 걸림돌은 이제 모두 제거된 셈"이라며 노조의 대화요구에 가톨릭측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보건의료노조의 공식교섭와는 별도로 일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개별접촉을 통한 밀실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신의와 성실을 강조해온 가톨릭이 또다시 도덕적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모여있으면 교섭할 수 없다", "직권중재제도에 의한 중재재정안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노조측과 더이상 교섭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대화와 교섭요구를 거부해온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서울대교구청의 이같은 행위는 그래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노조원들이 천막을 철거한 뒤 구호를 외치며 가톨릭측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석희열^^^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이것은 협상의 상대인 노동조합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이자 노조파괴를 노린 추악한 음모"라고 지적하고 "신의성실로서 협상타결에 앞장서야 할 의료원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이며 반사회적인 밀실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5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장기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전향적 교섭'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파괴를 노린 밀실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과 노조측의 공식교섭 요구에 당장 나설 것을 가톨릭과 병원측에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랑과 평화를 내세우고,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서울대교구의 이러한 행태, 이러한 잘못된 노조관이 오늘의 장기파업사태를 불러왔고 노사관계를 최악의 파국으로 몰아부치고 있다"면서 "병원측의 이러한 행태는 조합원들에게 공개되어 더 큰 분노와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고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며 가톨릭측에 불순한 노조공작을 그만두고 정도를 걸어가기를 촉구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가톨릭중앙의료원측에 전향적인 대화교섭을 촉구했다
ⓒ 석희열^^^
 
 

보건의료노조는 또 이날 장기파업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하루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를 돌보고싶다는 병원노동자들의 바램도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위해 현장복귀를 위한 전향적인 교섭을 병원측에 촉구하고 △사학연금제도 개선·인사위원회 등 미타결 조항 매듭 △징계문제 해결 △무노동 무임금과 생계비 보전방법 △현장복귀 후 제2의 성가병원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 보장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한 교섭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장기파업사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지난 13일 교섭을 제안한 뒤 또다시 서로가 양보의 자세로 병원과 교회측에 마라톤교섭을 제안한다"고 밝히고 "병원측이 대화와 교섭을 통해 장기파업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있고 쟁정사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노동조합과 공식교섭을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병원측은 노동조합이 공식 제안한 전향적인 마라톤교섭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노조간부들과의 분리협상을 통해 노조의 지도력을 분열시키려던 가톨릭측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서울대교구청은 보건의료노조측의 거듭된 교섭 요구와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면담형식을 빌어 대화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조직국장은 "16일 오전 10시30분 가톨릭중앙의료원 한용문 파업대책본부장과 백남용 서울대교구청 주임신부가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 앞서 직권중재 위헌제청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10시30분 이광택, 곽노현, 조국 교수 등 53명의 법학교수와 최병모, 김선수, 김갑배 변호사 등 87명의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140인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직권중재제도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즉각 철폐할 것을 주장하는 집단선언을 하고 성명서를 채택했다.

 
   
  ^^^▲ 이날 오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진행된 위헌적인 직권중재 철폐를 바라는 법학교수 및 변호사 140인 선언 기자회견
ⓒ 석희열^^^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위헌판결 촉구 △직권중재제도 철폐 △노조간부에 대한 형사처벌 중단 △정부가 나서서 대화와 중재를 통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포된 '직권중재제도 개선을 바라는 법학교수·변호사 140인 선언' 이름으로 된 성명서에는 "병원노동자들이 위반한 것은 오로지 헌법에 위배되는 실정법일 뿐 그 내용이나 형식에서 정당한 것으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서는 또 "필수공익사업장은 조정기간 15일, 중재기간 15일 등 합계 30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될 뿐만 아니라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아예 쟁의행위를 할수 없게돼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결국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3권 중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140인은 "정부와 교회 그리고 병원은 노사관계의 안정은 정당한 법치주의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에 의하여 실현되는 것이지 위헌적인 악법과 형사처벌로 강제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기자회견 뒤 헌법재판소를 방문하여 선언문(성명서)과 참가자명단을 전달하고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9월 11일 병원 공권력 투입 이후 명동성당에서 노숙농성을 해온 보건의료노조에 대해 9차례에 걸친 퇴거요청서 발부와 미사시간 강론과 주보를 통한 노조 비방, 화장실 폐쇄와 가로등 전기공급 중단, 김수환 추기경의 공권력 투입 요청 시사, 개별 협상을 통한 부당노동행위 등 그 동안 가톨릭이 취해온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 볼 일이다.

 
   
  ^^^▲ 노조원들이 교구청 안마당의 천막을 철거하고 청소를 하고 있다
ⓒ 석희열^^^
 
 

최근 명동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천막 노숙농성에 대해 명동성당측은 신자들을 상대로 한 여러차례의 강론을 통해 "더 가난하고 약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명동성당측은 지난 봄 비두와 꼬빌 등 외국인노동자들이 공권력에 쫓겨 마지막 피난처로 명동성당에 들어왔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태도를 취했으며 강제로 천막을 철거한 뒤 노동자들을 바깥으로 내쫓았다.

그들은 지금 출입국관리소로 넘겨져 화성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가톨릭이 말하는 '더 가난하고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 동안 우리 국민이 보내준 분에 넘친 존경과 사랑을 철회하기 전에 이제 가톨릭이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