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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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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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방학이 다 끝났습니다. 여름 내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었는데, 갑자기 바빠졌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려면 최소한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잠에서 덜 깬 몸을 이리 저리 비비 틀다가 겨우 일어난 아이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도 듬니다.

그러나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머리 빗기고 나면 벌써 7시 50분입니다. 그때 쯤이면 옆 집 아이들이 와서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곧바로 학교 버스가 오면 타고 가지요.

모르는 사람들은 "좋겠네, 학교 버스도 타고 다니고 말이야' 하겠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약 5Km 정도 됩니다. 그러니 학교 버스를 운행 안하면 날마다 학부모들이 차를 몰고 다녀야 합니다. 그나마 올 때는 학교 버스를 못타고, 각자 알아서 와야 합니다.

교동에는 교동, 난정, 지석초등학교 이렇게 세 개의 학교가 있습니다. 원래는 화동초등학교까지 네 개 였는데, 화동초등학교는 오래 전에 폐쇄되었습니다. 그나마 두 개는 40명 정도 모이는 분교 수준이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교동초등학교가 제일 큰 축에 낍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이 120명이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학원 차는 집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 모두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 갑니다.

아이들이 집에 들어 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5시쯤이고 늦으면 6시 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숙제하고 일기 쓰고 또 문제지까지 풀다 보면 밤 10시가 됩니다. 시골이라고 해도 아이들과 어울려 놀 시간이 없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할 시간이 없는 건 물론이고요. 겨우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밖에 안된 어린 것들에게는 무척 고된 나날들 입니다. 자는 걸 보면, 쪼그만 것들이 코를 골 때도 있습니다.

안스럽기는 한데 달리 도와 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애 엄마는 아이들 교육이 걱정되는가 봅니다. 여기서 아무리 공부를 가르쳐도, 도시 아이들에 비하면 부족한게 많거든요. 우선, 분위기가 다릅니다. 한 반 학생이 수 십명인 것하고, 학년 전체가 25, 6명인 것 하고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 서로 경쟁하면서 공부하는 도시 아이들의 치열함을 교동 아이들이 당해낼 수 없습니다.

교육 환경도 문제입니다. 서점에 한 번 가려면 배타고, 버스타고 읍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교동 섬 안에 '보습학원' 같은 게 있을리 만무합니다. 1-2년 내에 바뀔 것도 아니고, 정말 걱정입니다.

며칠 전, 교동 인사리에 살고 있는 친구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집 아이들은 오후 내내 집에 있었습니다. 처음엔 우리 아이들 생각해서 "어떻게 이 시간에 집에 있니?"하고 물어 봤지요. 인사리에 사는 아이들은 지석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집과 학교의 거리가 얼마 안됩니다. 구태여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 집 영재 엄마가 "아이들이 학원에 안 다니니까 참 좋아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거든요"라고 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흙을 밟으며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엄마,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는 우리 집 아이들이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친구 집에서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벌써 오후 4시인데, 혹시 아이들이 왔나' 해서 집에 전화를 했더니 모영이가 있었습니다. 언니는 아직 안왔고 자기만 혼자 집을 보고 있답니다.

엊 그저께는 토요일이라 학원이 쉬는 날입니다. 큰 딸 모영이가 읍내리에 사는 다희네 집에서 놀다 오겠다고 합니다. 학교가 멀다 보니까 친구 관계도 문제입니다. 우리 동네 상룡리에 있는 초등학생은 모두 9명입니다. 그나마 학년도 제 각각입니다.친구 집에서 놀다 오려면 친구네 아빠가 집까지 데려다 주거나, 제가 직접 가서 데려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후 3시가 넘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모은이 전화였습니다. 읍내리로 데리러 갔습니다. 올 때 "재미있었어?" 하고 물었더니 신이 나서 떠들어 대더군요. "아빠,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희네 집에는 원두막이 있거든요. 다희 아빠가 혼자서 만들었데요. 우리들은 거기서 놀았어요" 하는 모은이의 수다를 들으며 집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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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2003-09-02 21:31:37
이글보니 예전 제가 학교 다닐적 생각이 다시 떠오르군요.
일찍 일어나서 아침 7시에 나오는 시골버스타고 전교 1등으로 등교하던 그때..
버스는 초만원이어서 운전기사 아저씨가 왼쪽으로 핸들을 꺽으면 왼쪽으로 쏠리어 휙~ 이번엔 오른쪽을 급거브를 꺽으면 오른쪽으로 ... ^ ^
정말 사람들 많아서 고생많이 했습니다.
시장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시골주민들 그리고 학생들 뒤엉켜 매일 전쟁아닌 전쟁을 치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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